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르

타보르

[ Tabor ]

요약 타보르는 중세 시대부터 사용해온 북의 일종으로 주로 파이프(Pipe)라는 관악기와 함께 연주한다. 한 사람의 연주자가 파이프와 타보르를 동시에 연주하는데 한 손으로 파이프를 들고 불면서 다른 손으로 북채를 사용해서 타보르의 북면을 두드려 연주한다. 현대에도 민속춤의 반주, 축제, 퍼레이드, 행군 등에 쓰인다.
타보르와 파이프(Pipe)를 동시에 연주하는 악사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의 《로마에 전해진 키벨레 숭배》(The Introduction of the Cult of Cybele at Rome, 1500년경) 일부

타보르와 파이프(Pipe)를 동시에 연주하는 악사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의 《로마에 전해진 키벨레 숭배》(The Introduction of the Cult of Cybele at Rome, 1500년경) 일부

분류 타악기 > 유율타악기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막울림악기(Membranophone, 膜鳴樂器)
주요 사용 지역 유럽, 라틴아메리카
주요 사용 명칭 Tabor(영어, 독일어), Tambour de Provence(프랑스어), Tamburo(이탈리아어), Tambourin(프랑스어, 프로방스어), Tamboril(에스파냐어), Timbal(카탈로니아어), Dabolin(바스크어)
관련 악기 Tabor pipe(타보르파이프), Snare drum(스네어드럼)

1. 타보르

타보르(Tabor)는 중세 시대부터 연주해온 북으로 피리의 일종인 파이프(Pipe)와 함께 연주한다. 타보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북을 의미하는 '팀파눔'(Tympanum)에서 유래했으며 언어권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명칭은 타보르(Tabor), 탐부어 드 프로방스(Tambour de Provence), 탕부랭(Tambourin) 등이다. 타보르는 구조상 원통형 드럼(Tubular drum 혹은 Cylinder drums)에 속하며 연주 시에는 한쪽 북면만을 사용한다.

연주 관습이 특이한데, 연주자는 한 손으로는 파이프를 들고 불면서 다른 손으로 북채를 잡고 타보르의 북면을 두드려서 두 악기를 동시에 연주한다. 한 사람의 악사가 선율 악기와 리듬 악기를 모두 연주할 수 있다는 효율성 때문에 중세 시대부터 19세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영향을 많이 받은 라틴아메리카에도 전파되었다.

2. 타보르의 역사

타보르를 언제부터 연주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스페인 태생의 음악이론가인 에기디우스(Egidius de Zamora, 1240~1316년 추정)의 저서 『음악예술』(Ars Musica, 1270년경)에 따르면 13세기 무렵부터 이미 유럽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대의 필사본이나 조각 작품에 타보르의 도상이 남아있는데 중세 시대의 타보르는 북면의 지름이 북통의 길이보다 긴 옆으로 납작한 형태였다. 타보르 연주자는 대부분 타보르와 파이프 두 가지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성모 마리아 찬가(Cantigas de Santa Maria)의 삽화 (13세기경)

성모 마리아 찬가(Cantigas de Santa Maria)의 삽화 (13세기경) 두 명의 악사가 파이프와 타보르를 연주하고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러트렐 시편(The Luttrell Psalter)에 그려진 타보르 연주자 (1325~1335년)

러트렐 시편(The Luttrell Psalter)에 그려진 타보르 연주자 (1325~1335년) <출처: Wikimedia Commons>

15세기부터는 타보르가 대중적으로 연주되던 악기라고 쓰여진 문헌이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며, 타보르의 형태와 크기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타보르는 주로 귀족들의 연회에 주로 쓰였던 악기로, 브르고뉴의 공작이었던 용담공 샤를(Charles the Bold, 1422~1477)과 요크 가문의 마가렛(Margaret of York, 1446~1503)의 1468년 결혼식 연회에 타보르와 파이프가 반주 악기로 사용된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밖에도 군대의 행군, 귀족들의 검술 시합, 동물 곡예, 저글링 등의 오락과 유흥에도 사용되었다. 1545년에 프랑스와의 해전에서 침몰한 헨리 8세(Henry VIII, 1491~1547)의 함선 메리로즈호(Mary Rose)에서 파이프와 타보르가 발굴되기도 했다.

독일 히멜크로너 클로이스터(Himmelkroner cloister)의 천장부조 일부 (15세기)

독일 히멜크로너 클로이스터(Himmelkroner cloister)의 천장부조 일부 (15세기) 천사가 타보르와 파이프를 연주하고 있다.
<출처: (CC BY-SA) PeterBraun74@Wikimedia Commons>

프랑스의 프로방스(Provence)와 가스코뉴(Gascogne) 지방에서는 특이한 형태의 타보르를 연주했는데 '베아른 지방의 북'이라는 뜻의 탕부랭 드 베아른(Tambourin de Béarn) 혹은 '줄이 달린 북'이라는 뜻의 탕부랭 아 코르드(Tambourin à Cordes)라고 불렀다. '줄이 달린 북'이라는 이름은 거트현으로 만든 스네어 때문에 유래되었는데 일반적인 타보르는 연주 시 사용하지 않는 쪽의 북면에 스네어가 달려있었던 것에 반해 탕부랭 아 코르드는 연주자가 북채로 두드리는 북면에 스네어가 걸려있었다. 연주자는 북채로 북면과 스네어를 동시에 쳐서 연주했으며 스네어를 지속적으로 울리면서 공명음을 내는 주법을 사용했다.

탕부랭 아 코르드는 갈루베(Galoubet)라는 이름의 관악기와 함께 연주했는데 타보르와 갈루베를 함께 연주하는 악사를 '북치는 사람'이라는 뜻의 탕부리네(Tambourinaire)라고 불렀다. 두 명 이상의 탕부리네가 합주를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허디거디(Hurdy-gurdy)나 백파이프(Bagpipe)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18세기, 탕부리네(Tambourinaire)의 모습

18세기, 탕부리네(Tambourinaire)의 모습 왼손에 갈루베(Galoubet)를 들고 오른손에는 북채를 들고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17세기부터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나 바이올린(Violin)처럼 보다 정교하게 개량된 악기들이 귀족들의 음악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타보르는 평민들이 연주하는 민속 악기가 되었다. 타보르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민속음악은 영국의 모리스 댄스(Morris dance)로 플라망어로 '무어인들의 춤'이라는 뜻의 'mooriske danse'에서 유래한 민속춤이었다. 파이프와 타보르를 반주 악기로 주로 사용했으며 두 악기를 휘슬 앤 덥(Whittle and dubb)이라고도 불렀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본토에서도 파이프와 타보르를 민속음악의 반주로 널리 사용했다.

모리스 댄스를 묘사한 삽화 (동판화, 1600년 영국)

모리스 댄스를 묘사한 삽화 (동판화, 1600년 영국) 왼쪽에 타보르 연주자가 보인다.
<출처: Wikimedia Commons>

프랑스 지방의 타보르인 탕부랭(Tambourin)과 갈루베를 연주하는 남자 (1889년)

프랑스 지방의 타보르인 탕부랭(Tambourin)과 갈루베를 연주하는 남자 (1889년) <출처: Wikimedia Commons>

행진하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군악대인 마칭밴드(Marching band)도 타보르를 사용했는데 북통을 연주자의 옆쪽으로 오도록 잡고 연주했기 때문에 사이드 드럼(Side drum)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초기에는 파이프와 타보르를 함께 연주했지만 군악대에는 다양한 관악기들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타보르 연주자가 파이프를 함께 연주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타보르는 결국 독립된 하나의 타악기로 자리 잡게 되었다. 타보르 연주자가 파이프를 연주하지 않게 되면서 양손으로 두 개의 북채를 사용하게 되었고 합주 시 충분한 음량을 낼 수 있도록 북의 크기도 커지고 북면도 두꺼워졌다. 마칭밴드에서 사용하던 타보르는 오늘날 오케스트라와 군악대에서 널리 사용하는 스네어 드럼(Snare drum)의 기원이 된다.

마칭밴드에서 스네어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

마칭밴드에서 스네어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 <출처: (CC BY-SA) Mrbeastmodeallday@Wikimedia Commons>

19세기부터는 콘서티나(Concertina)나 바이올린 등의 악기가 민속음악의 반주에도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타보르는 점점 쇠퇴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고음악과 민속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타보르도 재조명 받았으며 현대에는 유럽 및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민속 악기로 활발히 연주된다.

3. 타보르 관련 악기

1) 파이프(Pipe)

타보르 파이프(Tabor pipe)라고도 부르며 타보르와 함께 연주하는 피플 플루트(Fipple flute)의 일종이다. 연주자는 한 손으로 파이프를 들고 불면서 다른 한 손으로 북채를 잡고 타보르의 북면을 두드려서 연주한다. 앞면에 두 개, 뒷면에 하나의 지공이 나 있는 악기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며 음역대가 다른 다양한 크기의 악기들이 있다. 파이프와 타보르를 함께 연주하는 관습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치스투(Txistu), 탐보릴(Tamboril), 플라비올(Flabiol) 등 다양한 파이프가 타보르와 함께 연주된다.

19세기 초 영국의 민속음악인 모리스 댄스에 사용하던 타보르(왼쪽)와 파이프(오른쪽)

19세기 초 영국의 민속음악인 모리스 댄스에 사용하던 타보르(왼쪽)와 파이프(오른쪽) <출처: Wikimedia Commons>

2) 스네어드럼(Snare drum)

타보르에서 기원한 악기로 현대에는 오케스트라나 군악대에서 널리 사용한다. 북통을 연주자의 옆에 오도록 잡고 연주한다고 해서 사이드 드럼이라고도 불렸는데 북면에 달려있는 스네어 장치의 음색이 독특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스네어 드럼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스네어는 연주자가 북채로 때리는 북면이 아닌 반대쪽 북면에 달려있으며 북을 칠 때마다 스네어가 북면의 막과 부딫히며 찰찰거리는 소리가 난다.

군악대에서 사용하는 스네어 드럼은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스네어 드럼보다 북면이 두껍고 북통의 길이도 길며 음량도 크다. 두 개의 북채를 사용해서 연주하며 드럼 롤(drum roll)을 비롯한 다양한 주법이 있다.

스네어 드럼

스네어 드럼 <출처: Wikimedia Commons>

참고문헌

  • Beck, ed. Encyclopedia of Percussion. Garland Pub., 1995.
  • Anthony C. Baines, revised by Hélène La Rue. "" Oxford Music Online(Grove Dictionary of Musical Instruments).
  • Blades, James; Page, Janet K.; Bowles, Edmund A; King, Anthony; McLean, Mervyn; Riemer-Weller, Mary; Anderson, Robert and Holland, James. "" Oxford Music Online (Grove Dictionary of Musical Instruments).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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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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