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살균제

[ disinfectant ]

살균제(disinfectants 또는 germicide)는 생활 환경에서 세균(박테리아)이나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을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하는 생활 화학제품이나 농작물의 생장을 저해하는 미생물을 방제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농약을 말한다.

세균과 곰팡이를 비롯한 미생물은 고약한 냄새와 독성 물질을 분비해서 생활 환경을 악화시키고, 사람이나 동물 또는 농작물에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내에서 미생물의 생장에 꼭 필요한 수분이 많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다. 살균제는 미생물의 세포벽을 파괴하거나 체내의 대사 과정을 치명적으로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살균제는 일반적으로 사용자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고, 제조사가 권장하는 사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살균제를 호흡으로 흡입하거나, 입으로 섭취하거나, 눈에 들어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밀폐된 실내에서 살균제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농약의 경우에는 독성이 매우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부 접촉도 피하는 것이 좋다.

살균제에 사용하는 살균 성분은 동식물에서 채취한 벤조산(안식향산, benzoic acid), 구연산(시트르산, 레몬산, citric acid), 소르브산(sorbic acid), 젖산(라트산, lactic acid)과 같은 천연 성분도 있다. 그러나 MIT(methylisothiazolinone)나 CMIT(chloromethylisothiazolinone)를 비롯한 아이소싸이아졸리논(isothiazolinone) 유도체, PGH(oligo(2-)ethoxy 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나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를 비롯한 구아니딘(guanidine) 유도체처럼 화학적으로 합성한 살균 성분이 더 많이 활용된다. 천연 살균 성분은 인체에 독성이 없고, 합성 살균 성분은 인체에 매우 위험하다는 속설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이다.

참사를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출처: 사회적참사 특별위원회)

생활 화학제품이나 농약으로 사용되는 살균 성분의 종류와 사용법은 정부가 법률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한다. 특히 생활 화학제품에 사용하는 살균 성분에 대해서는 법률로 허용기준을 정해서 관리하기도 한다. 허용기준 이상의 살균 성분이 포함된 생활 화학제품의 생산과 유통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농약으로 사용하는 살균제의 경우에도 농작물이나 가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종류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생활 환경에서 문제가 되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생활 화학제품인 살균제는 가공식품, 음료수, 화장품, 의약품의 부패와 변질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보존제(preservatives)나 목재 등의 부패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방부제(antiseptic agents)와는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목차

살균제의 오남용

살균제는 생활 환경을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생활 화학제품이다. 그러나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위해서 반드시 생활 환경에서 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생물도 자연 생태계의 일부이고, 우리도 미생물을 포함한 자연 생태계와 함께 생존할 수밖에 없다. 불쾌한 냄새를 풍기거나 강한 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극히 일부의 세균성 미생물이 아니라면 굳이 미생물을 제거해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생활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우리의 면역 작용을 강화해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의 대장에서 번성하고 있는 대장균(Escherichia coli, 흔히 E. coli라고 부름)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장균은 우리의 건강에 해로운 미생물의 증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장내 유익균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살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우리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는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도 있다. 생활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끊임없이 우리의 면역 체계를 자극해서 면역 능력을 강화해준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가전제품과 생활 화학제품의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무분별하게 살균 기능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살균 기능을 강조했던 공기청정기와 세탁기도 있었고, 가습기 세정제를 '가습기 살균제'라는 잘못 소개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1994년 (주)유공이 '어린이에게도 안전한 천연 성분'을 사용해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광고했던 '가습기 살균제'가 날개 돋친 듯이 판매되었다. 그러나 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넣고 가습기를 작동시키라는 제조사의 사용법을 충실하게 따랐던 소비자 중에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9년 7월까지 환경부에 6,476명의 소비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1,42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살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빗어낸 역사 이래 최대의 참사로 알려지고 있다.1)

참고 문헌

1. 이덕환,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열린연단 에세이, 20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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