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시기

개화시기

[ flowering time ]

식물의 꽃이 피는 시기를 개화시기라고 한다. 식물은 개화시기의 차이에 따라 한해살이 식물, 두해살이 식물, 여러해살이 식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식량작물한해살이 식물로 발아한 당해년도에 꽃피고 종자를 맺는 생활사를 1년 안에 마친다. 당근과 같은 두해살이 식물은 일년 동안에 일부만 생장한 후 월동하여 다음 해에 꽃을 피우며 종자를 형성한다. 참나무와 같은 여러해살이 식물은 생장과 개화가 여러 번 이루어지며 많게는 수백 년까지 산다. 이와 같은 개화 행위에서의 차이점은 주로 광주기에 의해서 조절되나 온도, 영양상태, 가뭄 등 다양한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1)

목차

광주기의 개화시기 조절

광주기가 식물의 개화시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1920년 W. W. Garner와 H. A. Allard의 연구를 통해 알려졌다. 이들은 커다란 잎과 큰 키를 가진 담배 돌연변이체인 메릴랜드매머드(Maryland Mamooth)의 개화를 연구했는데, 인위적으로 낮의 길이를 다양하게 처리하여 이 변종 담배의 개화를 관찰하였다.2) 그 결과 낮의 길이가 14시간(이를 임계일장이라 함)보다 짧게 되면 개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와 같이 낮이나 밤의 길이에 의한 개화의 조절 현상을 광주기성(photoperiodism)이라 부른다.

이렇게 광주기에 의해 개화가 조절되는 식물은 단일식물장일식물로 나뉘어진다. 메릴랜드매머드나 국화는 낮의 길이가 임계일장보다 짧을 때에만 꽃이 피는 단일식물에 속하고, 시금치와 토끼풀은 낮의 길이가 임계일장보다 길어야만 꽃이 피는 장일식물에 속한다. 토마토나 옥수수 같은 식물의 개화는 광주기성과 관계없이 온도 등의 다른 조건에 의해 조절되며 이런 식물을 중일식물이라 한다.

밤의 길이가 중요

K. Hamner와 J. Bonner는 단일식물인 도꼬마리를 이용하여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다. 먼저 낮의 길이는 16시간으로 일정하게 하고 밤의 길이를 6~11시간으로 다양하게 처리하였는데, 그 결과 암조건을 9시간(임계 야장이라 부름) 이상 받은 식물에서만 꽃이 피었다. 반대로 밤의 길이를 8시간 또는 10시간으로 일정하게 하고 낮의 길이를 8~12시간으로 변화시키기도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낮의 길이의 변화는 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따라서 도꼬마리를 비롯한 여러 단일식물은 단일식물이라는 이름보다 장야식물이라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3)

이 연구자들은 단일식물과 장일식물을 이용하여 밤 동안에 빛을 짧게 노출하여 어둠을 방해하거나, 반대로 낮 동안에 짧게 암처리를 하여 빛을 방해하는 실험도 하였다. 짧은 암처리를 통해 낮의 길이를 방해했을 때는 단일식물과 장일식물 모두 개화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고 빛에 짧게 노출하여 밤의 길이를 방해했을 때에는 장일식물은 꽃을 피웠지만 단일식물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 즉, 단일식물은 오로지 긴 밤이 방해를 받지 않을 때만 꽃을 피웠고 장일식물은 빛의 노출로 긴 밤이 깨어지면 꽃을 피웠다.

단일식물과 장일식물의 개화에 미치는 밤의 길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모식도. (출처: 한국식물학회)

광주기성의 감지

광주기에 의해 개화에 영향을 받는 식물들은 밤의 길이를 알 수 있는 시간 측정 기작이 존재해야 한다. 이렇게 광주기를 감지하는 데에는 피토크롬(phytohrome)이나 크립토크롬(cryptochrome) 등의 광수용체 단백질(photoreceptor protein)이 이용된다.

피토크롬은 Pr과 Pfr 두 가지 구조로 존재하여 서로 가역적으로 전환된다. Pr 형태는 적색광(R)을 흡수하여 원적색광을 흡수하는 Pfr 형태로 바뀌는 반면, Pfr은 원적색광(FR)을 흡수하여 적색광을 흡수하는 Pr 형태로 전환된다. 또한 밤이 지속되면 Pfr은 원적색광을 흡수하지 않고도 Pr로 전환된다. 즉, 매일 밤 피토크롬이 Pr의 형태로 만들어지면 해가 떠 있는 동안 태양광에 많이 존재하는 적색광에 의해 Pfr로 바뀐다.

실제로 단일식물과 장일식물을 적색광과 원적색광에 각각 다른 횟수로 번갈아가며 노출시키는 실험에서도 마지막에 처리된 빛의 종류가 식물의 개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마지막에 적색광의 방해를 받으면 단일식물은 개화하지 않고 장일식물은 개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적색광 처리 이후에 원적색광을 처리한 경우 단일식물은 개화하고 장일식물은 개화하지 않는다. 이 실험을 통해 피토크롬이 광주기성 반응을 인지하는 중요한 광수용체임을 입증할 수 있었다.

피토크롬이 광주기성 반응을 인지하여 개화를 조절함을 보여주는 모식도. (출처: 한국식물학회)

영양상태

개화시기는 밤낮의 길이 외에도 다양한 환경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1) 토양 내에 특정 영양분이 과다하거나 결핍되면 개화시기가 변한다. 일반적으로 질소가 결핍되면 개화가 촉진된다. 그러나 인 성분이 부족하면 개화가 지연되고 과량으로 공급되면 촉진된다. 여러 식물에서 설탕(sucrose)은 개화를 촉진한다. 꽃필때가 되면 체관으로 수송되는 설탕의 농도가 높아지는데 설탕은 개화호르몬 발현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도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으면 일찍 꽃피고 낮으면 늦게 핀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기온도 올라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식물이 일찍 꽃 핀다. 온도에 의한 개화시기 조절은 광주기에 의한 GI-CO 경로를 거치지 않고 독립된 경로로 개화호르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PIF4 및 CRY2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고온이 개화를 지연하는 경우도 있다. 국화는 20도보다 30도에서 꽃이 늦게 핀다.

가뭄

다양한 식물은 물이 부족한 조건을 만나면 꽃을 일찍 핀다. 장일식물인 애기장대의 경우 장일조건에서는 가뭄이 개화를 촉진되지만 단일조건에서는 지연된다. 일장주기와 연관된 GI에 의해 가뭄 신호가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뭄 반응과 연관성이 높은 앱시스산(ABA)이 가뭄에 의한 개화촉진 기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벼의 경우 가뭄은 개화를 지연시킨다.

참고문헌

1. Cho LH, An G (2017) The control of flowering time by environmental factors. Plant Journal 90: 708-719
2. Garner WW, Allard HA (1922) Photoperiodism, The response of the plant to relative length of day and night. Science, 1431: 582-583
3. Hamner KC (1940) Interrelation of light and darkness in photoperiodic induction. Botanical Gazette, 101: 658–687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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