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도 채소가 자란다?··· 식물공장

남극에도 채소가 자란다?··· 식물공장

주제 농림/수산(축산/임업), 에너지자원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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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공장이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채소나 곡물을 ‘공장’에서 공산품을 만들듯 대량으로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1999년 미국 컬럼비아대의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30층 규모의 빌딩농장이 5만 명의 식량을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하며 빌딩형 식물공장 모델을 처음 제시했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너무나 먼 미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 데스포미어 교수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현재 식물공장 50개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2012년까지 100개의 식물공장을 더 만들 계획이다. 유럽도 비슷하다.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리 온실과 태양광을 이용한 농촌형 식물공장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식물공장은 외부와 제한적으로 차단된 환경만 제공하는 기존 비닐하우스에서 크게 진화한 형태다. 폐쇄된 식물공장은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공기조절기로 온도를 유지한다. 토양 대신 양분을 포함한 배양액을 주고, 태양빛마저 LED 등 인공조명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로봇자동화 기술을 이용, 무인생산시스템까지 적용하는 것처럼 갈수록 기술이 첨단화되고 있다.

이러한 식물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땅과 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대규모 ‘농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이상기후 등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에도 생산성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기에 신선하고 균일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밀폐된 공간의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 해충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을 얻을 수도 있다. 특정 파장의 빛을 혼합하면 식물별 특정 물질을 촉진시켜 항산화물질 등 식품첨가원료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서는 식물로부터 경구백신 단백질을 얻어내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식물공장’ 파급이 제한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우선 비닐하우스보다 17배 정도 많은 시설비가 든다. 또 노지농업이나 비닐하우스 농업은 ‘빛’이 되는 태양광을 공짜로 얻을 수 있지만, 식물공장에서는 형광등과 백열등을 광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전기료가 든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늘어나는 채소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유통비가 든다는 점이다. 특히 독일의 베를린, 영국 런던, 스위스 베른, 스웨덴 스톡홀름처럼 높은 위도에 위치한 유럽 도시들의 경우 일조량이 부족하다. 이들 도시들은 겨울철 채소를 남부의 스페인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비행기로 공수해 오고 있다. 런던의 경우 채소 1kg을 공수하는 데 이산화탄소가 430g이나 발생한다. 그런데 탄산가스 배출규제가 강화되면 수송비로 인해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LED 등장은 ‘식물공장’을 확산시킬 수 있는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LED가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류를 빛으로 바꾸는 비율을 ‘광변환비율’이라고 하는데, 백열등은 8%, 형광등은 20% 수준이다. 반면 LED는 25~30%다. 광변환비율이 높다는 것은 열이 덜 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광원을 식물에 가까이 둘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빛의 세기는 광원과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결국 LED는 형광등이나 백열등에 비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효과적인 광원이 된다.

빛을 쉽게 조합할 수 있다는 것도 LED의 장점이다. 자연광인 태양광에는 붉은색, 주황색, 노랑색, 파랑색, 남색, 보라색 등 여러 색이 섞여 있다. 형광등 빛에도 노란색, 초록색 등의 색이 섞여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식물에 따라서 좋아하는 빛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식물에 따라서 빛이 적색 : 청색 비율이 5 : 1, 8 : 1, 10 : 1, 20 : 1 등으로 조합될 때 생육이 가장 잘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제한 없이 공짜로 빛을 얻을 수 있는 태양과는 달리, 인공광원의 빛은 그 자체가 비용이다. 식물에 따라 최적의 비율을 만들어, 꼭 필요한 만큼의 빛을 쪼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결국 LED가 식물공장의 광원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효율성 때문인 셈이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의 식물공장 연구도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지난 1월 남극 세종기지에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설치했고, 국립농업과학원 내에 오는 10월까지 지하 1~3층, 높이 10m, 면적 396m2 규모의 빌딩형 공장과 높이 10m, 면적 50m2 규모의 수직형 공장, 총 2동을 건설하는 중이다. 또한 식물공장을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민간기업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식물공장의 경쟁력은 결국 식물의 종류에 따라 최적의 빛 혼합비율을 찾아내 빛을 가장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공식을 찾아내고 파종, 발아, 수확, 포장 전 과정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시작은 늦었지만 가능성은 있다. LED 분야의 강국인데다 생산효율을 높이게 될 IT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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