길들이기

길들이기

다른 표기 언어 domestication

요약 야생 동물 및 식물을 인간의 이해(利害)에 맞게 사육하거나 재배할 수 있도록 유전적 특성을 재조직하는 과정.

길들이기(domestication)
길들이기(domestication)

엄밀한 의미에서 이 과정은 인간이 야생의 동식물을 재배 또는 사육하기 시작하는 초기단계라 할 수 있다.

길들여진 동식물은 특별한 목적이나 요구에 맞도록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며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는 데 아주 익숙해졌다는 점이 그들의 조상인 야생 동식물과 다르다. 야생동물의 길들이기는 인류와 물질문화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길들이기의 결과로 동식물을 생산해내는 농업이 시작되었으며, 이 동식물들은 야생상태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중석기시대(中石器時代)에 구대륙의 사람들이 처음으로 동식물을 길들이기 시작했으며, 사냥을 하고 식물을 채취해서 살아가던 원시종족들은 BC 9000년부터 개·염소·양 등을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석기시대에 이르러서야 원시농업이 사회활동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으며 길들이기가 많이 이루어졌다.

현재 인류가 기르고 있는 동식물의 대부분이 신석기시대에 선택된 것이지만 몇 종류는 그뒤에 길들여진 것이다. 예를 들어 토끼는 중세에 비로소 길들여졌으며, 사탕무는 19세기에야 설탕을 얻기 위한 농작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박하는 20세기에 이르러 농업작물이 되었으며, 20세기에는 품질이 좋은 모피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동물 육종방법이 개발되었다(→ 식물육종, 수렵채취 사회).

덩이줄기 같은 영양기관(營養器官)으로 번식하는 식물들은 로 번식하는 곡물이나 야채들보다 먼저 재배되었으며, 줄기에 질긴 섬유질이 있는 식물들은 그물 등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재배되었다.

인도의 은 아주 오래전부터 재배된 다목적 식물로 씨에서는 기름을, 줄기에서는 섬유질을, 꽃과 잎에서는 환각제인 하시시(hashish)를 얻을 수 있었다.

몇몇 식물들은 마약을 얻기 위해 재배되었다. 예를 들면 담배는 처음에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들이 마취성 음료를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것인데, 곧 흡연에 사용되었다. 양귀비는 아편을 얻기 위해 재배되었으며 차·커피·콜라 등 음료수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도 많이 재배되었다.

인류의 문화 수준이 상당히 발달한 뒤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특별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동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가축을 상업용으로 기르는 것은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니다(→ 동물육종). 는 사냥꾼들과 함께 다니면서 사냥을 돕거나 집을 지키면서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개를 처음 기르기 시작했을 때는 무엇보다도 사람의 식량으로 쓰기 위한 것이었다. 염소 역시 처음에는 사람의 먹이였다가 뒤에 젖과 양모를 생산하는 가축이 되었다.

고대사회에서는 고기와 가죽, 그리고 노동력을 얻기 위해서 를 길렀으며 소의 노동력은 농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소는 처음에 송아지를 먹일 만한 양의 젖만 생산했으나 사람이 사육하면서 교배를 통해 우유를 많이 생산하는 젖소를 만들게 되었다.

도 처음에는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해 길렀지만 뒤에 전쟁에서 큰 몫을 하게 되었다. BC 2000년대부터 중동지방에서 말이 전차(戰車)를 끌게 되었으며 점점 운송수단으로 쓰이다가 BC 1000년대에 마차가 등장했다(→ 근동). 당나귀낙타는 육상 운송수단으로 짐을 나르는 데 쓰였는데 이들의 고기는 맛이 없어 식량으로 쓰이지 않았다.

은 처음에 재미로 길렀는데 닭싸움을 계기로 사람들은 몸집이 큰 닭들을 선택해서 기르게 되었다.

수탉은 뒤에 종교적인 숭배 대상이 되기도 해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악한 세력에 대항해서 선(善)을 보호하는 것으로 여겼고 빛의 상징이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닭을 신에게 제물로 바쳤다. 처음 기르기 시작했을 때는 암탉이 1년에 을 5~10개 정도 낳았지만 점차 알을 많이 낳게 되고 고기맛도 좋아졌다.

사람들은 애완용으로 또는 쥐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고양이를 길렀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신성한 동물로 여겼다.

처음부터 실용적인 목적으로 기른 동물도 있는데 그 중 토끼는 6~10세기에 프랑스 수도원에서 사육했으며 금육기간(禁肉期間)중에 수사들은 토끼새끼를 물고기로 간주하고 먹었다.

꿀벌은 신석기시대말에 을 얻기 위해 기르기 시작했다. 꿀은 고대로부터 귀한 음식이었고 2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일한 감미료였다. 밀랍과 약으로 쓰였던 독(毒)도 벌에서 얻었고 전쟁에서 적을 막기 위해 벌집을 던지기도 했다.

누에는 BC 3000년경에 중국에서 비단을 얻기 위해 길렀는데 BC 1000년경에는 누에를 교배시키고 부화시키는 방법이 상세히 기술되었다(→ 누에나방속).

길들인 동물의 수가 점차 많아짐에 따라 목축과 유목(流牧)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의 사회적·경제적 조직, 그리고 생활양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유라시아 지방에서 유목생활이 시작된 것은 BC 1000년경으로 동물을 길들이기 시작한 때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다.

신대륙에서는 구대륙보다 훨씬 뒤인 홍적세(洪積世)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기 때문에 길들이기의 시작도 구대륙보다 늦었다. 길들여진 동식물들과 야생 동식물 사이의 유연관계는 구조와 기능의 유사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왔으나 염색체의 수나 모양을 비교하는 세포유전학적 연구방법도 이용되고 있다.그러한 동물들을 이용해 형태학적·생화학적(예를 들어 혈액형에 따른 분류) 연구도 하고 있다.

길들이기를 시작한 뒤로 1만~1만 1,000년이 흐르는 동안 선택된 동식물들에게는 대단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래서 개량된 동물의 품종과 식물의 변종들 사이에서는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종들 사이에서보다 훨씬 큰 차이가 나타난다. 길들인 동물에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계절주기성(季節週期性)의 불규칙화이다. 야생동물들이 계절변화에 정확히 맞추어 번식을 하고 털갈이를 하거나 허물을 벗는 데 비해 대부분의 가축들은 1년 중 어느 때나 번식할 수 있으며 털갈이도 미약하게 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식물도 마찬가지여서 특히 구조와 겉모양에서 심한 변화가 나타난다(→ 탈피).

자연상태에서 열성 유전자는 형질(形質)로서의 발현이 억제된다.

이 기본적 유전 메커니즘은 야생종을 사람이 원하는 품종으로 바꾸는 기초가 된다(→ 유전학). 즉, 야생 동식물들은 형질을 나타내는, 다시 말하면 표현형으로서의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 여러 형태의 열성 유전자좌(座)들을 가지고 있다(→ 돌연변이). 그러나 이러한 열성 유전자들은 인위적 교배를 통하여 억제되어 있던 형질을 발현시킬 수 있다. 이를 인위선택(人爲選擇)이라 하며 이를 통하여 인간의 필요에 맞도록 동식물의 품종을 개량할 수 있다(→ 열성).

자연선택은 안정된 생물계를 만들고 '야생형'(wild type)이라고 부르는 기준 표현형을 발달시킨다.

야생형이란 아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여, 종(種)의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특성을 지니게 된 생물을 말한다. 반면에 인위선택은 이런 안정된 체계를 깨뜨려서 자연상태로는 살 수 없는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