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 막지 못한 터널의 꿈, 해저터널의 비밀

바다도 막지 못한 터널의 꿈, 해저터널의 비밀

주제 건설/교통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0-11-22
원본보기
바다도 막지 못한 터널의 꿈, 해저터널의 비밀 본문 이미지 1

최근 한국-일본-중국을 잇는 해저터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0년 10월 정부가 한-중-일을 잇는 국제철도에 대해 기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저터널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중-일을 해저터널로 연결하면 교류의 폭은 늘어나겠지만 바다 밑으로 터널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터널 위로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 때문이다. 자칫 터널 안으로 바닷물이 유입된다면 그 피해는 육상 터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때문에 바닷속에 터널을 짓기 위해서는 안전한 터널공법이 필수적이다.

터널을 만드는 재래식 공법은 발파(대상물 속에 구멍을 뚫어 폭약을 재어 넣고 폭파시키는 것)와 굴착을 해나가면서 목재나 철재로 지지대를 세워 굴착 면을 보호하는 것이다. 광산의 갱도를 파내려가는 방식을 연상하면 되는데, 이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공사 진행 속도도 느리다.

이를 보완한 방법이 1956년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공법이다. NATM은 발파해가며 계속 터널을 뚫어 나간다는 점에서 재래식 공법과 비슷하지만 터널 굴착 시 터널 내부를 지지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철재나 목재 지지대 대신 빨리 굳어지게 하는 급결제를 섞은 시멘트 모르타르를 압축공기로 밀어내 굴착한 표면을 콘크리트화 시키는 방식이다.

NATM 공법은 지반 자체를 지지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공법을 사용해 만든 철도 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 세이칸 철도 터널이다. 우리나라 지하철 5호선 한강 하저터널도 이 방식으로 시공했다. 하지만 공사 속도가 TBM 공법 등에 비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굴착기로 지반을 뚫는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도 많이 선호되는 방식이다. TBM은 화약장전에 의한 발파 작업이 불가능한 연약지반 터널 공사에 많이 이용돼 왔다. 이 굴착기는 거대한 기차처럼 생겼는데, TBM 본체와 TBM 후속 트레일러, 후속 설비로 구성돼 있다. 후속 장비들로 단단히 고정된 앞쪽의 TBM 본체가 회전해 나가며 해저를 뚫어 터널을 만든다. 땅속을 파며 이동하는 지렁이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TBM 공법으로 건설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프랑스를 연결하는 유로터널과 일본의 도쿄만 해저터널 등이 있다. 이 공법은 고가의 첨단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진행속도가 일반 발파식 공법보다 최대 10배까지 빠르다. 하지만 지반이 갑자기 바뀔 경우 대처가 늦고 장비가 고가인데다 유지보수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뉴스에 많이 등장한 침매(沈埋) 공법은 육상에서 만든 구조물을 가라앉혀 바다 속에서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이 공법은 강이나 바다 밑에 트렌치(trench)를 굴착해 놓고 작업장에서 침매함(沈埋函:터널 구조체)을 만들어 해저 터널이 설치될 장소로 운반한다. 그 다음 미리 조성된 트렌치에 침매함을 설치한 후 다시 묻어서 터널을 완성시키는 공법이다.

침매공법은 1910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하저 철도 터널에 본격적으로 적용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12월에 개통되는 거가대교 중 가덕도~대죽도를 잇는 길이 3.7km 구간이 이 공법으로 건설됐다. 길이 180m, 무게 4만 5,000톤의 거대한 터널 구조물 18개를 만들어 빠뜨린 다음 해저에서 고무 가스켓으로 수중 접합해 연결시켰는데, 파도와 바람, 조류가 심한 외해(최고 수심 48m)의 연약지반에 시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토목 기술력을 입증했다.

침매공법은 연약지반에 시공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침매함 연결 작업이 쉽지 않아 현재의 기술로는 최대 수심 60m까지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해는 최대 수심 80m, 대한해협은 200m 안팎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중 터널, 한-일 터널에는 이 공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외국의 주요 해저터널로는 1988년 완공된 일본 세이칸 철도 터널이 대표적이다. 이 터널은 총 길이 53km로 세계 최장이다. NATM 공법으로 만든 이 터널은 해저를 100m 깊이로 23km나 뚫어 일본 혼슈(本州) 북단인 아오모리(靑森)와 홋카이도(北海道)의 하코다테(函館)를 연결했다.

이웃나라와 연결하는 국가 간 해저터널로는 프랑스~영국을 연결하는 유로터널(Eurotunnel) 중 도버해협 해저 38km 구간이 있는데, TBM 공법으로 시공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웃 국가 간 해저터널 연결은 기술적 문제 이외에도 풀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부산과 후쿠오카(福岡)를 연결하는 한 · 일 해저터널(230km)만 해도 한국과 일본이 수년 전부터 논의 중이다. 하지만 해저터널에 대한 효용성에 대해 양국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공사비 때문이다. 정부도 2040~50년대나 돼야 한-중-일 터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와 영국을 연결하는 도버해협 터널이 최초 구상부터 양국 합의까지 무려 182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되새김질해 볼 필요가 있다.

  •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연관목차

377/1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