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배치

가람배치

[ 伽藍配置 ]

평양 청암리 사지 (1탑 3금당)

평양 청암리 사지 (1탑 3금당)

백제 미륵사 (3탑 3금당)

백제 미륵사 (3탑 3금당)

가람(伽藍)이란 말은 범어를 음역한 것으로 사찰을 뜻하며, 가람배치(伽藍配置)란 말은 사찰 건축의 형식화된 틀, 혹은 정형화된 공간배치를 의미한다. 불교사원을 건축할 때는 중요한 건물들, 즉 금당(金堂), 탑(塔), 문(門), 회랑(回廊), 강당(講堂), 경루(經樓), 종루(鐘樓), 승방(僧房) 등의 규모와 상호간의 거리 및 위치 등에 공간적인 규칙성이 있는데 이를 가람배치라고 할 수 있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사원이 경영되었을 때도 불사리(佛舍利)를 안치한 탑을 중심으로 승려들이 기거하는 승방은 일정 거리를 두고 다른 공간에 배치시켰다. 이러한 기본 관념이 중국에 전달되어 남북조시대가 되면 일정한 가람배치의 형식화가 완성되며 한국의 사원건축에도 영향을 주었다. 아무래도 한국 가람배치의 원형은 불교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고구려에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감은사지 (2탑 1금당)

감은사지 (2탑 1금당)

고구려의 가람배치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청암리 사지(淸岩里 寺址), 정릉사지(定陵寺址), 그리고 원오리 사지(元五里 寺址)가 있다. 이 중 금강사지(金剛寺址)라고도 부르는 청암리 사지를 발굴 조사한 결과, 서남향의 가람배치임이 밝혀졌다. 팔각형으로 암반을 깎아 놓은 자리(목탑자리로 추측됨)를 중심으로 그 동·서·북쪽에 금당지가 들어서고 북금당(北金堂) 북편에 강당지를 마련한 1탑 3금당식(一塔三金堂式)이다. 동명왕릉(東明王陵) 앞에 있는 정릉사지도 발굴조사에 의해 18동이나 되는 대규모 사찰이었음이 밝혀졌다. 정릉사지 역시 1탑 3금당식이며 탑을 중심으로 동·서·북쪽에 금당이 배치되고 있다.

백제의 사원 건축자료는 고구려에 비해서 비교적 많은 예가 알려져 있다. 그 중 1935-6년에 발굴된 군수리 사지(軍守里 寺址)의 경우는 남·북 일직선으로 중문지(中門址), 탑지, 금당지, 강당지가 배치되고, 금당 좌우에도 역시 금당지라 여겨지는 건물지가 노출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백제 특유의 양식으로, 일본에 전래되어 아스카사(飛鳥寺)의 금당배치와 같은 초기사찰의 양식이 되고 있다. 익산의 미륵사지(彌勒寺址)는 신라의 황룡사지(皇龍寺址)에 견주는 백제 최대의 대찰로 중앙에는 금당과 목탑지, 그 앞에 중문이 배치되고 그 동서 양쪽에 금당·석탑·중문이 한 단위로 묶여 배치되어 있다. 마치 사찰 3개가 병립하여 있는 듯한 가람배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미륵삼존을 모시기 위한 구조라고 판단된다.

신라는 가장 늦게 불교를 수용하였지만 곧 국가적인 종교로 발전하여 경주일대에 거찰(巨刹)들이 축조되기 시작하였다. 신라뿐만 아니라 삼국 중 최대의 사찰인 황룡사는 진흥왕 13년(553)에 착공되어 1차 및 2차 가람이 완성되기 까지는 30년이나 걸렸다. 이 황룡사지를 발굴한 결과, 사찰의 중심축에는 남·북 일직선으로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배치되어 있고, 이 목탑 좌우에는 경루와 종루가 있으며, 회랑은 중문과 강당을 연결하면서 방형으로 사찰 전체를 에워싸는 가람으로 밝혀졌다.

사찰 건축은 통일신라시대에 들어와 한층 성행하였고 경주 일대에만 사천왕사(四天王寺), 고선사(高仙寺), 망덕사(望德寺), 감은사(感恩寺), 불국사(佛國寺), 창림사(昌林寺), 황복사(皇福寺) 등 6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신라시대 가람의 대표가 황룡사라면, 사천왕사지(四天王寺址)는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의 가람배치를 보여 주는 것이다. 현재 회랑지와 강당지는 불분명하나 금당을 중심으로 북편 좌우에 경장(經藏)이 있고 앞쪽으로는 좌우에 목탑지로 추정되는 토단이 남아 있다. 1959년 국립박물관에 의해 발굴 조사된 감은사지는 금당을 중심으로 전면에 3층 석탑이 좌우에 배치되고 그 전면 중앙에 중문이 자리잡고 있으며 금당 뒤에는 강당지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강당지와 중문지를 연결하면서 회랑이 돌아가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일금당쌍탑의 가람배치는 불국사의 예에서도 볼 수 있거니와 통일신라시대 가람배치의 기본양식인 듯하다.

참고문헌

  • 新版韓國美術史(金元龍·安輝濬, 서울大學校出版部, 1993년)
  • 韓國木造建築(金正基, 一志社, 1980년)
  • 皇龍寺(文化財管理局 文化財硏究所, 1984년)
  • 朝鮮の建築と藝術(關野貞, 岩波書店, 194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