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은 광석에서 사이안화 법과 건식법으로 은을 분리할 수 있지만, 까다로운 제련 과정, 비용 및 광석의 고갈 문제로 지금은 대부분 구리, 니켈 등의 광석에서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를 전기 분해해서 얻는다. 지각에 금보다 25배 풍부하게 존재하며, +1의 산화 상태가 가장 흔하며,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지 않는다. 장식품 및 화폐로서뿐만 아니라 고급 식기, 사진, 거울, 보청기, 치아 충진재, 항균 및 항생제, 용접, 촉매 등으로 사용된다. 금 다음으로 전성과 연성의 높은 성질을 이용해 0.0015 mm 두께의 은을 만들 수 있으며, 1 g의 은으로 1800 m의 길이까지 늘일 수도 있다. 과도한 은 사용은 신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피부색에 변화를 일으켜서 은피증 증세를 보인다.

은 결정()

목차

대부분의 은은 휘은석(argentite, Ag₂S), 각은광(chlorargyrite, AgCl), 담홍은석(proustite, Ag₃AsS₃), 농홍은석(pyrargyrite, Ag₃SbS₃) 광석에 존재한다. 초기에는 그러한 은 광물을 사이안화 소듐 용액에 녹인 은 수용액(NaAg(CN)₂)에 아연을 가하는 사이안화법으로 먼저 불순한 은을 분리하였다. 이렇게 얻은 은을 전기 분해를 이용한 건식법으로 순도를 높였다. 그러나 오래전에 그러한 광석은 고갈되었고 까다로운 제련 과정과 비용 문제로 인해 은만을 독립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구리, 니켈, 납, 아연 등의 광석에서 주 금속을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를 화학 처리하여, 소량 들어 있는 은을 녹여낸 후, 그 용액을 전기 분해하여 회수한다. 페루, 볼리비아, 멕시코, 중국, 호주가 주요 생산국이다.

은의 영어 원소 이름 ‘Silver’는 앵글로-색슨어 ‘seolfor’, ‘siolfor’ 혹은 유사한 형태의 게르만어 ‘silabar’, ‘silbir’에서 온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원소 기호로 나타내는 ‘Ag’는 ‘빛나는’ 혹은 ‘흰색’을 뜻하는 그리스어 ‘argos’의 라틴어 ‘argentum’에서 유래한다.

지각에 1.0x10^-5% 존재하는 은은 11족에 속하며, 밀도는 상온에서 10.49 g/cm³_,액체 상태에서 9.32 g/cm³이고, 녹는점은 961.78 도, 끓는점은 2162 도이며, 0~+3의 산화 상태를 가진다. +1의 상태가 가장 흔하나, 다이플루오린화 은(AgF₂)에서 +2 상태의 은 이온과 테트라플루오린화 은(AgF₄^-)과 같은 이온성 화합물에서 +3 상태의 은 이온으로도 존재한다. 은은 물과 산소와는 반응하지 않지만, 오존과 반응하여 검은색의 과산화 은(Ag₂O₂)으로, 황이나 황화수소와 반응하여 검은색의 황화 은(Ag₂S)으로 각각 변한다.

바닷물에는 지각에서보다 약 1/10 정도의 묽은 농도로 은이 녹아 있으리라 추정한다. 자연계에는 ¹⁰⁷Ag(51.84 %)과 ¹⁰⁹Ag(48.16 %)의 2 가지 동위원소가 알려져 있으며, 질량수 94~127의 28 가지 방사성 동위원소가 확인되었다. 금과 마찬가지로 쉽게 펼 수 있는 전성과 길게 뽑을 수 있는 연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은은 금보다는 단단하고, 주석, 수은 등과 실온에서 합금을 만들면 더 단단해지며, 한편으로 굉장히 무거운 금속이다.

다양한 은 장신구()

기원전 3천 년 무렵에 등장한 은은 금처럼 전통적으로 화폐 및 장신구에 사용되었다. 그 당시에는 금보다 비쌌으며, 이집트에서는 금보다 2.5배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중세의 유럽에서는 고가였지만, 신대륙에서 대량의 은이 유입되자 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은은 가시광선을 잘 반사하기에 유리 표면에 입혀 거울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충치 치료 후 충진재로 은 아말감(Hg/Ag₃Sn)이 사용된다. 전기 전도도가 높기에 전자 산업에서 반도체와 전극에 사용되며, 은 합금은 다루기 쉽고 작업 동안 부식이 되지 않기에 용접에 널리 쓰인다. 은은 태양 에너지 제조에 사용하는데, 특히 600 나노미터의 빛을 금보다 더 잘 반사한다. 예전에는 할로젠화 은 화합물을 사진에, 질산 은(AgNO₃) 용액은 화상 처리 치료제로 각각 사용하였다. 산화 은(Ag₂O) 전지는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장기간의 사용이 가능하기에 보청기에 쓰인다. 미세한 은 분말은 유기 물질을 이산화 탄소와 물로 완전히 산화시키는 촉매로 이용된다. 은 산화물은 편도선염의 도포제 혹은 방광의 세정제로 쓰이기도 한다.

은 이온과 화합물은 항균 및 항생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예전부터 물을 살균하고 음식물을 보존하는데 사용하였다. 18세기 은 스푼으로 음식을 먹인 아기가 다른 금속을 사용하여 음식을 섭취한 아기보다 더 건강했다고 해서 소위 '은 스푼을 입에 문 아기'가 바로 부와 건강을 암시하기도 했다. 요즈음은 은 나노 입자가 들어간 천으로 옷이나 신발을 만들어, 냄새를 없애고,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의한 감염을 줄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용은 하수 처리 시 유익한 미생물까지 죽이는 부작용이 있다. 일반적으로 은 화합물은 낮은 독성을 보이지만, 질산 은이나 플루오린화 은(AgF)은 인체 조직에 해를 끼쳐 설사나 구토를 일으키거나 혈압을 낮추기도 한다.

구리와 마찬가지로 살균 작용을 하지만, 과도한 은 화합물을 사용하면 생체 조직에 침착된 은이 피부를 청회색 또는 회색을 띠게 하는 색소 이상증인 은피증(argyria)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은 중독 증상은 인체에 치명적이지 않으며 큰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일화로 은을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항생제라고 믿은 미국의 존스(S. Jones)는 Y2K 컴퓨터 재앙과 항생제 부족 사태에 대한 불안으로 자신의 집에 9볼트 전지를 연결한 은 철사를 물통에 담궈 제조한 은 밀주를 거의 4년 반 동안 마셨다고 한다. 피부색이 푸른 바람에 유명세를 탄 그는 2002년과 2006년 미국 상원 의원 선거 및 2000년과 2004년 몬태나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은에 대한 망상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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