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로켓의 부활, 나로호!

한국형 로켓의 부활, 나로호!

주제 우주/항공/천문/해양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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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봉했던 영화 ‘신기전’은 한국의 신무기를 막아야 하는 명나라와 지켜내야 하는 조선을 소재로 삼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수많은 로켓포가 하늘을 뒤덮고 명과 여진족의 연합군은 세상에서 처음 보는 신무기에 속수무책이다. 영화 속 통쾌한 반전을 이룬 최첨단 무기는 바로 조선시대 실재했던 신기전이다. 세계우주학회 IAF가 인정한 세계 1호 로켓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신기전은 당시 우리 과학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역사다.

신기전 이후 600여 년 잠자고 있던 한국형 로켓이 부활했다. 2009년 8월 25일 전남 고흥반도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1차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발사체 나로호(KSLV-1)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로켓은 ‘절반의 성공’만 거둔 채 지구로 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발사 직후 1단 로켓은 성공적으로 분리됐지만 2단 로켓에 장착돼 있던 과학기술위성 2호는 원래 궤도인 306km보다 높은 약 340km 상공에 올려졌다. 위성을 덮고 있던 덮개(페어링) 두 개 중 하나만 분리돼 나로호의 무게 중심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6개월여의 조사 끝에 나로호의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이유가 발표됐다. 로켓 내부에 전기적 결함이 있어 페어링 분리화약이 제대로 폭발하지 않았거나, 화약이 폭발했는데 기계적으로 문제가 생겨 페어링이 제때에 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원인을 알아낸 연구진들은 페어링 분리에 관한 시험만 400차례 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작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절치부심으로 공들인 끝에 나로호의 2차 발사가 다가왔다. 2010년 6월 9일이 바로 그 날이다. 1차 발사의 경험으로 더욱 철저한 준비를 했으니 이번의 성공 확률은 더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0년 5월 30일 공개된 나로호 발사 동영상에서도 페어링 분리 외에 다른 문제는 없었다. 이제 완벽하게 준비한 나로호가 발사돼 과학기술위성 2호를 제 궤도에 올리고, 한국을 세계 10번째 스페이스클럽 국가 대열에 올려놓는 일만 남았다.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연구로 만드는 우리 국가대표 나로호는 총 2단으로 구성된 우주발사체다. 1단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현지에서 개발한 액체 연료 로켓이고, 킥 모터라고 부르는 2단 부분은 항공우주연구원이 설계한 것으로 고체 추진 로켓으로 구성돼 있다. 2단의 윗부분에 우리 손으로 만든 과학기술위성 2호가 실리게 된다.

무려 5,000여억 원이 투입된 이 로켓은 수명은 얼마나 될까. 간단히 말해 채 10분이 되지 않는다. 발사 후 238초 만에 1단이 분리돼 태평양에 떨어져 나가고, 관성에 의해 300km까지 날다가 580초가 되면 2단 부분에서 위성이 분리돼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흔히 로켓이라고 부르는 위성이나 우주선의 발사체는 미사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로켓의 상층부에 탄두가 실리면 미사일, 특히 핵을 실으면 핵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올리면 발사체, 즉 로켓이 된다.

과거에는 발사체의 연료로 고체추진제를 사용했으나 나로호는 액체추진제를 사용했다. 고체추진로켓은 공장에서 고체추진제를 한 번 넣으면 10년은 보관이 가능하다. 따라서 많은 양을 보관할 수 있고,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불꽃을 제어하기 어려워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리는 발사체에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액체추진로켓은 벨브를 이용해 타오르는 불꽃을 조절할 수 있다. 연료가 나가는 통로를 벨브로 조여서 막으면 연료 공급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폭발력도 액체추진제가 고체추진제보다 크다. 그래서 연료를 발사 직전에 넣어야 하고 폭발의 위험도 크지만 대형 로켓을 쏠 때는 액체추진제를 사용한다.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려주는 로켓이다. 로켓이 위성을 궤도에 밀어 넣어주는 힘, 즉 추력에 따라 위성의 성패가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 로켓이 없으면 늘 외국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위성이 있어도 다른 나라에서 쏘아주지 않겠다고 하면 위성은 고철덩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외국 로켓을 이용할 때 한국위성의 제원과 특징 등의 첨단정보가 자연스럽게 로켓 보유국에 전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자국 로켓이 없어서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발사한 아리랑 2호라는 해상도 1m급의 세계 최고 정밀도를 갖춘 관측위성을 개발하고도 로켓이 없어 당시 러시아제 ‘로콧’이라는 로켓에 발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미래를 따지면 자국 로켓은 매우 경제적이다. 만약 위성발사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아리안 5호 로켓을 이용한다면 대략 500억 원의 발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러시아제 ‘로콧’이 약 125억원 든 것에 비하면 가격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위성을 한 번 쏘려고 그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나로호의 성공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번에는 비록 100kg급 소형위성이지만 10년 뒤 1톤급 상용위성을 무사히 쏜다면 우리도 다른 나라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대신 쏴주겠노라고 세계 위성시장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 소국의 설움을 떨쳐버리고 우리의 독자적인 하늘을 갖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지난 92년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첫 한국위성 우리별 1호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우리별 시리즈와 아리랑 1, 2호, 고체로켓 KSR-3까지 모두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우주개발작품은 모두 현실화됐다. 이제 대덕연구단지에서 시작된 나로호라는 작지만 큰 뜻을 가진 배는 이제 곧 닻을 올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항해를 시작할 것이다.

※ 과학향기 제868호 ‘미래를 쏘아 올리다 - KSLV(2009년 1월 26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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