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레노스

실레노스

반은 사람, 반은 동물

[ Silenus ]

요약 실레노스는 일반적으로 늙은 사티로스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디오니소스 신화와 관련하여 특별한 개성을 지닌 실레노스가 등장하면서 실레노스는 주로 이 특정한 실레노스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 신화에서 디오니소스의 양육자이자 스승으로 나온다.
술취한 실레노스

술취한 실레노스

외국어 표기 Σειληνός(그리스어)
구분 반은 사람, 반은 동물
상징
관련 동식물 당나귀
관련 인물 디오니소스, 미노스, 사티로스
가족관계 가이아의 아들, 헤르메스의 아들, 판의 아들

실레노스 인물관계도

실레노스의 부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5세기 경 비잔틴 시대의 시인 논노스에 의하면 그는 땅에서 솟아났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그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로 전해지는 것이다. 그 밖에 헤르메스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고, 판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신화 이야기

사티로스와 실레노스

사티로스는 산과 들에 사는 요정으로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이지만 말의 꼬리와 말의 다리 혹은 염소의 다리와 짧은 뿔을 지닌 반인반수의 존재이며 복수는 사티로이이다. 사티로스들은 디오니소스 의식과 향연에 춤추고 노래하는 여자들, 즉 마이나데스와 함께 디오니소스 제례에 참여하곤 했다.

실레노스는 일반적으로 늙은 사티로스들을 통칭하는 이름이며, 복수형은 실레노이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레노이 중에서 디오니소스 신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특별한 개성을 가진 실레노스가 등장한다. 그리하여 실레노스란 용어가 나중에는 디오니소스에 나오는 특정한 실레노스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게 된다.

실레노스와 디오니소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신화에서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의 양육자이자 스승으로 나온다. 제우스의 아들인 디오니소스는 태어나면서 고난의 길을 걷게 된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임신을 하게 된 세멜레가 질투심에 불타는 헤라의 꼬임에 넘어가 벼락을 맞고 불에 타 죽는다. 이때 아기의 아버지 제우스는 세멜레의 뱃속에 있는 아기를 재빨리 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꿰맨다. 아버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달을 채우고 나온 아이가 바로 디오니소스이다.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전전하다 디오니소스를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니사로 옮겨 니사의 님페들에게 양육을 맡긴다. 이때 실레노스는 님페들과 함께 디오니소스를 양육하면서 스승의 역할도 한다.

안톤 반 다이크, 사티로스의 부축을 받는 술 취한 실레노스, 17세기 전반경

안톤 반 다이크, 사티로스의 부축을 받는 술 취한 실레노스, 17세기 전반경 © Zenodot Verlagsgesellschaft mbH

『변신 이야기』에는 실레노스가 디오니소스의 양아버지라고 언급되어있다. 그는 뚱뚱하고 못생기고 대개의 경우 술에 취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실레노스는 『변신 이야기』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팔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하거나 구부정한 당나귀 등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노인네”로 묘사되어 있다.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를 추종하는 여자들인 마이나데스사티로스들의 무리에 끼여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행렬에 함께 하면서 그가 벌이는 향연 및 제의에 참가한다.

실레노스와 미다스

안톤 반 다이크, 술 취한 실레노스, 17세기 전반경

안톤 반 다이크, 술 취한 실레노스, 17세기 전반경 © Zenodot Verlagsgesellschaft mbH

실레노스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경우 술에 잔뜩 취해 있기 때문에 당나귀 위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고, 종종 당나귀 등에서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해서 실레노스는 어느 날 디오니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프리기아 지방에서 행렬을 하고 있는 동안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행렬에서 벗어나게 된다. 『변신 이야기』는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프리기아의 농부들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나이 많은 실레노스를 붙잡아 화환으로 묶어 미다스 왕에게 데려갔던 것이다.”

미다스는 실레노스가 디오니소스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열흘 밤 열흘 낮을 잔치를 벌여 실레노스를 환대하고는 디오니소스에게 돌려보낸다. 여기서 그 유명한 미다스 왕의 황금 이야기가 나온다.

잔 (손잡이가 없는 젖꼭지 모양) : 마이다스와 실레노스, BC 530년 ~ BC 520년경

잔 (손잡이가 없는 젖꼭지 모양) : 마이다스와 실레노스, BC 530년 ~ BC 520년경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디오니소스는 양아버지인 실레노스를 극진하게 대접하고 그를 무사히 돌려보내준 미다스 왕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이에 미다스 왕은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은 모두 황금이 되게 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이 소원은 미다스 왕에게는 재앙이고 저주인 것을! 몸에 닿자마자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하면서 빵 한 조각도 먹을 수 없고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는 미다스 왕은 곧 저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디오니소스는 미다스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준다.

이 이야기는 양아버지와 양아들의 관계로 표현되는 실레노스와 디오니소스의 관계가 얼마나 각별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레노스의 반려동물 당나귀의 죽음

디오니소스 다음으로 어쩌면 디오니소스 만큼이나 실레노스와 가까운 존재에 관해 말하자면, 단연 그의 당나귀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실레노스와 함께 등장하는 그의 당나귀는 신화 속에서 실레노스 없이도 주요한 배역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오비디우스가 쓴 『로마의 축제일들』에는 프리아포스 일화에 실레노스의 당나귀가 등장한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거대한 남근을 지닌 추한 외모의 프리아포스. 그는 포세이돈의 아름다운 딸인 님페 로티스를 사랑하게 된다. 디오니소스 축제에 참가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 로티스가 외딴 곳 단풍나무 아래 풀밭에서 곤하게 잠이 든 사이, 프리아포스가 살며시 다가가 막 요정을 범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당나귀 한 마리가 울부짖는 바람에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그 당나귀가 바로 실레노스의 당나귀인 것이다.

피에로 디 로렌조, 실레노스 이야기 : 실레노스의 불운, 1500년경

피에로 디 로렌조, 실레노스 이야기 : 실레노스의 불운, 1500년경 © Zenodot Verlagsgesellschaft mbH

당나귀가 우는 바람에 사랑에 실패한 프리아포스는 즉시 당나귀를 죽여버린다. 오비디우스는 이 이야기와 연관지어 프리아포스에게 제사를 지낼 때 당나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을 설명하고 있다.

참고자료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오비디우스, 『로마의 축제일들』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게르하르트 핑크, 『후?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