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편, 칼데라 지리여행

울릉편, 칼데라 지리여행

[ -Caldera Geotravel ]

주제 환경, 지구과학, 사회
칼럼 분류 체험기사
칼럼 작성일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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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편, 칼데라 지리여행 본문 이미지 1

‘신비의 섬 울릉도!’. 울릉군청의 울릉도 관광안내 문구다.1) 울릉군청은 왜 울릉도를 신비로운 섬이라 소개하고 있는 것일까? 발 닿기가 어려운 머나먼 깊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일까? 아니면 동극(東極)에 위치한 독도의 지정학적 아련함 때문일까? 울릉군이 말하는 ‘mysterious island’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대체 왜 울릉도가 신비롭다는 것일까?

한마디로 울릉도는 보물섬이다. 규모에 비해 보물 같은 볼거리가 너무도 많다. 울릉도 지리여행 콘텐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화산, 동식물, 섬 생활상이 바로 그것. 이 중 뭐니 뭐니 해도 으뜸은 화산 경관이다. 울릉도 지형에 대한 이해 없이 동식물도, 또 그곳의 인문 경관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 울릉도 보물을 잘 건지기 위해선 울릉도 땅의 생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250만 년 전, 3천m, 조면암, 급사면, 칼데라, 외륜산, 이중화산, 중앙화구구, 지하수 등이 울릉도 화산 지형을 구경하기 위한 주요 키워드들이라면 성인봉, 나리분지, 알봉, 알봉분지, 추산 수력발전소는 이와 관련된 고유명사들이다. 그럼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며 본격 울릉도 지리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충분한 여유를 갖고 찬찬히 관찰해 보는 거다.

울릉도 화산 경관은 칼데라로 대표된다(그림 1). 칼데라만 잘 구경해도 힘들여 울릉도 간 본전은 뽑는다. 칼데라(caldera)란 화산 폭발이 끝난 후 마그마가 빠져나와 생긴 지하의 빈 공간이 산 정상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꺼져 생긴 넓은 함몰분화구를 말한다. 세계 최대의 칼데라는 일본 아소산 칼데라로 지름 20km, 둘레 130km 정도의 놀라운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칼데라가 발견되는 곳은 백두산과 울릉도 두 곳뿐. 백두산 칼데라에는 천지(天池)가 칼데라호(湖)를 이루고 있으며, 울릉도 칼데라에는 나리분지(羅里盆地)와 알봉분지가 들어서 있다.

그림 1. 울릉도 칼데라

그림 1. 울릉도 칼데라 지름 3km, 길이 10km 정도의 외륜산 가운데에 나리분지와 알봉분지가 들어서 있다. 빨간 점선은 칼데라 외륜산을, 파란 점은 추산용천을 가리킨다. 북쪽 외륜산(빨간 점선이 없는 부분)은 약 1만2천 년 전의 강력한 화산폭발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인용: 네이버 지도)

그럼 울릉도 칼데라를 어떻게 구경해야 할까? 칼데라의 전체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성인봉(聖人峰)으로 올라가 보자(사진 1). 이곳은 ‘지리여행이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평소의 지론이 딱 들어맞는 장소다.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984m)을 중심으로 미륵산(901m)과 나리봉(840m)을 좌우로 잇는 들쑥날쑥한 외륜산과 그 가운데로 움푹 꺼져 내린 분화구가 환상적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는 약 2만 년 전까지만 해도 울릉도 칼데라에 백두산 천지처럼 물이 가득 차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2)

사진 1. 성인봉 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칼데라 전경

사진 1. 성인봉 전망대에서 본 울릉도 칼데라 전경 사진 왼쪽의 높은 능선은 외륜산(A), 앞쪽 평지는 알봉분지(B), 그 뒤편으로 오똑 솟은 분화구는 알봉(C)이다. 오른쪽 귀퉁이에 나리분지(D)가 보인다.

칼데라를 둘러싼 외륜산의 지름은 대략 3km. 그 속에 나리분지와 알봉분지가 들어가 있다(사진 2).3) 직경 1km, 면적 약 3.7km2의 나리분지의 해발고도는 대략 350m로 성인봉과는 630m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나리분지에 쌓여 있는 화산재 층 깊이는 약 60m로 울릉도 유일의 평탄지를 이루고 있어 한때 비행장 또는 축구장 건설 부지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우매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진 2. 칼데라 내부의 나리분지

사진 2. 칼데라 내부의 나리분지 나리분지 뒤로 높게 보이는 평탄한 지형은 알봉분지로 나리분지보다 100m 가량 고도가 높다. 나리분지가 제주도와 달리 검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나리분지를 만든 용암이 현무암보다 색깔이 연한 조면암질 용암이기 때문이다.

한편, 알봉분지는 알봉(538m)에서 분출된 용암이 만든 분지다(사진 3). 알봉은 약 1만2천 년 전의 화산폭발로 북측 외륜산이 파괴된 후 칼데라 호숫물에 잠겨있던 나리분지가 육상으로 노출된 다음 분출된 화산체다.2 알봉은 울릉도 칼데라의 중앙화구구에 해당된다. 중앙화구구(中央火口丘, central cone)란 칼데라 내부에서 다시 폭발해 생긴 화산을 말한다.

사진 3. 알봉분지에서 바라다 본 성인봉(사진 가운데 높은 산)

사진 3. 알봉분지에서 바라다 본 성인봉(사진 가운데 높은 산) 성인봉에서 내려오면 알봉분지를 먼저 만나게 된다. 알봉분지의 일부는 현재 밭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인봉에서 내려와 칼데라 속으로 걸음을 옮겨 보자. 성인봉에서 내려오면 먼저 알봉분지를 만나게 된다. 칼데라 외륜산은 경사가 급해 하산 시 조심해야 한다. 곳곳에 40도 전후의 급경사면이 도사리고 있다. 해발 600m 인근에선 성인봉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을 지나치게 된다. 숲속 곳곳에서 나무 밑둥이 심하게 굽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급경사면을 따라 천천히 토층이 움직인다는 토양포행(土壤匍行, soil creep)이 만들어낸 결과다. 성인봉에서 내려와 신령수 약수터를 벗어나면 제법 평탄한 알봉분지에 이르게 된다.

칼데라 내부를 걷는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용암 분출사를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봉분지길은 색깔이 허옇다. 푸석푸석한 게 발밑에서 뭔가 깨지는 느낌도 든다. 알봉이 뱉어낸 부석(浮石, pumice) 때문이다(사진 4). 경석(輕石)이라고도 불리는 이 돌은 아주 가벼워 물에 잘 뜬다. 발꿈치 미는 구멍 뚫린 바로 그 돌이다. 부석은 칼데라에서 자주 발견된다. 백두산의 백(白)자도 부석층이 많아 산머리가 하얗게 보이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 4. 알봉분지 부석길

사진 4. 알봉분지 부석길 알봉분지길은 부석이 두껍게 자연 산포되어 있어 허연 색깔을 띠고 있다. 사진 오른쪽 뒤로 뾰쪽하게 솟은 송곳산(491m, 추산이라고도 함)이 보인다.

이 알봉분지를 지나가면 나리분지가 나온다. 나리분지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나리분지 위를 알봉의 화산분출물이 덮었다는 말이 실감난다. 알봉분지와 나리분지는 약 100m 정도의 고도차가 난다. 나리분지에는 알봉분지와 달리 사람이 살고 있다. 나리분지에 펼쳐진 넓은 밭 주변으로 관광객을 위한 식당과 민박집들이 보인다. 과거 원주민들이 살았던 투막집과 너와집도 보인다.

울릉도 칼데라는 울릉도에 인간의 거주를 허락한 장본인이다. 울릉도 정상에 칼데라가 없었다면 울릉도는 지금과는 판이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처럼 1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살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연간 4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아올 수 없음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칼데라가 없었다면 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울릉도 칼데라는 제주도 곶자왈 같은 곳이다. 이곳은 거대한 지하수 물탱크다. 칼데라 내부에 담겨진 지하수는 외륜산 외부로 흘러나가 울릉도 주요 하천의 수원을 이루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나리분지에서 북서쪽으로 1.2km 떨어진 곳에 추산용천이라는 우리나라 최대의 용천이 자리하고 있다(사진 5).

사진 5. 추산용천(그림 1의 파란색 점)

사진 5. 추산용천(그림 1의 파란색 점) 이 용천에서 솟아오르는 하루 약 3만2천 톤의 용출수는 울릉도 전기의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울릉군은 최근 이 용출수를 사용해 먹는 샘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용천수가 용출되고 있는 곳은 해발 약 300m 지점. 나리분지 한복판의 해발고도보다 50m 정도 낮다. 이곳에서는 하루 최대 3만2천 톤의 지하수가 솟아오르고 있다.4) 현재 울릉군은 이 용출수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있다. 이 용천 아래에 위치한 추산 수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울릉도 전체 전기 생산량의 20%를 넘는다. 실로 엄청난 에너지 공급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울릉군은 이 1급수 계곡물을 원수로 한 먹는 샘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릉도는 신비의 섬이다. 내용을 파고들면 들수록 신비롭기만 하다. 250만 년 전부터 바다 속에서 솟아오른 3천m의 화산체가 지금은 3분의 1 정도만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섬. 제주도 현무암과는 다른 조면암질 용암으로 점성이 높아 급사면을 이루고 있는 섬. 그래서 아직도 일주도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섬. 이런 이야기를 새롭게 늘어놓기 시작하면 이 글이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다.

울릉도 칼데라는 울릉도 관광의 핵심 콘텐츠다. 울릉주민의 건강한 삶과 지속가능한 울릉도 관광을 위해 울릉도 칼데라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이 칼데라는 우리나라 명승지로 반드시 지정해야 할 곳이다. 울릉도 칼데라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될 자격도 충분하다. 이것이 바로 칼데라 지리여행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추천 여행지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7.4km, 동해안의 죽변에서는 동쪽으로 216.8km 떨어져 있는 섬이 있다. 바로 독도다.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독도는 동도와 서도, 2개의 큰 섬과 주위에 89개의 부속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1982년 문화재청은 독도를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했고, 1999년 천연보호구역으로 변경했다. 2009년에는 환경부 고시로 특정도서로 지정, 독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독도는 화산암체로 이루어져 있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그리고 섬의 경사가 심해 비가 내려도 빗물이 비탈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토양이 건조한 편이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독도에는 60여 종의 식물이 발견된다. 억새나 산조풀과 같은 벼과 식물이 주를 이루고, 민들레, 괭이밥, 질경이와 같은 본초류도 발견된다. 또한 독도는 동해를 건너는 조류의 중간 서식지 구실을 하고 있다. 독도에는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 등 22종의 조류가 발견된다.

1년에 50일 정도만 접안이 허락되는 독도, 울릉도의 칼데라 지리여행을 끝내고 아름다운 독도까지 볼 수 있다면 더욱 풍성한 여행이 될 것이다.

  • 박종관 -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지리학과 교수(), 문화체육관광부 생태관광컨설팅위원장(MP)

사진

  • 박종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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