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사회

요약 아프라시아(Afrasia)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지역에서 생활한 유목민 사회의 총칭.

전자는 아라비아·사하라 사막 및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 해당되는 곳으로 오아시스 생활자와 유목민이 공존공영했던 지역이고, 후자는 북극해에 붙어 있는 툰드라와 타이가 지대 아래에 위치하여, 동은 만주의 대싱안링산맥[大興安嶺山脈]에서, 서는 러시아 남부의 킵차크 초원, 북은 타이가 지대의 접경선에서, 남은 내몽골·준가리아를 거쳐 튀르키예의 아나톨리아 평원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걸쳐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유목사회는 전자보다 후자를 가리킨다.

유목민은 BC 2000~1000여 년경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며, 역사상 처음 등장하는 유목민인 스키타이와 흉노(匈奴)에 대해 헤로도투스·사마천(司馬遷) 같은 고대의 역사학자들은 그들의 문화적 특징을 이동생활과 목축으로 묘사하였다. 이동과 목축은 유목사회의 중요한 특징이지만, 이것만으로 유목의 정의가 분명하게 내려진 것은 아니다.

하자노프는 식량생산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 유목은 무엇보다도 경제행위의 한 형태로, 축사(畜舍)를 짓지 않고 연중 거리의 제한 없이 방목하며, 일정한 목초지의 범위 또는 지역간을 구성원의 전부 또는 대다수가 주기적으로 이동하면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계절에 따른 이동은 가축으로부터 최대의 생산력을 얻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며, 내륙 아시아의 혹독한 자연조건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었으므로, 하영지(夏營地)는 시원한 강변에, 동영지(冬營地)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산간지대에 설치하였다. 이 경우, 한 곳에 정주가옥을 설치하고 동영지와 하영지를 왕복하는 이목(移牧)은 유목과 구분이 된다. 툰드라와 타이가 지대의 수렵 및 순록 유목민과 달리 내륙 아시아 유목민은 무리지어 생활하는 5종 가축(소·말·낙타·염소·양)을 사육하여 이들 가축의 고기·젖·유제품을 주식으로 하고 의복과 이동식 가옥 등도 모피와 펠트로 만들었다. 따라서 가축은 식용품이며 재산이고, 동시에 화폐의 역할도 하였다.

목축 이외에 중요시된 것은 수렵행위이다. 유목민족들 가운데 상당수는 본래 수렵민족인 경우가 많이 있어 그 유습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수렵은 아직도 식량 획득의 중요한 보조수단이다. 농경은 천시되어 경작 가능지가 있어도 포로들에게 경작시킬 정도로 미비하였다. 또한 북방의 낙후된 수렵민을 복속시키고 이들에게 야금기술을 가르쳐 광물을 채집, 가공하여 공예품·무기를 만들기도 하였다.

농경사회는 씨족이라는 혈연적 단계를 벗어나 행정지배를 위한 지연적 조직이 일찍 성립했으나 유목민은 혈연적 특성이 강하였기 때문에 사회는 유력한 씨족의 장을 맹주로 하는 부족연합체적 성격이 강하였다. 따라서 유목지대에서 흥망했던 국가들은 부족연합국가였다. 소위 구성(九姓) 위구르, 삼성(三姓) 카를루크, 삼성(三姓) 메르키드(Merkid) 등은 구성된 씨족 또는 부족의 숫자를 표시한 것이며, 동돌궐의 30성가한(三十姓可汗), 서돌궐의 10성가한(十姓可汗) 등은 지배부족의 수를 명칭으로 사용한 것으로 통합 또는 연합에 의해 구성된 것을 의미한다.

유목경제는 농업경제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자연재해에 의한 목축경제의 전멸이라는 위험성이 있어 그 수준은 지극히 낮았다. 그러나 많은 유목국가가 출현하여 번영하고 광대한 영토확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목국가가 남방 농경민의 견직물·곡류와 북방 수렵민의 모피 및 유목민의 가축 등을 교역하였고, 둘째, 서역의 진기한 물건을 중개무역하였으며, 셋째, 이와 같은 교역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우수한 기마전술로 농경사회를 침입 약탈하고, 오아시스 도시와 동서 교통로를 장악하고 공물과 통행세들을 징수하여 재화의 축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목국가가 약탈을 위한 군사결합체를 유지했어도 본질은 교역을 위한 것이었다. 무력에 의지한 비정상적 교역은 도시건설을 가져오기는 하였으나, 이는 유목민이 정주화한 것이 아니라 상업식민지의 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유목민들은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유라시아의 대부분을 휩쓸었으나, 화포의 발달에 의해 세력은 약화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스텝로드를 개척하고 동서교섭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