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벌레

관벌레

[ Tube worm ]

관벌레 (국문) Tube worm; Riftia pachyptila (영문)

관벌레(tube worm)는 심해 열수구 주변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의 일종으로, 1977년에 동부 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에 있는 해저 산맥의 심해 열수구(熱水口)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그림 1). 학명은 ‘Riftia pachyptila’이고, 환형동물문(Phylum Annelida)에 속한다.

그림 1. 검은 연기(Black smoker)처럼 보이는 열수구 ()

목차

서식 환경

관벌레가 서식하는 심해 열수구는 수천 미터 깊이의 깊은 바다 아래에 위치한 화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에서 볼 수 있는 화산처럼 심해 열수구에서도 마그마가 분출되는데 마그마와 함께 뿜어지는 바닷물의 온도는 200~400℃에 달한다. 이 해수에는 철을 비롯하여 여러 광물이 녹아 있어 색이 검다. 그래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하여 이 물기둥을 ‘블랙스모커(Black smoker)’라고도 한다.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는 햇빛이 전혀 닿지 않기 때문에 수온이 2℃ 남짓이고 엄청난 수심으로 인한 수압은 지상 기압의 몇 백 배에 달한다. 거기에 더해 열수구에서 나오는 초고온의 물에는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강하다는 황화수소(H2S)가 섞여 있다. 생명체가 생존하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이기 때문에 이 생물의 발견은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외양 및 특성

열수구 주변에 모여 서식하는 관벌레는 몸길이는 2m 이상, 몸통 지름은 5cm 정도이며, 키틴 성분의 하얀 관(몸통) 위에 붉은 색 깃털 같은 아가미가 붙어있는 외양이다(그림 2). 아가미는 헤모글로빈 때문에 붉게 보인다(그림 3). 관벌레는 입과 항문, 소화 및 배설기관 등이 없으며, 헤모글로빈이 있는 혈관 정도만 가지고 있다. 관벌레는 아가미를 통해 주변 환경과 물질교환을 비롯한 상호작용을 한다. 관벌레는 위협을 받으면 아가미가 관 속으로 들어가 몸통을 막아서 보호하는데, 서식 환경의 특성상 천적이 많지는 않다. 서식지의 온도는 2~30℃ 정도이며, 이들은 열수구에서 나오는 고농도의 황화수소(H2S)를 견딜 수 있다.

그림 2. 관벌레의 구조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그림 3. 관벌레의 모습 ()

생활 방식

관벌레 유충은 자유 유영을 하며 세균과의 공생 없이 독립생활을 한다. 공생세균은 관벌레의 배우자에는 없고, 고착생활이 시작되면 주변 환경에서 들어오게 된다. 이 즈음 관벌레의 소화관은 재편성 및 확대되면서 트로포솜(trophosome)이라는 독특한 기관으로 변해간다. 이 안에는 황화수소(H2S)에 있는 화학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수 있는 세균들이 들어있다. 이들 세균이 관벌레 몸무게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서 관벌레는 황 화학무기영양세균과 절대적 내생공생 관계를 맺어 생존한다. 관벌레는 공생 세균에게 서식지와 화학합성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하고, 공생 세균은 유기물을 생산하여 공급한다.

집필

김응빈/연세대학교

감수

이창로/명지대학교

동의어

Riftia pachyptila, Tube worm, 관벌레, tube 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