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순환

황 순환

[ sulfur cycle ]

단백질과 비타민 등의 구성 성분인 황은 생명체의 필수 원소이자 주요 구성 성분이다. 지구의 물질 순환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황으로는 가장 환원된 형태인 황화수소(H2S)와 가장 산화된 형태인 황산염(SO₄²⁻), 원소 황(S0) 등을 들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대로, 황은 H2S와 S0, SO₄²⁻ 등으로 형태를 반복적으로 바꾸어가며 순환한다. 이런 순환 경로를 "황 삼각형(sulfur triang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의 생지화학적 순환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목차

화학 무기 영양 세균

썩은 계란의 심한 악취 원인 가운데 하나인 H₂S 가스는 철과 결합하여 황화철(FeS) 또는 황철광(FeS₂)을 형성한다. 이런 황화합물 때문에 오염된 물의 침적토가 검게 보인다. 생명체 안으로 들어오면, H₂S는 시토크롬의 철과 결합하여 세포호흡의 전자 전달을 방해한다. 따라서 동식물을 비롯한 거의 모든 생물에게 H₂S는 해로운 화합물이다. 그러나 일부 화학무기영양 세균은 H₂S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은 H₂S를 산소가 있는 조건에서 S⁰를 거쳐 SO₄²⁻로 산화하며 에너지를 얻고,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고정한다. 대표적으로 BeggiatoaThiobacillus 속 세균들이 여기에 속한다. 빛이 있는 환경에서는 혐기적 광합성 세균들이 H₂S를 광분해하여 전자를 획득하고 S⁰를 방출한다. 이들 광합성 세균 가운데 일부는 S⁰를 황산염(SO₄²⁻)까지 산화시킨다. 위노그라드스키 칼럼을 이용하면 이와 같은 일련의 황 대사를 쉽게 재현하여 관찰할 수 있다.

Beggiatoa는 유황온천과 오염된 연안 등에서 빈번히 나타나며 H₂S가 많이 발생하는 오염된 환경을 알려주는 지표 미생물이기도 하다. Beggiatoa는 H₂S + O₂ → S⁰ + H₂O (ΔG=-50.1kcal/mole)의 식에 따라 S⁰를 만드는데, 많은 종들이 이것을 과립 형태로 세포 내에 축적한다. 이 때문에 Beggiatoa가 집단적으로 자라면 흰색 매트처럼 보인다. 호산성 Thiobacillus는 S⁰ + O₂ +H₂O → H₂SO₄ (ΔG=-149.8kcal/mole)의 식에 따라 S⁰를 황산(H₂SO₄)으로 산화시킨다. 이렇게 생산된 황산은 주변을 pH2 정도까지 산성화시킬 수 있다. 일례로 콘크리트 하수관 표면에 서식하는 Thiobacillus ferrooxidans가 생산한 황산은 수산화칼슘(Ca(OH)2)을 수용성 황산칼슘(CaSO4)으로 전환시킨다. 이 반응이 지속되면 하수관은 서서히 부식된다.

심해 열수구 근처에는 거기서 분출되는 H2S를 이용하여 화학무기독립영양을 하는 세균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심해 그 환경에서 1차 생산자 역할을 하여 열수구 주변에 다양한 생물의 번식을 가능케 한다. 특히 열수구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는 관벌레는 황 화학무기영양세균과 절대적 내생공생 관계를 맺어 생존한다.

황산염 환원

동화적 황산염 환원

황산염 환원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식물과 미생물은 SO₄²⁻를 흡수하여 시스테인으로 환원시켜 생명체에 필요한 황을 제공하는데, 이 과정을 동화적 황산염 환원(assimilatory sulfate reduction)이라고 한다.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H2S를 흡수하는 것이 SO₄²⁻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지만, H2S의 생체 독성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생물은 진화되지 않았다고 추측한다. SO₄²⁻는 해수에서 두 번째로 풍부한 음이온이어서 다른 영양소에 비해 생물의 성장에 제한 영양소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 SO₄²⁻는 물에 녹지만 결합하는 금속 양이온의 종류에 따라 그 용해도가 달라진다.

이화적 황산염 환원

반면, 일부 세균과 고균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SO₄²⁻를 최종 전자수용체로 사용하여 혐기성 호흡을 수행하는데, 이 과정을 이화적 황산염 환원(dissimilatory sulfate reduction)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는 동화적 황산염 환원반응과는 달리 H2S 가스가 생산된다. 대표적인 이화적 황산염 환원 세균으로는 델타프로테오박테리아(deltaproteobacteria)의 구성원인 Desulfobacter 목, Desulfovibrio 목, Syntrophobacter 목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황산염 환원 세균은 34S보다 32S를 선호하기 때문에 황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하면, 침적토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에 있는 황 화합물의 생물학적 기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해양에서의 황 순환

황산염(SO₄²⁻)은 바다에서 두 번째로 풍부한 음이온이며 해수는 중요한 황 저장소다. 특히 해양 조류에 의한 황 대사는 지구의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근 들어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플랑크톤성 미세조류과 거대조류인 녹조류 및 홍조류를 비롯한 많은 종류의 해조류는 다량의 DMSP(dimethylsulfoniopropionate)를 체내에 축적한다. DMSP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티오닌에서 만들어진다. 담수 조류는 이를 생산하지 않지만, 해조류에서는 DMSP가 삼투압 조절, 부력 조절, 냉해 방지 및 항산화 역할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MSP는 해양미생물에 의해 DMS(dimethylsulfide)로 전환되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DMS는 광학적 산화에 의해 DMSO(dimethylsulfoxid)로 산화되어 미세 알갱이 형태의 SO₂, SO₄²⁻ 등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흡습성의 알갱이는 태양광을 차단하거나 구름을 형성하는 핵의 역할을 하므로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의 양을 감소시켜 지구 온난화 효과에 반대 작용을 한다.

해양 황 순환과 해조류의 역할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집필

김응빈/연세대학교

감수

이창로/명지대학교

동의어

sulfur cycle, Sulfur cycle, 황 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