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 위의 스포츠! 스키와 스노보드 정복하기

눈(雪) 위의 스포츠! 스키와 스노보드 정복하기

주제 인문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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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는 계절에 만나게 되는 하얀 눈은 무조건 사랑할 수도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애증의 대상이다.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기도 하고 새하얗게 변한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한편으로 1cm도 쌓이지 않은 눈 때문에 도시 교통이 마비되기도 하고 미끄러운 줄 모르고 눈 쌓인 길을 걸었다가 심하게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한다.

푹신하게 쌓여서 통행을 방해하고 쉽게 미끄러져 불안함을 주는 눈의 단점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와 ‘스노보드’다. 전 세계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인구는 6천만 명에 달하며 우리나라도 2013년 초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성인의 36%가 ‘탈 줄 안다.’라고 대답해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둘 중에서 원조는 당연히 스키다. 스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스키 장비는 기원전 6천 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와 동물의 뼈를 평평하고 길쭉하게 깎아 잘 미끄러지게 만든 스키 형태의 신발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스키의 어원은 눈이 많이 내리고 지형이 험해 경사가 심한 북유럽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발 밑에 묶어 눈 쌓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널빤지 모양의 플레이트 장비가 노르웨이에서는 쉬드(skid), 스웨덴에서는 휘다(skida), 핀란드에서는 숙시(suksi)로 불렸고 오늘날의 스키(ski)가 됐다.

스키는 19세기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1980년 금속으로 만든 바인딩 장치가 개발됐다. 신발과 플레이트를 단단히 결속시키면서 조종성이 향상됐고 그만큼 안정성도 높아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관련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플레이트 이외에 다양한 장비를 갖춰야 스키를 탈 수 있게 됐다. 지팡이처럼 생긴 기다란 폴, 발목 고정을 담당하는 방수 부츠, 이물질이나 밝은 빛으로 눈이 상하는 것을 막는 고글,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 동상과 부상을 방지하는 장갑, 바람을 막아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스키복 등이다.

스키 장비 중의 핵심은 플레이트다. 눈 위에서 잘 미끄러짐과 동시에 조종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바닥이 평평한 스키 플레이트는 왜 그렇게 쉽게 미끄러지는 것일까. 눈과 플레이트 모두 고체이므로 당연히 마찰력이 생겨서 속도가 줄어드는 게 정상이 아닐까.

스키 플레이트는 중력과 마찰력이라는 두 가지의 힘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미끄러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중력은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긴다. 평평한 곳에서는 운동 방향과 직각이 되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경사가 심할수록 중력의 작용이 운동 방향에 가까워져 이동이 쉬워진다. 산이 높은 교외에 스키장이 위치한 이유다.

마찰력을 줄이는 것도 플레이트를 미끌어지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고체보다는 액체의 마찰력이 덜하므로 눈에 열을 가해 녹이면 그만큼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프랭크 보우든(Frank P. Bowden)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는 1939년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에서 스키 실험을 진행했다. 평소의 눈은 영하 상태의 온도를 유지하지만 중력으로 인해 플레이트가 무게를 가해 경사면을 미끄러지면 압력과 마찰열이 발생해 결국 녹아내려 마찰력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스키 플레이트의 속도가 높아지거나 기온이 심하게 낮아지면 눈을 녹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이때는 플레이트 밑면에 왁스를 발라 더욱 미끄럽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보우든 교수는 1953년 여러 종류의 왁스로 후속 실험을 진행해 정확한 마찰계수를 찾아냈다. 노르웨이와 스위스와 같은 산악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왁스는 플레이트의 마찰력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여주었다. 그래도 마찰력이 가장 작은 순간은 섭씨 0도 가까운 온도에서 눈이 녹기 시작할 때다. 너무 추운 날씨에는 스키를 제대로 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마찰력을 줄여 미끄러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스노보드도 마찬가지다. 스노보드는 여름철에 파도타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겨울에도 서핑이 가능하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1963년 중학교 2학년의 미국 청소년 톰 심스(Tom Sims)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도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서핑보드를 약간 개량해 눈 위에서 타는 ‘스너퍼(Snurfer)’를 선보였다. 1971년에는 ‘스노보드(snowboard)’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초의 스너퍼 대회는 1968년부터 개최됐고 1980년에는 스노보드 대회로 명칭을 바꾸어 계속됐다. 스노보드는 스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1993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 ESPN이 스노보드 대회를 중계한 후, 1998년에 동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금은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스노보드를 즐기고 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마찰력을 적절히 높여주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마찰력이 없으면 경사지를 내려오면서 속도가 점점 높아지고 결국에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속도를 높이되 적절한 순간에 턴(turn)이라는 회전 운동을 실행한다.

평평한 바닥에 스키 플레이트를 높고 옆에서 바라보면 ‘캠버(camber)’라 불리는 가운데 부분이 약간 떠 있다. 사람이 플레이트 위에 올라서면 무게에 의해 캠버가 땅에 닿으면서 전체가 평평해져 미끄러짐이 극대화된다. 반면에 턴을 할 때는 몸과 다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에지(edge)’라 불리는 플레이트 양쪽 날이 눈 속을 파고들게 한다. 이때는 캠버가 수평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리버스 캠버(reverse camber)’ 현상이 발생해 마찰력이 커진다. 또한 눈과 플레이트 사이에 곡선이 형성돼 자연스럽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스노보드 기술 중 재빠르게 회전하며 고속으로 하강하는 ‘카빙 턴(carving turn)’은 옆 날 에지만 이용하기 때문에 보드 밑바닥 면 전체를 사용하는 ‘슬립 턴(slip turn)’ 기술보다 속도를 30% 이상 높일 수 있다. 턴을 할 때 발가락이나 발꿈치 방향 중에서 눈에 닿는 부분에 더욱 힘을 주어 리버스 캠버 현상을 일으키고 에지를 이용해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 선수들이 몸을 심하게 기울이는 것도 에지를 세워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경사지를 고속으로 내려갈 때 몸을 심하게 기울이면 중력의 작용이 커지기 때문에 바닥에 쓰러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몸을 기울이지 않으면 원심력으로 인해 회전 중심의 바깥쪽으로 넘어진다. 두 힘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카빙 턴의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빠른 속도로 멋지게 회전해서 눈 덮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겨울 스포츠다. 스릴이 커질수록 사고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정확한 회전 기술을 익히고 마찰력과 회전력을 적절히 제어해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 임동욱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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