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전자

[ electron ]

원자분자를 물리학, 화학으로 줄긋기를 한다면 누구나 <원자–물리학>, <분자–화학>이라고 답할 것이다. 물리학이 원자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화학은 원자가 어떻게 결합해서 분자를 만드는 지, 그리고 원자의 특성은 어떻게 분자의 성질에 반영되는 지 등에 관심이 많다. 잘 알려진대로 원자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구성되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원자핵을 구성하며 전자는 원자핵 주위의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화학 결합에 1차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전자일 것이다. 그런데 전자의 에너지 상태는 핵의 전하, 즉 양성자의 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니까 인간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핵심 위치에 앉아서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양성자이고, 실제로 바쁘게 돌아다니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전자이다. 중성자는 반발하는 양성자들을 묶어서 다양한 원소를 만드는 2차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화학을 잘 공부하려면 전자를 잘 이해해야 한다. 게다가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라는 보다 기본적인 입자의 조합인 2차적 입자인데 반해 전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기본 입자이다. 이래 저래 전자는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인 전자는 음의 전하를 가지며 전하량의 크기는 1.6 x 10–19 C으로 양성자와 부호는 반대이지만 크기는 같다. 간단하게 e 또는 β로 나타낼 수 있는 전자는 화합물의 녹는점, 끓는점, 점도를 비롯하여 자기적 성질, 이온화 에너지 등 화합물의 성질을 이해하는데 핵심이며 화학 반응을 통한 화합물의 화학적 변화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전자는 음전하를 가진 입자로 전자의 질량과 전하량에 대한 물리량이 전자의 이해에 중요한 값으로 톰슨과 밀리컨이 실험을 통해 결정하였으며, 그 값은 아래 표와 같다. 전자에 관해 추가적으로 이해가 필요한 입자로서 중요한 특징은 바로 페르미 입자(페르미온)인 전자의 스핀이다. 즉 주어진 계(system)의 전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양자) 상태를 가지며(즉, 절대로 같은 상태의 전자가 2개 이상 있을 수 없다) 이를 파울리 배타 원리라 한다.

전자의 질량 9.109 x 10–31 kg
전자의 전하량 1.602x10–19 C
전자의 스핀 1/2

전자와 관련된 화학의 핵심 개념에는 최외각 전자,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s), 주기율, 원자가(valence), 옥텟 규칙(octet rule), 루이스 구조(Lewis structure), 산화환원(oxidation-reduction, redox), 산화수(oxidation number), 공유 결합(covalent bond), 이온 결합(ionic bond), 금속 결합(metallic bond), 이온화 에너지(ionization energy, IE), 결합 에너지(또는 결합 해리 에너지), 전기음성도(electronegativity), 부분 전하(partial charge), 극성(polarity), 양이온(cation), 음이온(anion), 쌍극자 모멘트(dipole moment), 수소 결합(hydrogen bond), 끓는점(boiling point, bp), 산해리 등이 있다. 전자와 관련이 없는 화학의 개념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각각의 표제어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1916년 'The atom & the molecule'이란 역사에 남을 논문의 발표를 통해 화합물 구조를 설명한 길버트 루이스 ()

목차

전자의 발견

1780년 개구리 뒷다리가 전기력에 의해 발작하는 갈바니 전지의 실험 이후 생명력이 전기력이란 생각을 바탕으로 전자기학에 관한 연구가 매우 활발히 이뤄지게 된다.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 때부터 유리관 내 기체를 주입해 높은 전압을 걸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인 글로우 방전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많은 물리적 현상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는데, 가이슬러(Heinrich Geissler, 1814~1879)와 크룩스(William Crookes, 1832~1919)에 의한 진공관 발명은 이들의 연구에 날개를 더하게 된다. 진공관을 이용한 실험에서 음극에서 선이 발생하여 양극으로 이동하는 현상에서 골트슈타인(Eugen Goldstein, 1850~1930)은 이를 음극선이라 명명한다. 이러한 음극선의 정체를 톰슨(Joseph J. Thomson, 1856~1940)은 정밀한 크룩스관 실험을 통해 음극선의 정체는 전자이며(톰슨은 전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전자는 음의 전하를 갖는 입자이고, 원자를 구성하는 성분이며 전하 대 질량비 e/me = @@NAMATH_INLINE@@2.00\times10^{11}@@NAMATH_INLINE@@C/kg (실제 정확한 값은 @@NAMATH_INLINE@@1.76\times10^{11}@@NAMATH_INLINE@@C/kg이지만 당시 과학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매우 유사한 값을 얻었다)라는 결론을 1897년 4월 30일에 보고하였다. 전자의 정확한 질량과 전하량은 밀리컨(Robert A. Millikan, 1868~1953)의 기름방울 실험을 통해 전자의 전하량 값을 발견함으로써 각각의 값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전자의 발견, J. J. Thomson. ()

전자의 입자성과 파동성

톰슨과 밀리컨을 비롯한 20세기 여러 물리학자의 연구들을 통해 전자는 질량을 갖는 입자임이 밝혀졌다. 이 당시 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원자 모델에 관한 것으로 1913년 보어는 정상 상태라는 개념의 도입을 통해 수소 원자 내 전자의 상태를 양자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 원자의 선스펙트럼 현상을 설명하는 보어 모델을 제안한다. 하지만 보어의 이러한 정상 상태라는 개념은 보어가 억지로 가정한 것으로 전자의 상태가 양자화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당시에는 여전히 어려웠는데, 이를 해결하는 데 큰 공로를 한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브로이(Louis de Brogile, 1892~1987)이다. 그는 전자를 입자로만 바라보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전자의 양자화된 상태에 대해, 과감히 전자를 파동으로 보고 해석을 하였고, 이를 통해 전자의 양자화된 상태에 대한 해석을 제안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드브로이는 플랑크(Max Planck, 1858~1947)의 양자론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물질의 이중성, 물질파에 대한 개념을 제안하고 물질의 파동으로 물리량인 파장과 입자로서 물리량인 운동량 사이 관계인 식 @@NAMATH_INLINE@@P=\frac{h}{\lambda}@@NAMATH_INLINE@@을 발견하였다.

물질의 이중성을 발견한 드브로이. ()

드브로이의 이러한 연구는 그가 박사 과정 때 이루어낸 업적으로 사실 많은 과학자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는데, 실제로 그의 지도 교수인 랑주뱅 역시 드브로이의 연구 결과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결국 당시 독일 베를린에 있던 아인슈타인과 내용을 공유한 끝에 그의 박사 학위 수여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드브로이의 전자의 파동성은 데이비슨(Clinton Davisson, 1881~1958)과 그의 제자 거머(Lester Germer, 1896~1971)가 니켈 결정의 전자빔을 통한 회절 이미지를 얻음으로써 실험적으로 입증되었으며 이러한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였던 톰슨(George Paget Thomson, 1892~1975)과 함께 데이비슨은 193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때 톰슨은 전자가 입자라는 것을 발견한 J. J. 톰슨의 아들로 아버지 톰슨은 전자의 입자성을, 아들 톰슨은 전자의 파동성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여 부자가 모두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전자의 파동성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데이비슨(왼쪽)과 거머(오른쪽). ()

원자 내 전자의 이해: 슈뢰딩거

20세기 초, 원자라는 매우 작은 세계에서 전자의 상태를 기술하는 것은 고전 역학(뉴턴 역학) 개념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점차 인식되게 되었다. 1920년대 들어 고전 역학을 대체할 새로운 역학, 즉 플랑크의 양자론,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보어 모델, 드브로이 물질파 등의 개념을 하나로 묶는 역학의 완성을 위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는데 이를 최초로 성공한 이는 1925년 7월에 행렬 역학을 발표한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이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1926년 1월, 슈뢰딩거(Erwin Schrődinger, 1887~1961)는 파동 역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역학을 제안하는 데 이름이 다른 두 역학이 실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은 디랙(Paul Dirac, 1902~1984)에 의해 증명된다. 하이젠베르크가 제안한 행렬 역학은 지나치게 수학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지만, 슈뢰딩거는 과학자에게 익숙한 미분 방정식을 활용하고 Etotal = Ekinetic + Epotential이라는 고전 역학적인 개념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슈뢰딩거의 방식을 활용하여 원자 내 전자를 이해하는 방법이 화학 분야에서는 좀 더 일반적이다.

원자 내 전자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슈뢰딩거. ()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양자화된 상태들은 파동 함수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파동 함수들은 세 개의 양자수 @@NAMATH_INLINE@@n, l, m@@NAMATH_INLINE@@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이 때의 파동 함수를 궤도함수 또는 오비탈(orbital)이라 한다. 이 때 @@NAMATH_INLINE@@n@@NAMATH_INLINE@@은 주양자수로 양자화된 상태의 전체 에너지를 가리키는 양자수이며, @@NAMATH_INLINE@@l@@NAMATH_INLINE@@은 방위 양자수로 오비탈의 모양, @@NAMATH_INLINE@@m@@NAMATH_INLINE@@은 자기 양자수로 오비탈의 배향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NAMATH_INLINE@@l=0@@NAMATH_INLINE@@인 경우 s 오비탈이라 하며, @@NAMATH_INLINE@@l=1@@NAMATH_INLINE@@인 경우 p 오비탈, @@NAMATH_INLINE@@l=2@@NAMATH_INLINE@@인 경우 d 오비탈이라 한다. p 오비탈은 px, py, pz 3개의 오비탈로 구성되며 d 오비탈은 dxy, dyz, dxz, dx2-y2, dz2 5개이다. 수소 원자에서 각 오비탈의 에너지는 주양자수 @@NAMATH_INLINE@@n@@NAMATH_INLINE@@에 의해서 결정되므로 @@NAMATH_INLINE@@n=2@@NAMATH_INLINE@@일 때 가질 수 있는 4개의 양자 상태, 즉 2s, 2px, 2py, 2pz는 모두 같은 에너지 준위를 가지며 이를 미분화(未分化; degenerate)되었다고 한다.

 이미지 1

헬륨처럼 원자 내 전자가 2개 이상인 원자를 다전자 원자라 하는데, 다전자 원자에서 전자의 상태는 수소 원자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양자화된 상태의 전체 에너지를 고려할 때 주양자수 @@NAMATH_INLINE@@n@@NAMATH_INLINE@@뿐만 아니라 @@NAMATH_INLINE@@l@@NAMATH_INLINE@@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헬륨에서는 2s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가 2px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보다 낮으며, 2px, 2py, 2pz의 에너지 준위는 같다(미분화되어 있다). 원자가 바닥 상태일 때, 다전자 원자의 전자 배치는 쌓음 원리(aufbau principle)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파동 역학을 통해 원자 내 전자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학 결합 또한 이해가 가능하다. 화학 결합에 대한 양자 역학적 해석은 크게 원자가 결합 이론(valence bond theory)과 분자 오비탈 이론(molecular orbital theory)으로 구분지어 생각할 수 있는데, 각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리학적으로 깊은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여기서는 피하고자 한다. 다만 원자가 결합 이론을 확장, 발전시킨 미국의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1901~1994)의 공로는 잠시 짚어보고자 한다. 그의 이론이 제안된 이후 현재까지도 많은 화학자들이 분자 화합물의 구조, 성질뿐만 아니라 화학 반응에서의 반응성 등을 이해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였고, 그는 이러한 화학 분야의 공로로 1954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으며 그의 전략 핵무기 반대 및 축소 운동에 대한 공로는 그에게 1962년 노벨 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원자가 결합 이론(VBT)의 라이너스 폴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