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화미

탄화미

[ 炭化米 ]

남경 유적 출토 탄화곡물

남경 유적 출토 탄화곡물

유적 출토 곡물의 하나로 불에 타거나 지층 안에서 자연 탄화되어 남아 있는 쌀을 말한다. 탄화미(炭化米)가 출토되는 유적은 벼농사와 관련되는 경제활동(經濟活動)이 이루어진 곳을 뜻하며 탄화미의 생김새에 따라 벼의 종을 추정할 수 있고, 나아가 벼농사의 기원 및 벼농사 전래과정에 대한 연구의 기초자료가 되기도 한다.

벼농사의 기원 문제와 관련되는 유물로는 농경도구(農耕道具), 논유구(水田遺構) 등이 있지만 직접 자료로서의 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벼의 출토상황은 탄화미 형태, 벼 껍질 형태, 식물 규산체(Plant Opal) 분석을 통한 증거 등 다양하며, 토기에 볍씨자국이 찍힌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탄화미가 출토된 유적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속하는 것들은 중국 남부 절강성(浙江省), 사천성(四川省), 운남성(雲南省) 등 양자강 유역에서 많이 나왔고, 중국 신석기문화 중 마가빈(馬家浜)문화와 양저(良渚)문화기의 것들로 신석기시대 이른 시기부터 벼농사가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복강시(福岡市) 판부(板付) 유적의 야요이시대(彌生時代) 유적에서 출토된 것이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청동기시대 이후에 비로소 벼농사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1920년 김해 패총을 발굴할 때 조가비층 내에서 불탄 쌀 덩어리가 나온 것이 처음이며, 그 뒤 부여(扶餘) 부소산성(扶蘇山城) 군창지(軍倉址)에서도 불에 탄 쌀이 발견되었다. 1974년 고성(固城) 동외동(東外洞) 조개무지(貝塚)유적 발굴조사에서 나온 것들은 낱알의 크기를 재서 보고한 자료가 있다. 고성 패총에서는 세형동검(細形銅劍), 동투겁창(銅矛), 한대(漢代) 청동거울(銅鏡) 등과 함께 나와 B.C. 4~3세기의 유적으로 나타나며, 함께 나온 탄화미의 크기는 평균 길이, 너비가 4.4×2.3㎜이다.

한국에서 벼농사의 기원 문제와 관련하여 선사유적에서 나온 탄화미들도 여러 유적에서 보고되었다. 1976~77년에 남한강변의 흔암리(欣岩里) 유적 발굴에서 탄화미가 나와 선사시대 쌀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흔암리 제12호 집자리에서는 화덕자리(爐址) 언저리에서 탄화미가 보리, 수수, 조 등의 곡물과 함께 나왔으며 14호 집자리에서는 탄화미가 민무늬토기(無文土器) 안에 담긴 채로 나왔다. 흔암리 유적의 연대는 B.C. 13~7세기경으로 나타났으며 흔암리 출토 탄화미의 평균 크기는 3.7×2.1㎜이다.

한편 1977년에 발굴한 부여 송국리(松菊里) 유적의 54지구 제1호 집자리에서도 탄화미가 다량 발견되었다. 유적의 연대는 B.C. 6세기 전후로 탄화미의 평균 크기는 4.2×2.37㎜로 나타났다. 북한지역에서도 1979~81년 사이에 발굴한 평양(平壤) 남경(南京) 유적에서 탄화미가 나왔다. 남경 제36호 집자리 안에서 탄화미와 더불어 조, 수수, 기장, 콩 등 오곡의 낱알이 집자리 바닥 가운데 부분에 흩어진 채로 발견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유적의 연대는 B.C. 10~9세기이며, 탄화미의 크기는 4.5×2.5㎜이다. 남경 유적에서 나온 탄화미는 한반도 북부지방에서는 처음 나온 것으로 선사시대 벼농사 가능 지역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하였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벼농사 전래경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탄화미 자료는 최근에 남강(南江)댐 수몰지구, 대평면(大坪面) 상촌리(上村里)·소남리(召南里) 유적에서도 나와 앞으로 계속 발견될 것으로 기대되며, 한국 벼농사의 시작과 전래경로에 대한 연구에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나온 자료들을 보면 벼 종에 있어 자포니카(Japonica) 형태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때로는 인디카(Indica) 형태도 있는 것으로 주장되고 있다. 이는 탄화미의 크기를 재서 얻은 값을 기준으로 길이와 너비 비율이 2 : 1을 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화미는 불에 탄 결과 남아있는 것으로 원래 크기에 변형이 있을 수 있고 또한 벼 종을 결정하는 기준이 단순히 크기만으로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많은 자료를 비교하고 종 감정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제대로 밝혀질 것이다.

참고문헌

  • 한국선사시대 도작농경(심봉근, 한국고고학보 27, 한국고고학회, 1991년)
  • 남경유적에 관한 연구(김용간·석광준, 사회과학출판사, 198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