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식물

장일식물

[ long-day plant ]

식물의 꽃피는 시기는 낮의 길이에 의해 결정된다. 봄이나 여름, 낮이 길어지는 시기에 꽃피거나 개화가 촉진되는 식물을 장일식물이라고 한다. 장일식물이 개화하기 위해서는 임계일장(critical day length) 이상의 낮 시간이 필요하다. 임계일장은 식물 종에따라 다르며 같은 종에도 품종에 따라 다르다. 장일식물이란 이름 때문에 꽃피는 것이 낮의 길이에 의해 정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밤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이 개화를 일으키는 신호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목차

장일식물의 종류

무궁화, 애기장대, 시금치, 누에콩, 상추, 페튜니아 등과 같이 봄에 꽃피는 식물이 많으며 온대, 한대 등과 같이 위도가 높은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것이 많다. 일반적으로 온도의 영향을 받기 쉽고, 장일조건에서 개화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저온에 노출될 필요가 있는 식물(밀, 보리, 당근 등)도 있다.

날씨가 흐리거나 하는 다른 요건으로 임계일장 혼자만으로 꽃피는 시기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온도는 일장과 연계하여 꽃피는 시기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냉이와 같은 장일식물의 경우 종자에서 발아한 식물이 그 해에는 꽃피지 않고 겨울이 지난 다음 해 이른 봄에 꽃이 핀다.

칼랑코에(Kalanchoe)는 단일 조건 후에 오는 장일에서만 꽃핀다. 반면 토끼풀처럼 일정 기간 장일 조건에서 자란 후 단일에서 꽃피는 식물도 있다.

장일식물 페튜니아. 꽃 피기 시작하면 계속 꽃을 피워 여름 내 꽃을 볼 수 있다. (출처: 한국식물학회, 안진흥)

광주기성(photoperiodism)

광주기성은 일광량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식물에 일어나는 생물학적 반응을 일컫는다. 광주기성은 1920년에 담배잎에 대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이 실험은 식물이 빛이나 어둠에 매우 다른 변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밝혔다. 처음에는 빛의 노출시간이 개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었지만 실제로 밝혀진 바로는 빛의 노출시간보다 밤의 길이가 중요하였다. 실험을 통해 밤의 길이의 차이가 식물의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요인인 것을 확인하였다.1) 빛을 잠시 주어 밤을 교란시키면 단일식물의 경우 개화가 지연되나 장일식물의 경우 교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낮과 밤의 길이를 측정하는 곳은 잎이다. 잎에서 이러한 기작에 관여하는 주요 인자는 피토크롬(phytochrome)으로 알려져 있다. 피토크롬의 변화가 밤에 일어나면서 밤의 길이를 측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외에도 식물에 내제된 광주기적 시계가 밤의 길이를 측정하는데 관여한다.

낮, 밤의 길이와 개화의 상관 관계. (출처: 한국식물학회)

피토크롬(phytochrome)

피토크롬은 잎 색소 중 하나로 식물에서 빛과 어둠을 감지할 때 이용한다.2) 피토크롬 단백질은 동일한 124 kDa 폴리펩티드가 서로 공유 결합을 통해 이합체를 이룬다. 각각의 폴리펩티드는 세 가지 분절체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센서 단백질의 염기서열과 비슷한 도메인을 가진다.

피토크롬의 발색단(chromophore)이 빛을 흡수하게 되면, 피토크롬의 구조가 조금 변하게 된다. 변화된 피토크롬을 활성화 상태라고 하며 식물 내에서 활성화된 피토크롬과 그렇지 않은 피토크롬의 비율이 식물의 반응을 유도하게 된다.

피토크롬은 660 nm 근처의 붉은 파장을 받게 되면 비활성화 상태에서 활성화 상태로 변하게 된다. 또한 730 nm 근처의 근적외선의 빛을 받게 되면 다시 비활성화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앞선 변화는 즉시 일어나는 반면 활성화 상태에서 빛이 없을 경우에는 천천히 비활성화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달빛보다 태양빛이 더 많은 붉은 파장의 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낮 시간에 활성화된 피토크롬이 우세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밤에는 활성화된 피토크롬이 비활성화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비활성화된 피토크롬이 우세하다.

피토크롬에 의한 개화 유전자 조절 모식도. (출처: 한국식물학회)

개화 신호 전달 경로

피토크롬에서 인지한 신호는 생체시계 유전자들에게 전달되어 생체리듬이 생긴다. 애기장대의 연구에 의하면 새벽에 LHY1과 CCA1 단백질이 합성되고, 이들은 저녁 유전자인 TOC1의 발현을 억제한다. 반면 TOC1은 CCA1/LHY1 유전자의 활성을 유도함으로써 피드백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생체시계 신호는 GI 단백질에 전해지고 다시 CO 단백질의 발현을 높인다. CO는 개화호르몬인 FT의 발현을 유발시키고, 잎에서 생성된 이 신호물질은 줄기생장점으로 이동되어 생식생장을 유도한다.

참고문헌

1. Grunbaum FA, Patch SK (1992) Analytic inversion of a general model in diffuse tomography. SPIE Proceedings, 344–354
2. Lin C (2000) Photoreceptors and Regulation of Flowering Time. Plant Physiol, 123: 3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