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클로로코쿠스

프로클로로코쿠스

[ Prochlorococcus ]

 

프로클로로코쿠스(Prochlorococcus)는 해양 시아노박테리아 문(phylum Cyanobacteria)의 한 속으로서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광합성 생물일 것이다. 전세계 대양에 존재하는 Prochlorococcus의 세포 수는 약 ~1027 개로 추정된다1). Prochlorococcus는 해마다 약 4 기가톤의 탄소를 고정하며 지구 대기에 존재하는 산소의 약 20%를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Prochlorococcus 속의 주요 특징은 직경이 0.5~0.8 µ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매우 작은 세포 크기와 특이한 광합성 색소 구성이다(그림 1). Prochlorococcus의 주요 광합성 색소는 divinyl Chl a (Chl a2; 생체 내 최대흡수파장 = 약 443~450 nm), divinyl Chl b (Chl b2; 생체 내 최대흡수파장 = 약 476~480 nm), 그리고 monovinyl Chl b (생체 내 최대흡수파장 = 약 468 nm)이다. 이런 광합성 색소 구성 때문에 Prochlorococcus의 집광 안테나 (light-harvesting antenna)는 청색 파장의 빛을 보다 잘 흡수할 수 있다. 유광층 (euphotic zone; 광도가 표층의 약 1/100 정도가 되는 깊이와 표층 사이를 뜻함) 내에서 수심이 깊어질수록 바다 속의 빛이 청색 파장 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Prochlorococcus의 이런 독특한 광합성 색소 구성은 Prochlorococcus가 바다 속의 빛을 보다 잘 이용해서 광합성을 수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림 1. Prochlorococcus의 투과전자현미경 사진. (출처: GettyimagesKorea)

목차

발견

박테리오클로필(Chlorophyll) b를 가지고 있는 매우 작은 크기의 남세균 (cyanobacteria)이 해양에서 관찰된 적은 그전에도 몇 번 있었지만, Prochlorococcus가 공식적으로 최초로 보고된 것은 1988년이다. Sallie W. (Penny) Chisholm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과 Robert J. Olson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등은 당시로는 최첨단 연구기기인 유세포분석기 (flow cytometer)를 해양연구선에 설치한 뒤 북대서양 사르가소 해 (Sargasso Sea)의 바닷물을 현장에서 직접 분석해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크기의 시아노박테리아 문(cyanobacteria) 그룹이 비교적 수심이 깊은 유광층에서 높은 농도로 존재함을 1988년에 보고했다2). 그들은 해수 시료를 유세포분석기에 흘려 보내면서 해수에 있는 각종 식물플랑크톤들의 크기와 형광 특징을 검출기 화면을 통해 분석하던 중에, 일반적으로 해수에 존재하는 식물플랑크톤이 검출되는 영역을 벗어나 아주 작은 크기의 입자들이 검출되는 영역에서 빨간색 형광 신호가 다수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이 빨간색 형광 신호들이 유세포분석기가 만들어 내는 전기적 잡음이라고도 생각했지만, 바닷물의 깊이와 온도에 따라 검출 패턴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아주 작은 크기의 미생물이 보이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후속 연구를 통해 빨간색 형광 신호를 내는 영역에서 수집된 세포들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확보하였고, 유세포분석기에서 검출되는 빨간색 형광이 이 세포들의 광합성 색소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증명되었다. 이 새로운 광합성 세균 그룹에는 이후 Prochlorococcus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는 이 그룹이 prochlorophyte라 총칭되는 chlorophyll b를 가지고 있는 Cyanobacteria 그룹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속 연구들을 통해 Prochlorococcus와 prochlorophyte는 서로 분리된 계통학적 그룹임이 밝혀졌다. 이후에 실험실에서 Prochlorococcus를 배양하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렸고, 안정적으로 실험실에서 계대 배양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이다. 아직까지 Prochlorococcus에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은 개발되지 못했다.

분포와 생태

Prochlorococcus는 북위 40도와 남위 40도 사이 열대 및 아열대 지방의 빈영양 해역 (대표적으로 아열대 환류들과 지중해 동부)의 유광층에서는 거의 늘 높은 농도로 발견된다. 반면에, 고위도 지방의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해역과 대부분의 연안 해역들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Prochlorococcus가 영양분이 매우 희박한 해역에서 주로 번성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세포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표면적 대 부피 비율이 커지게 되고 이는 영양분 획득과 빛 흡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Prochlorococcus는 자신이 산란시키는 것보다 더 많은 빛을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식물플랑크톤이다. 또한, Prochlorococcus는 빈영양 해역에서 식물성플랑크톤의 성장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영양소인 인 (phosphorus)을 다른 식물성 플랑크톤보다 적게 필요로 하는데, 이는 유전체 크기가 작고 또한 세포막의 인지질 일부를 sulpholipid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Prochlorococcus에는 LL과 HL, 2개의 생태형(ecotype)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LL (Low Light) ecotype은 빛이 약해지는 비교적 깊은 수심, HL (High Light) ecotype은 빛이 강한 비교적 낮은 수심에서 많이 발견된다. LL ecotype은 chlorophyll b/chlorophyll a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청색 파장대의 빛을 보다 잘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청색 파장은 다른 파장들에 비해 바닷속 깊이까지 투과할 수 있기 때문에, LL ecotype은 유광층의 가장 깊은 곳(약 수심 200 m) 정도에서도 발견된다.

유전체

독립생활을 하는 광합성 생물 중에는 가장 작은 크기의 유전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른바 최적유전체(streamlined genome)을 가진 대표적인 세균 그룹이다. 현재까지 약 50여개의 유전체가 보고되었으며, 단세포 유전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약 100여개에 이른다. 대부분의 유전체는 1.6~2.0 Mbp 사이의 크기와 30~40% 정도의 GC 함량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LL ecotype의 유전체는 (LL IV clade), 2.5 Mbp 정도의 크기에 50% 정도의 GC 함량을 가지고 있어서 Synechococcus와 유사하다. 대체적으로 HL ecotype이 LL ecotype에 비해 유전체 크기가 작고 DNA G+C 함량이 낮다. 유전체 비교 분석에 따르면, 거의 모든 Prochlorococcus가 공유하는 유전자의 수는 약 1,000개 정도이다. 하지만, Prochlorococcuspan-genome 크기 (특정 기준 이상으로 서로 유사한 유전자를 하나로 세었을 때, 특정 그룹의 생물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수의 총합)는 현재까지 약 13,000개로 알려져 있고, 유전체가 추가되면 계속 증가해서 약 8만-9만 개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단세포 유전체학 (single cell genomics)을 활용한 최근 연구에서는 하나의 바닷물 시료 안에 서로 다른 "genomic backbone"을 가진 수백 개의 Prochlorococcus 개체군이 공존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3). Prochlorococcus의 유전체에 대한 정보는 에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

집필

조장천/인하대학교

감수

김봉수/한림대학교

참고문헌

1. . 보조자료로 Prochlorococcus에 대한 짤막한 소개 영상이 제시되어 있으며, 유튜브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
2. Chisholm SW, Olson RJ, Zettler ER, (…..), Welschmeyer NA. 1988. A novel free-living prochlorophyte abundant in the oceanic euphotic zone. Nature. 334: 340-343.
3. Kashtan N, Roggensack SE, Rodrigue S, (…..), Chisholm SW. 2014. Single-cell genomics reveals hundreds of coexisting subpopulations in wild Prochlorococcus. Science. 344: 416-420.

동의어

Prochlorococcus, 프로클로로코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