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게톤

플레게톤

하계의 신

[ Phlegethon ]

요약 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을 감싸고 흐르는 강, 혹은 강의 신이다. 플레게톤은 물이 아니라 불이 흐르는 강으로 망자는 이 강을 지나는 동안 불에 의해 영혼이 정화되어 하데스의 나라로 들어간다. 불의 강 플레게톤은 슬픔의 강 아케론, 탄식의 강 코키투스, 망각의 강 레테, 증오의 강 스틱스와 함께 하데스의 나라를 아홉 물굽이로 감싸고 흐른다.
저승의 강을 건너는 망자들

저승의 강을 건너는 망자들

외국어 표기 Φλεγέθων(그리스어)
구분 하계의 신
상징 불의 정화
어원 타오르는, 불타는
별칭 피리플레게톤(Pyriphlegethon, ‘불의 플레게톤’, 혹은 ‘불길이 타오르는’)
관련 자연현상 화산, 용암

신화 이야기

저승을 흐르는 강

호메로스는 망자가 저승으로 가려면 슬픔의 강 아케론, 탄식의 강 코키투스, 불의 강 플레게톤, 망각의 강 레테, 증오의 강 스틱스 등 다섯 개의 강을 차례로 건너야 한다고 했다. 망자의 영혼은 슬픔과 탄식에 젖어 아케론과 코키투스를 건넌 뒤 플레게톤의 불길 속에서 영혼을 정화하고 망각의 강 레테의 강물을 마셔 이승에서의 일들을 모두 뒤로 한 채 증오의 강을 건너 영원히 하데스의 나라로 들어가는 것이다(전승에 따라 레테와 스틱스는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망자의 영혼은 저승의 강을 건널 때 뱃사공 카론의 배를 타야 하는데 이때 반드시 뱃삯을 지불해야 한다. 장례 때 망자의 입에 동전을 물려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저승에 들어가지 못하고 스틱스 강가에 머물러 있어야 하므로 망자에게 카론의 뱃삯을 챙겨주는 일은 장례에서 매우 중요한 의식이었다.

플레게톤에 관한 후대 작가들의 언급

플라톤은 『파이돈』에서 ‘피리플레게톤’(불의 플레게톤)이 오케아노스아케론 두 강의 중간 지점에서 솟아올라 온통 불길이 이글거리는 광활한 지역으로 쏟아져 내려서는 물과 진흙이 끓어오르는 거대한 호수를 이룬다고 했다. 그런 다음 피리플레게톤의 질퍽한 진흙 물줄기는 원을 그리며 땅 주변을 돌아 타르타로스로 흘러들어간다고 했다.

로마의 시인 세네카는 비극 『오이디푸스』에서 테바이를 휩쓸고 있는 역병을 묘사할 때 저승의 강 플레게톤이 흐름을 바꾸어 테바이의 시냇물과 합류했다고 표현하였다. 저승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죽음의 기운이 테바이를 감싸고 흐르는 탓에 도시에 역병이 창궐한다는 것이다.

또 단테는 『신곡』 ‘지옥편’에서 플레게톤을 펄펄 끓는 피가 흐르는 강으로 묘사하면서, 이승에서 눈먼 탐욕과 어리석은 분노에 사로잡혀 타인을 해친 폭군, 살인자, 강도 등이 이곳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영국의 시인 밀턴도 『실락원』에서 지옥을 흐르는 다섯 개의 강을 언급하였다. 그에 따르면 천상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지옥으로 떨어진 악마의 무리들은 우두머리인 사탄이 지상으로 떠난 사이 “저 험악한 세계(지옥)를 탐험코자 대담한 모험에 나서” 지옥을 흐르는 강을 따라 사방으로 나아갔는데, 그 강들은 “죽음 같은 미움의 물결인 증오의 강, 검고 깊고 뼈저린 비애의 강, 회한의 통곡 소리 드높은 비탄의 강, 폭포 같은 불길이 분노로 이글거리며 용솟음치는 무시무시한 불의 강,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조용히 흐르는 망각의 강”이라고 했다.

참고자료

  • 플라톤, 『파이돈』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 단테, 『신곡』, 지옥편.
  • 밀턴, 『실락원』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