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주의

실증주의

[ positivism , 實證主義 ]

요약 19세기 후반 서유럽에서 나타난 철학적 경향으로 형이상학적 사변을 배격하고 사실 그 자체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강조하였다.

실증주의는 일반적으로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사변(思辨)을 배격하고 관찰이나 실험 등으로 검증 가능한 지식만을 인정하는 인식론적 방법론적 태도로 폭넓게 나타난다. 하지만 고유한 의미에서는 19세기 후반 콩트(Auguste Comte, 1798~1857)를 중심으로 서유럽에서 나타난 철학의 한 경향을 가리킨다.

실증주의는 어떤 사실이나 현상의 배후에 초월적인 존재나 형이상학적인 원인을 상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경험적으로 주어진 사실에 인식의 대상을 제한한다. 그리고 사실들 간에 성립하는 관계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그 자체로 해명하려고 한다. 곧 실증주의는 근대 자연과학의 방법과 성과에 기초해 물리적 세계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신적 현상들까지 통일적으로 설명하려는 지적 태도로서 나타났다. 
 
 ‘실증주의’라는 말을 맨처음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 사상가였던 생시몽(Comte de Saint-Simon, 1760~1825)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증주의를 철학의 한 경향으로 자리잡게 한 것은 콩트이다. 콩트는 《실증철학강의 (Cours de philosophie positive)》 등의 저작을 통해 실증주의의 핵심 내용들을 제시하였으며, 가장 고유한 의미에서 실증주의는 바로 그의 사상을 가리킨다.

콩트 사상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과학에 대한 신뢰이다. 그는 자연과학에서 사용되는 실증적 연구 방법이 인간과 사회 현상에 대한 탐구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고 여겼다. 그는 실증적 과학이 '형이상학적이며 오직 사물의 본질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철학을 대신해야 한다고 여겼으며, 과학의 방법을 인간 지식의 원천으로 인정하는 태도를 실증주의(positivism, 긍정주의)라고 나타냈다. 그리고 인간의 인식을 신화적 단계, 형이상학적 단계, 실증적 단계로 발전하며, 이러한 3단계가 학문뿐 아니라 각 개인의 발전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과학적 지식의 성장을 인간 역사의 진보와 동일시한 것이다.    

19세기 후반에 실증주의는 자연과학의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실증주의’는 단지 콩트의 학설만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학설에 반대하여 사실에 대한 인식만을 참된 지식으로 보고 과학적 방법을 신뢰하는 태도들을 폭넓게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실증주의는 과학의 성립과 근거에 관한 연구를 진전시키며 인식론의 영역에서도 연구를 확산시켰다. 

콩트의 사상은 이른바 ‘빈 학파(Wiener Kreis)’라고 불리는 독일 실증주의 학파의 발달에 영향을 끼쳤다. 1920년대에 나타난 이들의 사상을 ‘신실증주의(neo-positivism)’ 혹은 ‘논리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이상학을 거부하고 과학을 주창한 콩트의 입장을 계승하여 철학에서의 엄밀한 과학적 태도를 강조한다. 이들의 사상은 분석철학(analytic philosophy)의 발달에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