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

인민

[ people , 人民 ]

요약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역사학·정치학·법학 등에서 특권적인 지위에 있지 않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분단 이후에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인민(人民)’이라는 표현이 꺼려지면서 ‘민중(民衆)’이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된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인민(人民)’이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이 말은 《맹자(孟子)》나 《주례(周禮)》와 같은 중국 고대의 문헌들에도 등장하는데, 맹자는 제후가 보물처럼 귀하게 여겨야 할 세 가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인민’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근대 이후 서양의 공화주의 정치사상이 전해진 뒤에는 라틴어의 ‘포풀루스(populus)’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영어의 ‘피플(people)’이나, 다른 언어에서 그에 상응하는 의미를 나타내는 낱말에 대한 번역어로 사용되고 있다.

인민은 용법에 따라서 의미가 다르게 나타나서 대상을 엄격히 특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주례》에서도 인민이라는 말은 군주와 관리가 통치하고 감독해야 할 백성을 가리키는 말로도, 이민족 구성원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오늘날에도 인민은 어떤 경우에는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특권적인 지위를 지닌 소수의 지배집단과 구분되는 다수의 일반대중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의 차이는 인민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역사적 상황과 의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근대 이전에 인민은 군주나 귀족, 관리들의 지배 대상으로만 여겨졌을 뿐이다. 하지만 근대 이후 민주주의 정치이념이 확산되면서 인민은 국가와 사회의 최종적인 권력을 지닌 주인으로 여겨졌다. 아울러 사회 내부의 갈등이 커지면서, 기존의 사회체제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지닌 소수의 지배계층에게 억압을 받던 다수의 사람들로 새로운 사회체제를 건설해갈 정치적 주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근대 이후에 나타난 이러한 의미의 변화는 1839년 보통선거권의 확대 등을 요구하며 나타난 〈인민헌장(People's Charter)〉이나 1863년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한 〈게티즈버그연설(Gettysburg Address)〉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특히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는 링컨의 연설은 모든 권력이 인민에게서 비롯되며, 인민 자신의 손으로 행사된다는 인민 주권의 원리를 가장 간명하게 나타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국가가 인간의 사회적 삶의 기본적인 틀로 자리를 잡으면서 ‘인민(people)’이라는 개념이 자주 ‘국민(nation)’이나 ‘시민(citizen)’과 동일시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은 특정한 국적을 지닌 사람들만을 가리키지만, ‘인민’은 국가만이 아니라 지역이나 민족 등 훨씬 다양한 집단의 구성원도 포함한다. 아울러 참정권과 같은 정치적 권리를 중심으로 사용되는 ‘시민’과는 달리, ‘인민’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권리까지 포함하여 사용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의 차이를 지닌다.

역참조항목

계절사, 인민재판

카테고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