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티탄 신족

[ Epimetheus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 신족이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이고 판도라의 남편이다. 형 프로메테우스와 함께 만물의 창조에 관여하여 인간과 동물에게 각각의 재능을 부여하는 일을 담당했으나, 특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온다.
에피메테우스에게 상자를 건네는 판도라

에피메테우스에게 상자를 건네는 판도라

외국어 표기 Ἐπιμηθεύς(그리스어)
구분 티탄 신족
상징 어리석음
어원 뒤늦게 생각하는 자
별, 별자리 토성의 제11위성
관련 사건, 인물 만물의 창조, 판도라의 상자
가족관계 판도라의 남편, 프로메테우스의 형제, 이아페토스의 아들

에피메테우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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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메테우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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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메테우스는 티탄 신족 이아페토스와 아시아(혹은 클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프로메테우스와 형제지간이다. 판도라와 결혼하여 새 인류의 조상이 되는 딸 피라를 낳았다.

신화 이야기

인류의 탄생

만물이 창조될 때 에피메테우스는 형 프로메테우스와 함께 모든 짐승과 인간에게 각각 재주와 능력을 부여하는 일을 담당했다. 하지만 ‘뒤늦게 생각하는 자’인 에피메테우스는 미리 앞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짐승들에게 좋은 재능을 다 써 버린 나머지 가장 늦게 만들어진 인간에게 줄 것이 남지 않게 되었다. 이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금지한 명령을 어기고 인간에게 몰래 불과 지혜를 선사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로 인해 코카서스의 바위산에 쇠사슬로 묶인 채 독수리에게 날마다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았다. 프로메테우스는 밤새 간이 온전히 회복되어 계속해서 새롭게 고통을 받아야 했다.

판도라의 상자

판도라

판도라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1869년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도움을 받은 인간을 벌하기 위해 에피메테우스에게 선물을 한 가지 준다. 그 선물은 다름 아닌 헤파이스토스에게 진흙을 빚어서 만들게 한 최초의 여성인 아리따운 판도라였다. 제우스의 의도를 미리 짐작했던 프로메테우스는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절대로 제우스가 주는 선물을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만,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반한 에피메테우스는 덜컥 선물을 받아들여 판도라를 아내로 삼았다(판도라는 ‘모든 선물’이라는 뜻이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판도라에게 상자를 하나 전달하는데, 그 안에는 인간에게 불행을 가져오는 온갖 나쁜 재앙과 악덕이 다 들어 있었다. 헤르메스는 상자를 건네주며 판도라에게 호기심을 불어넣어 그것을 열어 보게 하였고, 그 결과 인간 세상에는 온갖 불행이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상자 안에는 희망도 들어 있어 인간이 온갖 불행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였다.

일설에 따르면 판도라의 상자는 헤르메스가 선물로 준 것이 아니라 에피메테우스의 집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에피메테우스가 형 프로메테우스와 함께 인간과 동물을 만들었을 때 그들에게 온갖 좋은 재능을 다 부여하고 남은 나쁜 것들을 죄다 담아 놓은 상자였는데, 판도라가 그만 그것을 열어 버렸다는 것이다.

판도라

판도라 쥘 조제프 르페브르, 1882년

판도라

판도라 해리 베이츠, 1891년

피라와 데우칼리온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 사이에는 딸 피라가 태어나는데 피라는 나중에 프로메테우스의 아들인 데우칼리온과 결혼한다. 피라와 데우칼리온은 제우스가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대홍수를 내렸을 때 프로메테우스의 귀띔으로 미리 방주를 만들어 둔 덕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새 인류의 조상이 된다. 물이 빠지고 난 뒤 두 사람이 신들께 제사를 올리자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지라는 말이 들려온다. 데우칼리온과 피라는 이를 대지의 뼈인 돌을 뒤로 던지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그대로 하였더니 돌은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였다. 그리하여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자가 되고 피라가 던진 돌은 여자가 되어 새 인류가 생겨난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또 그리스 인의 시조인 헬렌이 태어난다.

신화 해설

그리스 신화에서 ‘먼저 생각하는 자’란 뜻의 이름을 지닌 현명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과 지혜를 전해 주었다면, ‘뒤늦게 생각하는 자’인 어리석은 에피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에피메테우스 때문에 인류가 억센 이빨, 빠른 다리, 하늘을 나는 날개, 철갑을 두른 몸통 같은 것들 대신 빛과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면 이는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판도라의 상자가 인류에게 온갖 고통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로 인해 모든 나쁜 것들에 대적하며 계속 살아갈 ‘희망’도 얻을 수 있었다면 이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아니면 나쁜 일일까? 성서에서 인식의 나무 열매를 따먹은 것(지혜의 획득)이 낙원에서의 추방을 가져왔듯이, 어리석음의 대가로 얻은 불과 지혜는 인류에게 마냥 축복일 수만은 없어 보인다.

참고자료

  • 헤시오도스, 『일과 날』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플라톤, 『대화편: 프로타고라스』
  • 토마스 불핀치, 『그리스 로마 신화』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