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논리학

수리논리학

다른 표기 언어 mathematical logic , 數理論理學

요약 아리스토텔레스가 체계적인 형식논리학을 최초로 개발한 이래 가장 최신 단계의 논리학.

대체로 '논리학'이라는 용어는 형식논리학만을 나타내지만, 문맥에 따라서는 때로 방법론이나 인식론의 문제에까지도 확장되어 쓰인다.

'형식논리학'은 문장과 연역적 추론의 구조를 그 문장의 내용에서 추출한 논리적 구조만을 다루는 방법에 의해 탐구하는 이론이다. 이런 의미에서 논리학을 형식논리학이라 한다.

오늘날 수리논리학이라는 용어는 대체로 현대논리학 또는 기호논리학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인다. 그러나 수리논리학이라는 용어는 때때로 '수학의 논리학', 즉 메타 수학을 나타내기 위해 유보되기도 한다. 메타 수학은 연역체계들에 대한 이론으로, 여기에는 논리적 구문론, 즉 증명이론, 논리적 의미론, 회귀함수이론 등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연역적(수학적) 체계에 관한 이론으로서의 수리논리학은 수학기초론의 핵심부를 이루고 있다. 수학기초론의 나머지 부분은 철학적 문제들로 수학적 인식의 문제와 수학적 대상의 존재론적 지위의 문제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에 관해서는 논리주의·형식주의·직관주의 등의 이름하에 상이한 수리철학적 견해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수리논리학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는 현대논리학 또는 기호논리학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현대논리학은 19세기 후반에 시작되었으며, 초창기의 일부 저술들에게는 로지스틱(logistic)이라고도 불렸다. 현대논리학과 전통논리학을 구분해주는 것은 기호를 이용한 기법과 수학적 방법에 의존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형식화의 엄청난 위력과 폭 넓은 적용 범위에도 있다.

전통적인 아리스토텔레스 삼단논법에서도 술어변항기호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기호의 사용이 현대논리학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 삼단논법은 비수학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자면 삼단논법은 명제논리(=문장논리)가 아니라 술어논리(=양화논리)이며 그것도 각각의 명제 또는 문장마다 단 하나의 양화사만을 허용하는 단항양화논증(singularly general argument)만을 다루는 논리학이다.

명제논리에서는 요소명제와 명제연결사가 기본단위이다. 명제논리에서의 타당성 평가는 요소명제의 내적 구조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 그저 요소명제들의 진리치와 명제연결사들 간의 순수 외연적 진리함수관계에만 주목하면 된다. 그러나 삼단논법은 명제논리가 아니라 술어논리이기 때문에 타당성 평가에서도 판단들의 진리치에 따른 순수 외연적 진리함수관계가 아니라 판단의 내적 구조를 살펴보아야 한다. 특별히 삼단논법에서는 내적 구조 중에서도 판단을 구성하는 개념들간의 귀속관계 여부에 주목한다.

그러나 판단에서의 주어개념과 술어개념이란 문법적 구분에 따른 것으로서, 어떤 개념이 주어개념이 되느냐 술어개념이 되느냐가 판단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를 주지 않고, 단지 능동태와 수동태처럼 수사학적 강조점의 차이만을 나타낼 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우연적인 문법적 기준에 따른 판단의 내적 구조의 분석은 일상언어의 논리적 구조를 정확히 밝혀주기에 미흡한 점이 있다. 더욱이 주어-술어 구분에 입각한 판단분석은 형식논리학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명제논리와 술어논리의 조화를 어렵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명제논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메가라-스토아 학파의 논리학을 오랫동안 적대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단항양화논리로서의 삼단논법은 주어개념이 술어개념에 귀속하는지에만 주목하기 때문에, 둘 이상의 개념들 상호간에 성립하는 귀속관계 이외의 수많은 관계들(예를 들면 '동일하다', '보다 크다', '사랑한다' 등)을 다루는 논증의 타당성 평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술어논리로서도 큰 약점을 안고 있다. 이 점은 특히 동일성관계·함수관계·연속관계 등 여러 가지 수학적 관계를 많이 다루는 수학자들에게 크게 불만족스러웠던 삼단논법의 비수학적 특징의 하나인데, 이는 근대 이후 논리학 발달사에 수학자들이 기여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수리논리학에 대한 최초의 발상은 G.W. 라이프니츠에서 비롯된다.

그는 일상언어는 그 애매모호함 때문에 적절한 사유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추론과정과 사유과정을 순수 수학적 계산과정으로 환원할 수 있는 보편적 추론언어로서 인공언어의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그저 구상으로만 그치고 실현되지는 못했다. 논리학의 현대적 발전은 G. 과 A. 드 모르간의 작업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불은 라이프니츠의 정신을 이어받아, 제한된 대수적 틀에서 형성된 논리의 예로 불대수(Boolean Algebra)를 보여주었다. 여기서는 집합론과 명제논리가 대수학의 한 특수한 형태로 소개되면서 집합론과 명제논리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동일함을 보여주고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드 모르간은 이항관계대수로 이루어진 논리대수의 기초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고안한 논리체계들의 성격을 완전하게 규명하지 않고 단지 일상 대수와의 차이점만을 지적하는 데 그쳤다. 어쨌든 이를 기점으로 수학에서 순수 논리적 추론의 역할에 대한 탐구가 부각되면서 W.S. 제본스, E. 슈뢰더, C.S. 퍼스, G. 프레게 등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였다.

그중에서도 프레게는 명제논리와 술어(양화)논리를 현대적 형식으로 완전하게 고안함으로써 현대논리학의 시조로 불린다.

원래 프레게는 '수' 개념을 탐구하다가 수열(sequence) 개념에 대한 논리적 분석에서 라이프니츠처럼 일상언어의 부정확성 및 애매성 등의 문제를 인식하고는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의 필요에서 현대논리학을 창시하게 되었다. 그가 〈개념기호법 Begriffsschrift〉(1879)이라는 저서에서 제시한 형식논리체계는 다음과 같다.

먼저 부정 기호와 함언 기호를 원초적 연결사로 하고 분리규칙(Modus Ponens)과 대입규칙(rule of substitution)을 추론규칙으로 하는 진리함수적 명제계산 방법이 마련된다. 다음으로 명제를 전통적인 주어-술어 구분방법 대신에 함수(function)와 독립변항(argument)으로 분석한다. 이 새로운 분석방법을 통해 양화기호는 형식적 기호논리체계에 효과적으로 도입된다. 양화기호의 도입이야말로 기호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진일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장치를 바탕으로 명제논리의 6개 공리와 술어논리의 3개 공리로 이루어진 완전한 공리체계가 제시된다. 이렇게 제시된 새로운 형식의 논리학은 오늘날 수리논리학이 지향하는 특징들인 엄밀성·경제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대작 〈수학원리 Principia Mathematica〉(1910)에서 더욱 발전된 형태로 나타났다. 하나의 형식체계로서의 수리논리학 체계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다음 4단계의 형식화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체계 구성 규칙

원초적 기호의 도입

어떤 주어진 언어 L의 표현들을 형성할 수 있는 모든(비복합) 기호들이 명시적으로 나열된다.

그 기호들의 목록을 L의 어휘(알파벳)라 한다.

변항(variable)에는 x, x1, x2, ……, y, y1, y2, ……, z, z1, z2, …… 등이 있다. 상항(constant)은 논리상항과 비논리상항으로 구분되는데, 논리상항은 다시 논리적 연결사(~, ⊃, V, 이미지, ≡), 괄호[( )], 양화기호(∀, ∃) 등으로 나뉜다.

비논리상항은 명제문자(P, P1, P2, ……, Q, Q1, Q2, ……, R, R1, R2, ……)·술어(P1, P2, P3, ……, Q1, Q2, Q3, ……, R1, R2, R3, ……)·개체상항(a, a1, a2, ……, b, b1, b2,, ……, c, c1, c2, ……) 등이다.

필요에 따라 그밖의 기호들이 원초적 기호들에 의해 정의되는 형식으로 도입될 수 있다.

정형식의 규정

모든 표현은 원초적 기호들로부터 형성규칙(formation rules)이라고 하는 구문론적 문법규칙에 따라 구성된 것만이 정형식(well-formed formular/WFF)으로 인정된다.

편의상 명제논리체계에만 국한된 형성규칙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P', 'Q', 'R', 'S'는 그 자체로 정형식이다. 둘째, 식의 왼쪽에 '~'를 붙여도 정형식이다. 셋째, 두 식 사이에 '⊃'를 넣고 그 두 식의 좌우에 괄호를 해도 정형식이다. 넷째, 이상의 규칙에 맞지 않는 어떤 것도 정형식이 아니다.

공리와 추론규칙의 제시

그 자체로서 공리이거나 또는 무한히 많은 사례들의 형식을 결정해주는 공리 도식들의 목록을 나열해줌으로써 공리들의 집합이 규정된다.

공리란 증명 없이 주장되는 문장을 말한다. 자연연역체계에서는 공리가 없고 그 대신에 추론규칙들에 의해서만 체계가 규정된다. 공리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P⊃(Q⊃P))

② (((P⊃(Q⊃R))⊃((P⊃Q)⊃(P⊃R))

③ ((~P⊃~Q)⊃(Q⊃P))

추론규칙의 예에는 분리규칙, 대입규칙이 있다.

증명(연역)에 대한 정의

공리를 제외한 모든 식은 형식적 추론규칙에 의해 도출된다.

도출의 단계마다 비약이 허용되지 않으며, 오로지 표현들의 형식에 따라서만 도출이 허용되는 엄격한 체계여야 한다. 추론규칙들은 문장들에 대해서 구조적인 형태로 수행 가능한 조작(연산)을 규정해준다. 그러한 조작(연산)에 의해 다른 문장들로부터 얻어지는 문장을 그 다른 문장들의 귀결이라 한다.

단계 (3)과 (4)가 결합해서 정리들의 집합을 결정한다.

정리란 공리이거나 또는 공리들로부터 추론규칙들을 몇 차례 적용시켜서 도출한 문장을 말한다. 이중 후자는 증명 가능한 것이라고 불린다. 정리로 끝나는 일련의 연속적으로 도출된 문장들을 이 정리의 증명이라 한다. 만일 한 체계가 공리들 없이 구성되면 그 체계에 나오는 증명들은 가정들로부터의 증명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논리체계는 공리들에 기초해서 추론규칙들에 의해 정리들을 이끌어내는 체계이다. 반면에 공리들 없이 추론규칙들만을 유일한 연역수단으로 하는 체계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상당한 기술적 편리함이 있을 뿐더러 실제의 일상적 연역추론의 수행에 보다 근접한 방법이다. 이와 같은 종류의 최초의 체계는 1934년 겐첸(Gentzen)과 야스코프스키(Jaskowski)에 의해 각각 독자적으로 구성되었으며, 겐첸의 용어를 따라 자연연역체계라 불린다.

겐첸의 자연연역체계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모든 형식화된 이론은 하나의 논리체계를 전제로 한다.

만일 그 전제된 체계가, 술어변항은 없고 동일성 관계와 그에 관한 조작기호를 별도로 포함한 1차술어논리이면 그 이론을 기본이론 또는 표준형식이론이라고 부른다. 좁은 의미에서의 논리학이라는 개념은 이 기본이론이 전제하고 있는 1차술어논리의 체계로 환원된다. 1차술어논리는 모든 수학적 추론을 형식화하는 기초로서 충분하다. 1차술어논리가 자연언어나 그중에서도 특별히 철학적 논증에서의 모든 추론들을 형식화하는 데도 충분한지의 여부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기호 표기 원칙

기호 표기법

기호의 표기법은 논리학자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며 여기에는 각 기호의 해석상의 차이점이나 표기의 간편성 등의 이유가 따른 경우도 많다.

괄호의 일부 또는 전부를 생략할 수 있는 장치

첫번째로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방법이 있다. 연결사들 간에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으면서 괄호를 함부로 생략하면 애매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이를테면 P∨~Q⊃R는 (P∨~Q)⊃R를 뜻하는지 P∨(~Q⊃R)를 뜻하는지, 또는 P∨~(Q⊃R)를 뜻하는지 불분명하다. 그래서 만일 우선 순위를 ≡, ⊃, 이미지, ~의 순서로 그 연결사의 지배 범위가 좁아진다고 정해준다면 위의 불분명한 식은 괄호를 다 써주는 표기법에 따르면 (P∨~Q)⊃R를 뜻함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만으로 모든 괄호를 다 생략할 수는 없다. 같은 연결사가 2번 이상 나올 때의 애매성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P⊃Q⊃R∨S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P⊃Q)⊃R∨S처럼 부분적인 괄호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두번째로 괄호 대신 점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 : , ∴,이미지'과 같은 형태의 점이 괄호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점을 쓰는 이유는, 괄호는 항상 시작괄호와 마침괄호가 쌍을 이루어야 하지만 점은 한번으로 해결된다는 간편성 때문이다. 이를테면 P≡[Q⊃(R∨S)]와 같은 식은 P≡ : Q⊃·R∨S라고 표현하면 된다. 괄호 대신 점을 쓰는 방법은 G. 페아노가 1889년 처음 도입했으며, 〈수학원리〉 이후 널리 보급되었다.

폴란드 표기법

일군의 폴란드 논리학자들이 사용한 방법이라 하여 폴란드 표기법이라고 불리는 이 독특한 표기법은, 연결사의 표기뿐만 아니라 식 전체의 표기 구조가 여타의 표기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아래의 표에서 왼쪽이 폴란드 표기법이고 오른쪽이 그에 대한 일반적 표기법이다.

폴란드 표기법에서는 명제를 나타내는 문자를 알파벳 소문자로, 연결사는 알파벳 대문자로 표기한다. 여기서는 맨 왼쪽의 대문자가 연결사의 지배 범위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괄호가 필요 없다.

즉 CCpqr처럼 연결사 문자가 둘인 식의 경우 두번째의 C는 P⊃Q라고 해석해주고, 첫번째의 C는 (P⊃Q)⊃R라고 해석해준다. 보다 복잡한 식의 예로서 P≡~{Q⊃~ ~[~R∨(S이미지~T)]}는 폴란드 표기법에 따르면 EpNCqN NANrKsNt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