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경제학

근대경제학

[ modern economics , 近代經濟學 ]

요약 1870년대의 한계혁명(限界革命) 이후, 그 발전 ·확충으로서 나타난 경제학의 호칭.

영어의 모던 이코노믹스는 단순히 같은 시기 이후에 나온 경제학 일반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르면 신역사학파(新歷史學派) ·제도학파(制度學派) ·마르크스파(派) 등도 포함되지만, 우리가 말하는 근대경제학에서는 특히 마르크스 경제학을 제외하며, 오히려 이와 대비되는 점이 특색이다. 이런 의미에서의 근대경제학은 70년대 초 K.멩거, W.S.제번스, L.발라에 의하여 주창된 한계효용이론, 또는 주관가치설의 발흥(勃興)에 기원을 둔다. 따라서 한계효용이론이 이 경제학의 핵심을 형성한다고 여겨진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이론은 근대경제학의 발전원리로서 결정적인 역할을 다하였고, 또 그 갈고 다듬어진 형태(선택의 이론)는 이 경제학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는 하나, 본질적 내용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본질적 내용은 오히려 수요 ·공급 ·가격의 일반적 관계의 확립에 있으며, 발라의 일반균형이론(一般均衡理論)이 그 범례(凡例)라 할 수 있다. 제번스나 멩거(또한 오스트리아학파)도 근대경제학의 형성에 공헌하였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척추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발라와 A.마셜이다. 발라는 매우 추상적인 형태이기는 하지만, 완전경쟁이라는 시장형태에서의 수급(需給)의 일반 상호의존 관계를 배후에 내포하면서 ‘다른 사정으로서도 같다면’이란 제약을 붙이고, 주로 개별의 경제현상, 예를 들면 하나의 사업에 관하여 마셜보다 훨씬 현실적인 분석을 하였다. 발라의 이론은 경제 전체의 얽힘을 파악하는 개념도식(槪念圖式)인 데 반하여, 마셜의 이론은 ‘구체적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엔진’이었다.

이 관점의 차이에 바탕을 두고 전자는 종종 일반균형이론, 후자는 부분균형이론이라 한다. 이 두 이론은 물론 근대경제학의 쌍익(雙翼)으로서, 상호보완해야 할것이었다. 발라에 이은 로잔학파와 마셜에 이은 케임브리지학파는 1920년대까지는 깊은 교섭이 없었지만, 1930년대에 이르러 근대경제학의 공통 기반이 인식됨에 따라서 하나의 근간(根幹)에서 파생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마셜의 전통으로부터는, 한쪽에서는 피구의 후생경제학(厚生經濟學)이, 다른 한쪽에서는 체임벌린 ·로빈슨의 불완전경쟁론(不完全競爭論)이 나왔다. 이 둘은 다같이 일반균형론적 관점에서 재조명되어 신후생경제학(新厚生經濟學)이나 시장형태론(市場形態論)의 모습으로 새로운 발전을 가져왔다.

발라의 전통에서는 오랫동안 등한시되어 왔던 빅셀이 1930년대 부흥한 데 이어서 힉스와 새뮤엘슨의 뛰어난 이론적 업적이 나옴과 동시에 레온티예프의 산업관련분석(産業關聯分析)이 나옴으로써 발라의 추상체계(抽象體系)는 경험적 시험을 견디어 내는 계량적 이론(計量的理論)이 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의 1950년대는 ‘게임의 이론’이나 리니어 프로그래밍(linear programming:線型計畵)에 자극을 받아서 일반균형체계의 해(解)의 존재라는 근본문제가 새로이 재고됨으로써, 위상수학적(位相數學的) 수법을 사용하여 만족할 만한 해결을 얻게 되었으며, 근대경제학에 있어서의 수학적 방법의 유효성은 이미 확고부동하다.

공통의 기반이 자각된 이래 발라-마셜류(流)의 근대경제학은 흔히 신고전파경제학(新古典派經濟學)이라 하였으며, 이 경제학은 1930년대 J.M.케인스경제학으로부터 한때 결정적인 타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당시의 대불황(大不況)에 유효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정책지향적이기는 하여도 케인스경제학 역시 경제 전체를 파악하는 일종의 일반균형이론이며, 그런 의미에서 근대경제학의 한 분지(分枝)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기본개념은 수요 ·공급 ·가격 대신 저축(또는 소비) ·투자 ·국민소득이며, 이들 개념으로 구성된 경제상(經濟像)은 그 반응양식에 있어서 발라-마셜이론과는 현저히 다르다. 즉, 양자는 경제체계의 움직임에 대하여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케인스경제학의 성립 이래 이 경제학 또한 그 틀 안에서 크게 발전하여, 오늘날의 경기변동론이나 경제성장론은 주로 거기에서 나왔다고 해도 좋으나, 반면에 신고전파경제학도 케인스의 충격을 받아서 재구축의 작업을 계속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케인스경제학의 본질점을 받아들여, 케인스 체계를 일부로서 포함하는, 한층 더 일반적인 신고전파이론을 수립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발라-마셜과 케인스의 종합은 새뮤얼슨에 의하여 ‘신고전파 종합’이라고 하였다. 단, 최근에 이르러 그는 이 호칭을 철회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한 목표이기는 하나 달성된 실적은 아니다. 현대의 근대경제학은 미시경제학(微視經濟學)이라 하는 발라-마샬 계통의 이론과 거시경제학(巨視經濟學)이라 하는 케인스 계통의 이론으로 정립되어 있으나, 이 두 이론은 완전히 통일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