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상태

바닥 상태

[ ground state ]

도시의 야경을 수놓는 거리의 많은 네온 사인들은 네온 기체가 담긴 저압의 방전관에 고전압을 가한 글로 방전(glow discharge)의 원리를 따른다.

네온 방전관을 통해 방출된 빛을 회절 격자를 통해 살펴보면 아래 그림처럼 선스펙트럼(line spectrum)으로 나타난다. 태양 빛을 프리즘으로 분광하면 빨간색부터 보라색에 이르는 연속적인 색의 띠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이를 연속 스펙트럼(continuous spectrum)이라 한다], 네온 방전관 빛의 스펙트럼은 아래 그림처럼 특정 색깔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선스펙트럼이라 한다. 이러한 선스펙트럼 현상은 네온 방전관 뿐만 아니라, 수소, 헬륨, 소듐, 수은 등 다양한 원자들의 증기가 담긴 방전관에서 실험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 각 원자가 고전압에서 방출하는 빛이 특정 색깔, 즉 특정 파장 또는 진동수를 갖는 원리를 이해하려면 주어진 원자 내 전자의 상태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자를 비롯해 원자, 분자 또는 분자 집단이 가질 수 있는 상태들 중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를 비롯하여, 양자 역학의 지배를 받는 운동(motion)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를 가리켜 바닥 상태(ground state) 또는 기저 상태라 한다. 바닥 상태보다 높은 에너지의 상태들을 통칭하여 들뜬 상태 또는 흥분 상태(excited state)라 부른다. 양자 역학의 지배를 받는 운동의 예로 분자 내 화학 결합으로 연결된 원자들의 진동 운동이 있으며, 진동 운동의 여러 상태 중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가리켜 진동 운동의 바닥 상태라 한다.

글로 방전에 의한 원자들의 선스펙트럼()

목차

양자화된 상태

앞서 언급한 원자의 선스펙트럼 현상은 원자 내 전자들에 의한 것으로 원자 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상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수소의 선스펙트럼을 예로 들면, 이 현상을 처음으로 명쾌하게 설명한 방법이 바로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962)가 제안한 보어 모델이다. 보어는 ‘정상 상태’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전자는 정해진 궤도(orbit)에서만 존재한다고 설명했는데, 이처럼 수소 원자 내 전자의 상태는 연속적이지 않으며 이를 양자화된 상태라 한다.

이후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 1887~1961)가 수소 원자 내 전자의 상태를 파동 함수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아래 그림과 같이 가질 수 있는 상태 중 가장 에너지가 낮은 상태의 파동 함수가 1s 오비탈(orbital)로 1s 오비탈에 전자가 채워진 상태가 곧 수소 원자 내 전자의 바닥 상태가 된다. 바닥 상태에서 파동 함수는 어떠한 마디(node)도 갖지 않으며 실제로 1s 오비탈의 마디의 수는 0이다.  

수소 원자 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각 상태들의 에너지 준위(출처: 대한화학회)

바닥 상태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바닥 상태는 곧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인데, 이때 에너지는 0이 아니다. 이는 바닥 상태에 관한 매우 중요한 성질로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의 불확정성 원리와 결을 같이 한다. 만약 바닥 상태의 에너지가 0이면 위치가 정확하게 결정되며 운동량도 0이 되어 @@NAMATH_INLINE@@\Delta x \Delta p\geq \tfrac{h}{4\pi}@@NAMATH_INLINE@@의 불확정성 원리에 위배된다. 귀류법을 통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로부터 바닥 상태의 에너지가 0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양자화된 상태와 볼츠만 분포

수소 원자 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상태를 비롯해, 이산화 탄소 내 O=C=O 결합의 진동 운동(vibrational motion) 또는 회전 운동(rotational motion)처럼 양자 역학의 지배를 받는 운동 상태에 관한 분포는 볼츠만 분포(Boltzmann distribution)을 따른다. 즉 특정 온도에서 아보가드로수 만큼의 수소 원자가 있을 때, 1s 오비탈에 채워진 상태, 2s 오비탈, 3s 오비탈 등에 채워진 각 상태의 분포가 볼츠만 분포를 따른다는 것이다. 상태에 대한 비율은 비교가 되는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가 매우 중요한데, 에너지 차이가 클수록 안정한 상태로 존재하는 비율이 훨씬 더 크다. 수소 원자 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상태의 경우,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 사이 에너지 차이가 커서 온도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전자는 바닥 상태, 즉 1s 오비탈에 전자가 채워진 상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아래 그림과 같이 이산화 탄소(carbon dioxide, CO2)는 선형 구조 분자로 이것의 회전 운동을 살펴 보면 아래와 같이 2가지 방식(mode)이 존재하는데, 각 방식은 또한 양자수로 표현되는 여러 양자화된 상태를 갖는다. 이산화 탄소의 회전 방식의 양자화된 상태들 사이 에너지 차이는 앞서 언급한 수소 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양자화된 상태들과 달리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 사이 에너지 차이가 크지 않다. 이 떄문에 특정 온도에서 이산화 탄소는 회전 운동의 여러 양자화된 상태가 볼츠만 분포로 존재하며, 온도 변화에 따라 그 비율은 변하며 볼츠만이 제시한 수식을 따른다.

이산화 탄소가 갖는 2가지 회전운동 방식()

원자의 바닥 상태 전자 배치

원자를 비롯해 분자의 바닥 상태 전자 배치는 해당 화합물의 성질(자기적 성질, 이온화 에너지, 전자친화도, 원자 크기의 주기성 등)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원자의 바닥 상태 전자 배치는 쌓음 원리(Aufbau principle)를 따르며 파울리 배타 원리와 훈트 규칙이 주가 된다. 원자 번호 7번으로 7개의 전자를 갖는 질소의 바닥 상태 전자 배치는 (1s)2 (2s)2 (2px)1 (2py)1 (2pz)1이며 원자 번호 11번인 소듐의 바닥 상태 전자 배치는 (1s)2 (2s)2 (2px)2 (2py)2 (2pz)2 (3s)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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