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구리

[ copper ]

구리 ()

무르며 전성과 연성이 있고 열과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금속이다. 순수한 금속 표면은 적갈색을 띤다. 구리는 전기 및 열을 잘 전달하는 도체로써 전선이나 난방용 배관으로 이용되며, 건축재, 금속 합금 재료, 온도계, 장신구, 주방기구, 배, 동전 등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된다. 구리는 광석에서 추출할 필요 없이 자연에서 금속 형태로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금속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인류는 기원전 9000년부터 구리를 사용할 수 있었다.

구리는 기원전 5000년경에 금속 중 최초로 광석에서 제련되었고, 기원전 4000년경에 최초로 틀에 부어 주조되었으며, 기원전 3500년경에 최초로 청동을 만들기 위해 주석과 합금 되었다. 예로부터 청색이나 녹색을 띠는 흔한 구리(II) 염들은 안료로 널리 이용하였다. 구리 화합물은 항균 특성이 있어 세균 발육 저해제, 살균제, 목재 방부제 등으로 사용된다. 구리는 생명체의 호흡에 관여하는 사이토크롬 c 산화효소 (cytochrome c oxidase)의 주요 성분이기 때문에 모든 생물체에 필수적인 미량 무기질이다. 연체동물과 갑각류의 혈액은 철이 결합한 헤모글로빈(hemoglobin) 대신 구리가 결합한 헤모시아닌(hemocyanin)을 포함하고 있다.

구리(Copper)
상태 적갈색의 무른 금속
원자번호 29
원자량, u 63.546(3)
녹는점, °C 1085
끓는점, °C 2562
밀도, g/cm3 8.960

목차

구리의 발견, 분리, 생산

천연에서 구리는 다른 금속에 비해 쉽게 금속 상태로 얻을 수 있어 고대부터 널리 사용되었다. 인류가 구리를 사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기원전 9000년경 중동에서부터로 여겨지는 가운데, 북부 이라크에서 기원전 8700년경에 제조된 구리 펜던트가 발견되었다. 구리 야금술의 변천 순서를 보면, 처음에는 천연 구리를 낮은 온도에서 가공하여 사용하였으며, 순차적으로 담금질과 제련기술이 적용되었고, 마지막으로 기원전 4000년경 주조 기술을 사용하게 되었다.

인류가 구리를 다루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이용하여 다른 금속들에 대한 야금술도 발달하였는데 특히 구리의 제련법을 발전시켜 철 제련법을 확립하게 되었다. 구리 제련법이 개발된 후 기원전 4000년경에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이 개발되었고, 구리보다 단단한 청동을 사용하면서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청동기 시대는 남서 유럽에서 기원전 3700-3300년경에, 북유럽에서는 기원전 2500년경에 각각 시작되었고 기원전 2000-1000년경 동아시아 지역과 기원전 600년 북유럽에서 철기 시대가 시작하면서 끝났다.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은 그리스인에 의해 더욱 최근에 발견되었고 로마 제국 시대에 청동의 중요한 대체재로 사용하였다.

구리 야금술은 서기 1000년경 남미, 특히 페루에서 번성했다. 15세기에 구리로 된 장례 장식품이 발견되었지만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야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독일의 과학자인 오산(Gottfried Osann)은 1830년에 구리 분말 야금법을 발명하였으며, 1876년 독일 함부르크의 현대식 전기 도금 공장에서 최초로 구리도금 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핀란드의 오토쿰푸(Outokumpu)는 현재 구리 생산량의 50%를 처리하는 에너지 효율적인 공정인 발화 제련법(Flash smelting)을 개발하였다.

일반적으로 광석 내 구리의 평균 농도는 0.6% 정도로 작으며, 상업적으로 유용한 광석은 황동석(CuFeS2) 이나 휘동석(Cu2S)과 같은 황화물이다. 황화물의 제련과정은 다음과 같다. 광석을 분쇄하고 구리를 10~15% 수준으로 농축한다. 농축된 구리 광석을 실리카(SiO2)와 섞어 로(furnace)에서 공기를 불어 넣으면서 가열하면 황화 철(FeS)이 황화 구리(Cu2S)보다 먼저 산화된다. 산화된 철 성분은 실리카와 반응하여 슬래그(slag)가 되는데, 이 슬래그는 녹아있는 액체 구리층 위에 뜨게 되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 반응 과정에서 황화 구리는 산화 제1 구리(Cu2O)로 전환된다.

2 Cu2S + 3 O2 → 2 Cu2O + 2 SO2

산화 제1 구리를 가열하면 순도 약 98%의 구리인 조동(blister copper)이 얻어진다.

2 Cu2O → 4 Cu + O2

이렇게 얻은 조동을 양극(산화전극)으로, 3~4%의 황산 구리와 10~16%의 황산이 들어있는 수용액을 전해질로, 순수한 구리를 음극(환원전극)으로 각각 사용하여 0.2~0.4V의 전압으로 전기 분해하면 음극에서 순수한 구리가 석출된다.

양극반응: Cu(s) → Cu2+(aq) + 2e

음극반응: Cu2+(aq) + 2e → Cu(s)

구리의 IUPAC 원소 이름과 기호

로마 시대에 구리는 키프로스(Cyprus) 섬에서 주로 채굴되었기 때문에 '키프로스의 금속'이라는 뜻의 '키프륨(cyprium)'으로 불리다가 후에 'cuprum'으로 변천된 것이 구리 이름의 기원이다. 따라서 copper(영어), cuivre(프랑스어), koper(네덜란드어) 및 kupfer(독일어)는 모두 cuprum에서 파생되었고, 구리의 원소 기호는 'Cu'이다.

구리의 물리 화학적 성질

구리, 은, 금은 주기율표의 11족에 속하며 전자로 꽉 채워진 d-전자껍질과 하나의 s-오비탈 전자를 가지고 있어 높은 연성과 전기 및 열 전도성을 지닌다. 이 원소들의 채워진 d-껍질은 금속 결합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s-전자에 의해 결합이 유지되기 때문에 다른 금속들에 비교해 공유 결합의 특성이 부족하며 상대적으로 결합이 약하다. 결과적으로 구리는 무른 성질과 큰 연성을 가지게 된다. 구리는 순수한 금속 중 에 이어 실온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전기 전도성과 열 전도성을 가지고 있다. 구리는 회색이나 은색이 아닌 독특한 천연색을 가지고 있는데, 순수한 구리는 주황색을 띠며 공기에 노출되면 불그스름하게 변한다. 구리가 특징적인 색깔을 띠는 이유는 채워진 3d-오비탈과 반만 채워진 4s-오비탈 사이의 전자 전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두 궤도 사이의 에너지 차이가 주황색 빛에 해당한다.

구리는 물과 반응하지 않지만, 공기 중의 산소와 천천히 반응하여 갈색-검은색 구리 산화물 보호층을 형성한다. 건물의 구리 지붕이나 자유의 여신상 같은 오래된 구리 구조물에서는 초록색의 녹청(탄산 구리)을 종종 볼 수 있다. 구리가 일부 황 화합물에 노출되면 여러 가지 구리 황화물을 형성하면서 색깔이 변하게 된다.

구리는 일반적으로 제1구리(cuprous)와 제2구리(cupric)로 불리는 +1과 +2의 산화 상태를 가지며, 매우 다양한 화합물을 만든다. 구리의 이성분 화합물 중 산화물로는 산화 제1 구리(Cu2O)와 산화 제2 구리(CuO)가 알려져 있으며 황화물에는 황화 구리(I) (Cu2S) 와 황화 구리(II) (CuS)가 알려져 있다. 또한 구리는 할로젠 원소 X(X = Cl, Br, I)와 반응하여 CuX2와 CuX 형태의 화합물을 만든다. 이중 CuI2는 만들어지지 않는데, 이는 I- 이온이 Cu2+를 Cu+환원시키기 때문이며 다음과 같이 CuI와 I2가 얻어진다.

2Cu2+ + 4I → 2CuI + I2

수용액 속에서 Cu2+이온은 수화되어 착이온인 [Cu(H2O)6]2+로 존재하며, 중심 금속인 Cu 이온의 반경이 작고 d 궤도에 전자 개수가 많아 전이 금속 아쿠아 착이온들 중에서 가장 빠른 물(리간드) 교환 속도를 보인다. 수산화 소듐 수용액에 첨가하면 밝은 파란색의 수산화 구리(II) (Cu(OH)2)가 침전된다. 암모니아 수용액에서도 동일한 침전물을 생성하며, 과량의 암모니아를 첨가하면 생성됐던 침전물이 다이아쿠아테트라암민 구리(II) 착이온([Cu(H2O)2(NH3)4]2+)을 형성하며 녹는다.

Cu(H2O)4(OH)2 + 4NH3 → [Cu(H2O)2(NH3)4]2+ + 2H2O + 2OH

산소산 음이온들은 아세트산 구리(II), 질산 구리(II) 및 탄산 구리(II)와 같은 착화합물을 형성한다. 황산 구리(II)는 실험실에서 가장 친숙한 구리 화합물로 푸른 결정형의 황산 구리(II) 수화물을 형성한다.

알코올 작용기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폴리올은 일반적으로 구리(II) 염과 반응하기 때문에 환원당 검출에 사용된다. 특히, 베네딕트 시약(Benedict's reagent)과 펠링 용액(Fehling's solution)을 이용하면 청색의 구리 2가 이온이 붉은색의 구리(I) 산화물로 침전되는 현상으로 설탕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탄소-구리 결합을 가지고 있는 화합물을 유기구리 화합물이라 한다. 유기구리 화합물은 산소와 격렬히 반응하여 산화 구리(I)를 형성하며 유기물 합성과정에 자주 사용되는 시약이다. 유기구리 화합물은 구리(I) 화합물을 그리냐르 시약(Grignard reagent)과 반응시켜 합성한다.

구리(III)는 KCuO2와 같은 산화물 형태에서 가장 자주 발견된다. 가장 광범위하게 연구된 구리(III) 화합물은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이다. 이트륨 바륨 구리 산화물 (YBa2Cu3O7) 초전도체는 중심에 Cu(Ⅱ) 와 Cu(Ⅲ)를 가지고 있다. 플루오린화 구리(III) 와 구리(IV) 화합물의 예로 K3CuF6 와 Cs2CuF6도 알려져 있다.

구리의 산업적 용도

채굴된 구리의 약 절반이 전기 전선과 케이블 제조에 사용된다. 높은 전기 전도도, 인장 강도, 연성, 변형 저항, 내부식성, 낮은 열 팽창성, 높은 열전도도, 납땜 용이성, 가단성 및 설치 용이성과 같은 구리의 고유한 장점 때문에 거의 모든 전기 장치에 전도체로 사용되며 집적 회로 및 인쇄 회로 기판에 사용된다.

또한, 열을 잘 분산시키기 때문에 열 싱크(heat sink) 및 열교환기로 사용된다. 모터와 모터 구동 시스템이 전 세계 전력의 43%~46%를 소비하고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전력의 69%를 차지하기 때문에 모터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구리를 사용하고 있다. 구리는 내구성이 높고 부식과 기후에 강해 고대부터 뛰어난 건축 재료로 사용해 왔다. 지붕, 빗물받이, 돔, 뾰족탑, 문 등은 수백에서 수천 년 동안 구리로 만들어졌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구리의 건축 용도는 실내∙외 벽의 외장재, 무선 주파수 차폐용 벽과 난간, 욕실 비품 및 계산대 판과 같은 항균성을 갖는 실내 장식 제품으로 확장되었다. 구리 표면에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체가 잘 자라지 않는 특성이 있어 조개나 홍합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구리 기반 페인트가 사용된다. 구리 합금은 항균성이 있어 구조물의 생물 오염을 방지하면서 극한의 해양 환경에서도 튼튼하고 바닷물에 부식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양식 산업에서 그물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구리 합금 표면 역시 미생물을 파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표면을 정기적으로 청소하면 약 2 시간 만에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약 99.9 % 이상을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문헌

'Copper' Retrieved on 2017-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