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탐의 역사

요약 탐탐(Tom-tom)의 어원은 스리랑카 싱할라어의 타마타마, 혹은 타밀어의 타파탐과 타푸이다. 19세기 중후반 미국으로 유입된 아시아인들에 의해서 차이니즈 탐탐이 서구로 전파되었고 20세기 초부터 드럼 세트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드럼 제조사들은 차이니즈 탐탐을 개량하여 생산하다가 1930년대에 저명한 드럼 연주자인 진 크루파가 헤드의 장력을 조절할 수 있는 탐탐을 개발하여 탐탐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탐탐은 재즈 밴드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1960년대에는 르모사에서 일정한 음높이를 내며 쉽고 신속하게 조율이 가능한 로토탐을 개발하였다. 로토탐은 벤저민 브리튼, 마이클 티펫 등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에 의해서도 사용되었다.

1. 탐탐의 어원

탐탐이라는 용어의 어원에 대한 학설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스리랑카의 싱할라어인 타마타마(Thammattama)가 탐탐의 어원이라는 것이다. 타마타마는 싱할라족이 불교 의식에서 사용하던 북이다. 이 북은 두 대가 짝을 이루어 연주되는데 오른쪽이 높은 소리를 내고 왼쪽이 낮은 소리를 낸다. 끈이 림과 셸을 가로지르며 압력을 조절한다. 끝이 원모양으로 된 두 개의 채로 쳐서 연주한다.

스리랑카의 타마타마 <출처: 악기백과, ©우예나>

또 다른 하나의 학설은 인도의 프레임 드럼(frame drum)을 가리키는 타밀어인 타파탐(Thappattam), 혹은 타푸(Thappu)가 탐탐의 어원이라는 것이다.

타푸

일반적으로는 싱할라어가 탐탐의 어원이라는 학설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다양한 변종의 북이 널리 사용되었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 시절 남부 아시아를 점령한 영국인들은 이 악기의 소리가 너무나 시끄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2. 탐탐의 전파

19세기 중후반 중국에서 사용되던 북이 미국으로 유입된 아시아인들에 의해서 전파되었다. 이것을 당시에는 차이니즈 더블 헤드 드럼(Chinese double headed drum)이라고 했으며 오늘날에는 차이니즈 탐탐(Chinese tom-tom)이라고 불린다. 차이니즈 탐탐은 셸이 약간 볼록하며 헤드가 두껍고 못으로 고정되어 있다. 헤드에 용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지름은 보통 25cm에서 45cm 정도이며 작게는 12cm, 크게는 90cm인 것도 있다.

당시 차이니즈 탐탐의 소리는 오늘날의 탐탐보다 어둡고 입체감이 적었다. 또한 헤드가 접착제로 고정되었기 때문에 장력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차이니즈 탐탐 <출처: 악기백과, ©우예나>

20세기 초반부터 몇몇 재즈 밴드의 드럼 연주자들은 차이니즈 탐탐을 편성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최초로 미국의 드럼 세트에 편성되었던 탐탐에는 림(rim)이 없었으며 나무로 된 셸에 돼지가죽으로 만든 헤드가 장착되었다.

3. 탐탐의 개량과 발전

1) 차이니즈 탐탐의 개량

대부분의 차이니즈 탐탐은 10인치(25cm)에서 14인치(36cm) 정도의 지름이었으나 미국의 드럼 제조사들은 보다 다양한 크기로 탐탐을 제작하였다. 초기의 탐탐은 보통 베이스 드럼 위에 고정시키거나 틀에 얹어 놓고 연주하였다.

개량된 차이니즈 탐탐은 1920년대부터 재즈 댄스 밴드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루드비크사(Ludwig)나 슬링거랜드 드럼사(Slingerland Drums)는 탐탐을 드럼 세트의 표준 구성 요소로 홍보하며 생산하였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탐탐에 자회사의 로고를 붙여 판매하다가 점차 자체적으로 생산하여 택트 탐스(tacked toms)란 명칭으로도 유통하였다. 이러한 탐탐들은 베이스 드럼 위에 설치하였다. 몸체가 큰 플로어 탐탐은 바닥에 삼각대를 세우고 그 위에 설치하였다.

재즈 밴드의 리더이자 작곡가였던 플레처 헨더슨(Fletcher Henderson, 1897~1952)은 <샹하이 셔플>(Shanghai Shuffle)에서 동양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탐탐을 사용하였다. 또한 코튼 클럽(Cotton Club)을 비롯한 재즈 클럽에서는 아프리카의 정글 분위기를 내기 위해 탐탐을 편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도 탐탐이라는 용어가 실제로 사용된 것은 아니며 탐탐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된 것은 1940년대 무렵이다.

2) 크루파의 공헌

1930년대 빅밴드가 성행하며 밴드의 음량이 커졌기 때문에 드럼 연주자들은 다른 악기들의 소리를 약화시킬 위험성에 대해 이전보다 덜 고민하게 되었고 보다 공격적으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탐탐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1930년대 재즈 밴드에서 사용된 플로어 탐탐 MIMO>

드럼 연주자인 진 크루파(Gene Krupa, 1909~1973)는 베니 굿맨(Benny Goodman, 1909~1986)의 조력에 힘입어 재즈 드럼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크루파는 탐탐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그는 1936년 슬링거랜드 드럼사와 협업하여 장력의 조절이 가능한 텐션 튜닝 탐탐(tension tuning tom tom)을 생산하였다. 이 탐탐에는 금속이나 나무로 된 림, 장력을 조절하는 텐션 로드(tension rod)와 러그(lug)가 달렸다. 이로 인해 탐탐도 스네어 드럼처럼 정밀하게 튜닝을 할 수 있었고 헤드가 파손되어도 교체가 가능하게 되었다.

크루파가 제작한 탐탐(마운티드 탐탐은 13*9인치[33*23cm], 플로어 탐탐은 16*16인치[40*40cm])가 곧 탐탐의 표준 크기가 되었다. 후에 다리가 세 개, 혹은 네 개인 틀이 플로어 탐탐에 추가되었다. 이로써 탐탐은 스네어 드럼, 베이스 드럼과 함께 드럼 세트의 한 구성품이 되었다. 후에 1인치 더 깊어진 마운티드 탐탐은 파워 탐(power tom)이란 명칭으로도 제작되었다.

크루파의 대표곡 중 하나인 “싱, 싱, 싱”(Sing, Sing, Sing)에서 그가 보여준 탐탐의 화려한 솔로 연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진 크루파, 1946년 <출처: Wikimedia>

3) 로토탐(Rototom)의 고안

로토탐은 미국의 르모사(Remo Inc.)에서 개발한 탐탐이다. 1968년 시카고 심포니(Chicago Symphony)의 저명한 타악기 연주자인 앨 페이슨(Al Payson)이 마이클 콜그래스(Michael Colgrass)의 <네 대의 드럼과 비올라를 위한 변주곡>(Variations for Four Drums and Viola)을 연주하며 착안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이다.

로토탐은 셸이 없으며 일정한 음높이를 낼 수 있다. 작곡가들은 특별한 음을 염두에 두고 로토탐을 편성하기도 하였다.

로토탐

4. 클래식 음악에 편성된 탐탐

탐탐은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에도 종종 편성되었다.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는 인성과 프리페어드 피아노의 듀오곡인 <그녀는 잠들었다>(She is asleep, 1943)에서 12대의 탐탐을 사용하였다.

음높이를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도 로토탐을 편성한 곡을 작곡하였다. 벤저민 브리튼(Edward Benjamin Britten, 1913~1976)은 오페라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1973)에서 세 대의 탐탐과 네 대의 차이니즈 탐탐, C4(도)음으로 조율한 로토탐을 사용하였다.

마이클 티펫(Michael Kemp Tippett, 1905~1998)은 교향곡 <비잔티움>(Byzantium, 1990)에서 C3음에서 C5음까지 조율된 로토탐을 사용하였다.

한스 베르너 헨체(Hans Verner Henze, 1926~2012)의 관현악곡 <열정적으로>(Appassionatament, 1993~1994)에서는 여섯 대의 탐탐이 사용되었다.

해리슨 버트위슬(Harrison Birtwistle, 1934~2022)은 오페라 <오르페우스의 가면>(The Mask of Orpheus, 1973~1984)에서 높은 음을 내는 탐탐 일곱 대, 낮은 음을 내는 탐탐 네 대를 편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