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이카

요약 쿠이카는 브라질에서 사용되는 마찰북의 일종으로 원통형의 울림통과 북면, 그리고 북면 아래로 뻗어 있는 하나의 나무 막대로 이루어져 있다. 젖은 천이나 손가락으로 나무 막대를 앞뒤로 문질러 소리를 내며 동물의 울음소리와 같은 독특한 음색이 특징이다. 음역대가 광범위하며 삼바 음악을 비롯한 브라질의 여러 음악에서 자주 연주되는 악기이다.

쿠이카

분류	타악기 > 유율타악기(有律打樂器)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막울림악기(Membranophone, 膜鳴樂器)
주요 사용 지역	브라질
주요 사용 명칭	Cuíca(포르투갈어), Quíca(포르투갈어), Puíta(포르투갈어)
관련 악기	Bombo(봄보), (귀로), (삼봄바)

1. 쿠이카

쿠이카(Cuica)는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타악기로서 북면 안쪽에 달린 막대를 문질러 생기는 마찰을 통해 소리를 내는 마찰북(friction drum)의 일종이다. 마찰북이란 막에 하나의 막대나 끈이 연결되어 있어 연주자가 막대나 끈에 마찰을 일으켜 소리를 내는 북을 말한다. 쿠이카는 울림통 내부에서부터 북면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무 막대를 마찰시켜 북면을 진동시키게 된다.

울림통의 크기는 북면의 지름이 15cm 에서 25cm 가량, 길이는 17cm 에서 30cm 가량 된다. 울림통과 북면, 그리고 울림통 내부에서부터 북면 중앙에 고정되어 있는 나무 막대, 그리고 이 막대와 북면을 고정시키는 긴 실로 이루어져 있다.

쿠이카의 내부

쿠이카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다. 노예 제도로 인해 브라질로 유입된 (Bantu)으로부터 도입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문화와 브라질 문화가 혼합된 ‘아프로-브라질리언’(Afro-Brazilians) 악기라 분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베리아 반도나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부터 쿠이카가 존재해 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사자의 울음’(Lion’s Roar)이라 불리는 마찰북이 있었으며 사자를 사냥할 때 이 악기를 통해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서 유인하는 데 쓰였다고 전해진다.

혹은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스페인에서 이미 수 세기 전 쿠이카와 비슷한 악기를 연주했기 때문에 스페인으로부터 유입되었다고 추측하기도 하며, 그에 앞서 이슬람 상인이 스페인과 반투족에게 쿠이카를 전했다는 설도 있다.

쿠이카는 포르투갈어로 ‘회색네눈주머니쥐’라는 뜻으로서 이 동물은 높은 음고의 울음소리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이카의 명칭은 회색네눈주머니쥐의 울음소리와 그 소리가 흡사하다고 여겨져 붙여진 이름이며, 이 밖에 쿠이카의 소리가 원숭이의 울음소리나 개구리 소리와 비슷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독특한 소리 때문에 쿠이카를 ‘웃는 박’(laughing gourd)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 쿠이카의 구조

쿠이카는 울림통과 하나의 북면, 북면 중앙의 아래쪽에 달린 나무 막대로 이루어져 있고 나무 막대에는 북면과 막대를 고정하는 실이 감겨 있다.

울림통은 금속이나 나무 소재로 속이 비어 있으며 원통형이 일반적이고 항아리처럼 배가 둥근 형태로 만든 것도 있다.

울림통 위에 덧댄 하나의 북면은 송아지 가죽이나 염소 가죽으로 되어 있다. 북면은 울림통의 윗부분을 감쌀 만큼 다소 넓게 만들어서 북면 가장자리와 울림통 윗부분에 테(shell)를 씌우거나 단단한 줄로 묶어서 고정시킨다.

울림통이 나무로 된 쿠이카 파리 음악 박물관(Musée de la musique) 소장

북면의 중앙 아래쪽에 박혀 있는 나무 막대는 대나무 소재가 일반적이다. 이 나무 막대를 ‘감비토’(gambit)라 부르며, 감비토 끝 부분에는 북면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실이 칭칭 감겨 있다.

감비토가 북면에 구멍을 뚫어서 꽂혀 있는 형태도 있고, 북면에 구멍을 뚫지 않고 감비토가 북면 중앙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도 있다. 구멍을 뚫어 꽂아 놓은 경우에는 북면에 닿아 있는 감비토 끝부분에 실을 감아 감비토가 쉽게 빠지지 않도록 하고, 구멍을 뚫지 않은 경우에는 북면 뒤편에서 북면과 감비토 끝부분에 실을 감아 감비토를 고정시킨다.

감비토(빨간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

최근 널리 쓰이고 있는 현대의 쿠이카는 알루미늄 등의 금속 판금 소재로 된 원통형 울림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북면은 가죽이 아닌 합성 소재로 만들기도 한다.

울림통은 겉으로 보기에 (Drum set)를 구성하는 탐탐 드럼(Tom tom drum)과 흡사하게 생겼다. 울림통에는 지름을 빙 둘러 끼워진 테와 여덟 개 가량 되는 조임 막대(tension rod)가 있어서 북면을 울림통에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테와 조임 막대를 조절하여 북면의 장력을 조절할 수 있다.

3. 쿠이카의 연주

쿠이카는 연주자가 의자에 앉아서 연주하기도 하고 서서 연주하기도 한다.

의자에 앉아서 연주할 경우에는 한쪽 허벅지 위에 쿠이카를 수평으로 올려놓고 한 손은 울림통 안에, 한 손은 손가락을 북면 바깥쪽에 댈 수 있도록 울림통 위에 올려 둔다. 오른손잡이 연주자일 경우, 오른쪽 허벅지 위에 쿠이카를 놓고 오른손을 북면 안에 넣어 감비토를 문지른다. 왼손은 울림통 위에 자연스럽게 올려 놓고 손바닥을 북면 쪽에 둔다.

쿠이카를 서서 연주할 경우에는 쿠이카에 끈을 매달아 연주자의 어깨에 악기를 메고 연주한다. 손의 위치는 의자에 앉아서 연주할 때와 같다.

연주자가 감비토에 송진을 묻혀 젖은 천이나 스펀지, 혹은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앞뒤로 문지르면 감비토에 연결된 북면이 떨리면서 소리를 낸다. 감비토를 잡는 강도와 빠르기를 달리 해서 음고나 음색을 다양하게 낼 수 있으며, 북면에 가까운 부분을 문지르는지, 먼 부분을 문지르는지에 따라서도 음색이 바뀐다. 감비토를 앞뒤로 밀고 당기는 동작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이어져야 크고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

북면 바깥쪽을 향해 있는 다른 손의 가운뎃손가락과 약손가락으로 북면을 누르거나 떼서 소리를 조절한다. 손가락으로 북면을 누르면 음고가 높아지고, 손가락을 떼면 음고가 낮아진다. 손가락으로 북면을 문질러서 글리산도(glissando)로 연주하기도 한다.

한편 브라질 음악 합주에서 쿠이카가 없을 경우에 연주자 중 한 명이 쿠이카의 소리를 입으로 따라해서 대신 내는 경우도 있다.

4. 쿠이카의 연주 형태

쿠이카는 대다수의 브라질 음악에 등장하며 민속음악과 현대음악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쓰인다. 타악기이면서도 넓은 음역의 선율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특유의 음색으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 내서 브라질 음악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민속 및 대중 무용과 각종 축제 및 행렬에서 타악 반주악기로 활용되며, 삼바 음악과 보사노바를 비롯한 브라질리언 재즈(Brazilian jazz) 음악에서도 자주 연주된다.

상파울루(São Paulo)에서 열리는 ‘산타 크루즈(Santa Cruz) 예배 행렬’에서 춤을 출 때 기악 합주가 연주될 때도 쿠이카가 편성된다. 이 예배는 이베리아 지역 전통에서 도입된 것으로 참여자들은 예배의 순서에 따라 기악 합주에 맞춰 모두 함께 춤을 춘다.

또한 상파울루 농촌 지방에서 추는 삼바에서 쿠이카는 큰북의 일종인 봄보(Bombo)와 스네어 드럼(Snare drum), 탬버린, 긁어서 연주하는 타악기 헤쿠헤쿠(Reco-reco)와 래틀(rattle)의 일종인 구아이아(Guaia)와 함께 타악 합주로 연주된다.

로마 가톨릭 전통의 ‘성 십자가 행렬’에서는 사각 탬버린인 아두피(Adufe), 그리고 (Güiro)와 쿠이카가 합주한다.

브라질의 타악 연주자 에알토 모레이라(Airto Moreira, 1941~)는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1926~1991) 그룹의 투어 공연에 함께 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 음악에 쿠이카를 연주했다.

한편 재즈 트럼펫 연주자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1917~1993)의 1965 년 앨범 에 수록된 곡 “Chega de Saudade”에는 브라질 가수가 연주 대신 쿠이카 소리를 흉내 낸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디지 길레스피, “No More Blues (Remastered)” (1번 트랙)
앨범
연주 Dizzy Gillespie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