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사 부처님 이마의 도끼

심원사 부처님 이마의 도끼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사찰전설

• 주제 : 사찰전설
• 국가 : 한국
• 시대 : 조선
• 지역 : 강원도

옛날 강원도 철원군 보개산 심원사에는 강원공부를 마친 지 얼마 안 되는 묘선이라는 젊은 스님이 있었다. 매사에 의욕적인 스님은 어느 날 노스님을 모시고 산책을 하던 중, 노스님에게 절의 보수를 위해 백일기도를 하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날로 백일기도에 들어간 묘선스님의 기도는 간곡하였고, 백일 회향하는 날 밤 꿈에 ‘내일 아침 일찍 화주를 구하러 나가서 맨 처음 만나는 사람이 심원사 중창불사의 시주가 될 것’이라는 부처님의 계시를 받게 되었다. 잠에서 깬 묘선은 들뜬 마음으로 길 떠날 채비를 하고 노스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러나 묘선스님이 막 산문 밖을 나서는데 웬 나무꾼 하나가 아침 일찍부터 나무를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다 꿈 생각이 난 묘선스님이 나무꾼을 자세히 살펴보니, 아랫마을에 사는 머슴 박씨였다.
순간 스님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머슴 박씨가 우리 절 중창불사 시주가 될 수는 없을 텐데…. 그냥 지나갈까’ 하며 망설였다. 그러나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첫번째 만난 머슴 박씨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하고 간밤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주가 되겠느냐고 물었다. 박씨는 한동안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오십 평생 못간 장가, 이제 가서 뭘 하겠나. 차라리 그 동안 머슴살이로 모은 재산을 절 짓는데 보시하여 부처님께 공덕이나 지어야지.”
그렇게 마음을 결정하고 기쁜 마음으로 심원사의 시주가 되리라는 불심을 세웠다. 그 후 박씨는 40년간 모은 전 재산을 시주하여 심원사 불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머슴 박씨가 시주를 한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그만 자리에 몸져눕고 말았다. 그러나 돈을 모두 절에 시주한 터라 박씨는 약도 쓸 수 없었다.
주인집에서는 머슴이 일을 못하고 눕게 되자 공밥을 먹일 수 없다며 박씨를 절로 보냈고, 절에서는 박씨를 위해 극진히 간병하면서 정성껏 기도를 올렸으나 차도가 없었다. 날이 갈수록 병은 악화되었고 끝내 박씨는 죽고 말았다.
마을에서는 묘선 스님이 순진한 머슴 박씨를 속여 재산을 모두 빼앗고 결국은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며 이웃동네까지 소문이 퍼졌다.
더 이상 심원사에 머물 수 없게 된 묘선스님이 절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새벽예불을 올리기 위해 법당으로 들어갔다. 희미한 촛불 속의 부처님을 바라보는 묘선스님의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가피는커녕 시주자를 죽게 한 부처님”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묘선스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헛간으로 발길을 옮겼다. 스님의 손에는 어느새 도끼가 들려 있었고, 법당의 부처님 이마에는 순식간에 도끼가 내려쳤다.
그길로 절을 나와 전국을 만행하는 묘선스님의 발걸음은 늘 무겁기만 했다.
심원사 부처님 이마에 박힌 도끼가 빠지지 않는다는 소문은 전국에 퍼졌으며, 그렇게 30년이 지난 어느 날 묘선스님은 심원사 부처님께 용서를 빌고 자신이 그 도끼를 뽑고 싶은 생각이 들어 심원사로 돌아왔다.
절은 30년 전 불사가 중단된 모습 그대로였고, 법당 문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부처님의 이마에는 도끼가 그대로 박혀 있었다. 묘선스님은 참회하는 마음에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마침 그때 법당에는 돈독한 불자로서 새로 부임한 젊은 사또가 부처님 이마의 도끼를 손수 뽑겠다며 와 있던 중이었다. 법당에 들어선 사또는 삼배를 올린 후 부처님 이마의 도끼를 뽑자, 의외로 도끼는 쉽게 쑥 빠지는 것이었다.
도끼를 들여다본 사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끼에는 화주 시주 상봉이라는 여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 모습을 문밖에서 바라보고 있던 묘선스님은 그때 비로소 부처님이 머슴 박씨를 죽게 한 뜻을 깨달았다. 스님은 사또 앞으로 나아가 불상에 도끼가 박힌 내력을 이야기하며, 사또가 30년 전에 죽은 이 절의 시주자인 머슴의 환생이라고 말해주었다.
지금까지 내력을 들은 사또는 ‘시주 화주 상봉’이란 바로 오늘의 인연을 부처님께서 미리 예언하신 뜻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간 일어나 스님에게 삼배를 올렸다.
사또는 스님께 머리 조아리며,
“부처님의 뜻으로 인연 맺어 스님과 제가 다시 만났으니 심원사 불사의 모든 비용을 시주하리라”
고 다짐하였다.
이에 사또는 스님을 봉양하고 심원사 중창불사의 화주가 되었다.
이후 스님의 공덕으로 심원사 중창불사는 30년 만에 다시 시작되었고, 묘선스님은 심원사를 중창한 후 큰스님이 되어 많은 신도를 교화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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