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후

고기후

[ paleoclimate , 古氣候 ]

요약 과거 지질시대의 전반적인 기후 상태를 일컫는 말.

고기후는 과거 지질시대의 기후 상태를 말한다. 넓은 뜻으로는 역사시대(문자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후)나 기상 관측이 행해진 시대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관측 기기가 없던 시기에 대한 기후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자연에 남아 있는 다양한 기후의 흔적을 해석해야 하는데, 이렇게 얻은 정보를 대리 자료(proxy data, 프록시 자료)라고 한다. 대리 자료를 수집하는 데는 해저 퇴적물, 산소 동위원소 분석, 빙하의 얼음 코어(ice core), 나무의 나이테, 꽃가루 분석 등이 활용될 수 있다.

고기후의 연구 방법

① 해저 퇴적물
주로 해수면 부근에서 생활하는 생물이 죽으면 그 껍데기는 천천히 해저로 가라앉아 해저 퇴적물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해저 퇴적물에는 한때 해수면 가까이에 살았던 생물들의 화석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해수면 부근에서 서식하는 생물의 개체 수와 종류는 기후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므로, 이 화석들을 포함한 해저 퇴적물은 기후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해저 퇴적물은 전 세계 바다에 널리 분포하고, 퇴적된 순서에 따라 시간을 추정할 수 있으므로 전 세계의 기후 변화가 기록된 좋은 자료가 된다. 시추선 및 기타 연구용 선박에 의해 수집된 퇴적물 코어(core)를 통해 고기후 연구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② 산소 동위원소 분석
물 분자 또는 해양 생물의 껍데기에 있는 산소 동위원소들은 과거 기후 조건을 알아내는 데 있어 중요한 대리 자료의 출처이다. 산소 동위원소 분석은 16O(원자량이 16인 산소, 양성자 8개와 중성자 8개로 구성되며 가장 흔하다)와 18O(원자량이 18인 산소, 양성자는 8개와 중성자 10개로 구성) 간의 비율을 통해 과거의 기후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물 분자는 그 화학식이 H2O이며, 이때 O(산소)는 16O와 18O의 두 동위원소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16O를 포함한 물 분자는 18O를 포함한 물 분자보다 가벼워서 상대적으로 쉽게 증발한다. 바다에서 증발한 물 분자는 비나 눈의 형태로 육지에 내리고 다시 바닷물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기온이 낮아져 빙하기가 찾아오면, 바닷물 증발 후 16O 비중이 높은 상태로 생성되었던 비나 눈이 육지에 내린 뒤 빙하 속에 갇히게 되어 바닷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바닷물을 구성하는 물 분자는 무거운 18O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빙하기에는 바다 속의 18O/16O 값이 높아진다. 반대로 기온이 높아져 간빙기가 되면, 빙하가 녹으면서 이 속에 갇혀 있던 16O이 다시 바다로 되돌아가므로 바닷물 속 16O의 비율이 증가한다. 따라서 간빙기에는 바다 속의 18O/16O 값이 낮아진다. 따라서 18O/16O 비율 변화에 대한 누적된 기록을 이용해 과거 빙하기와 간빙기의 분포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탄산칼슘(CaCO3)의 단단한 골격을 가진 해양 미생물 화석이 해저 퇴적물 속에서 발견된다면, 이 골격 속의 O(산소)는 해당 미생물이 살았던 바닷물의 18O/16O 비율을 반영하고 있다. 심해 퇴적물에 매장된 특정 미생물 껍데기에서 나타나는 산소 동위원소 비율의 변화를 추적하여 빙하기 도래 여부를 알 수 있다.

한편, 바닷물이 아닌 빙하에서 뽑은 얼음 코어(ice core)에서도 산소 동위윈소 분석을 실시하여 과거 온도를 추정할 수 있다. 18O/16O 비율은 온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온도가 높을 때에는 더 많은 18O이 해양으로부터 증발하고, 온도가 낮을 때는 덜 증발한다. 따라서 무거운 동위원소 18O은 따뜻한 시기의 강수에 더 풍부해진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빙하 속 산소 동위원소 비율을 구하면 과거의 기온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따뜻한 시기에 형성된 빙하에는 18O/16O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같은 따뜻한 시기에 바다 속 18O/16O 비율은 낮다).

③ 빙하의 얼음 코어
극지방에는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눈이 다져지고 눌려서 얼음으로 변한 빙하가 있다. 빙하 속에는 눈이 쌓일 당시의 대기 성분이 공기 방울의 형태로 갇혀 있다. 빙하도 퇴적물처럼 아래로 갈수록 더 오래된 과거의 기록이라고 할 때, 이러한 얼음 코어를 통해 과거의 대기 조성 성분의 변화를 알 수 있다. 공기 속에 붙잡힌 이산화탄소의 함량 변화는 변동하는 기온과 연관된다. 빙하 속에는 작은 먼지나 화산재, 꽃가루 등이 함께 포함되어 있으므로 화산 폭발과 같은 지질학적인 사건이나 생물학적인 변화의 추정도 가능하므로 기후 변화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다.

④ 나이테 분석
나무는 기후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고, 그러한 흔적이 나이테로 나타난다. 좋은 성장 조건에서는 폭이 넓은 나이테가 생기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폭이 좁은 나이테가 생긴다. 이처럼 나이테를 연구하고 이를 연대측정에 활용하는 분야를 연륜연대학(dendrochronology)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그 지역의 기후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⑤ 꽃가루 분석(화분분석)
특정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의 몸을 이루는 조직에는 생명활동 당시의 기후가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꽃가루, 홀씨 등은 잘 파괴되지 않은 세포벽으로 되어 있어 퇴적물에 매우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퇴적물에 포함된 꽃가루를 분석하면, 한 지역의 식생 변화를 유추할 수 있고 이로부터 과거의 기후를 추정할 수 있다.

지질시대에 따른 고기후 변화

고기후 본문 이미지 1

선캄브리아 시대의 고기후
선캄브리아 시대의 기후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화석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많은 오랜 지각 변동을 받아 기후를 추정할 수 있는 기록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약 23억년 전 캐나다의 오대호 주변, 미국의 와이오밍, 핀란드, 남아프리카, 인도 등지에 대규모의 대륙 빙하가 형성되었음이 알려져 있다. 또한 8~6억 년 전에는 적어도 네 번의 극심한 빙하기를 맞이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6억 년 전 선캄브리아 시대의 마지막 빙하기에는 거의 모든 대륙에서 빙하 퇴적층이 발견되고 있다. 과거 지구 자기장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고지자기(古地磁氣, paleomagnetism)의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빙하 퇴적층이 쌓였던 지역이 당시의 적도 부근에도 위치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적도까지 빙하로 덮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8~6억 년 전 시기를 일부 학자들은 '눈덩어리 지구(snowball earth)'라고 부른다.

고생대의 고기후 (캄브리아기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데본기석탄기페름기)
고생대 초기의 지층에서 온난한 바다에서 생성되는 석회암이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약 4억 4천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대륙 빙하가 형성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내려갔다. 이때 해수면의 하강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큰 규모의 부정합이 형성되었다. 고생대 중반에는 산호와 양치식물이 번성한 것으로 보아 비교적 온난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석탄기에 접어들면서 지역에 따라 뚜렷한 기후 차이를 보여준다. 석탄기 당시 적도 부근에서는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이로부터 두꺼운 석탄층이 퇴적되었으며, 곳에 따라 얕은 바다에서 형성된 석회암과 증발암이 쌓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남반구에 있던 곤드와나대륙(초대륙 판게아를 구성하는 큰 대륙 2개 중 남쪽에 있던 땅덩어리)의 극지방은 석탄기 동안 계속 빙하로 덮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생대의 마지막인 페름기에 접어들면서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나 빙하시대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중생대의 고기후 (트라이아스기쥐라기백악기)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산호초가 고위도 지역의 지층에서 발견될 정도로 지질시대 중 가장 온난했으며 빙하기가 없었다. 쥐라기 후반 기온이 약간 낮아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따뜻한 기후였던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백악기 말에는 매우 온난한 기후를 보였다.

신생대의 고기후 ( 고제3기(팔레오기) → 신제3기(네오기) → 제4기)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넘어오는 고제3기에는 대체로 온난했으나 신제3기를 거치면서 점차 한랭해져, 제4기에는 여러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있었다. 고제3기 때의 높은 온도는 이 당시에 일어난 인도 대륙과 아시아 대륙의 충돌, 호주 대륙과 남극 대륙의 분리, 지중해의 폐쇄 등 활발한 판구조적인 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제3기에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신생대 제4기(Quaternary period)는 플라이스토세(홍적세, Pleistocene)와 홀로세(현세, Holocene)로 나뉘며, 우리는 현재 홀로세에 살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일찍이 19세기 말엽부터 빙하 퇴적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플라이스토세 기간에 있었던 여러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구분하였다. 일반적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모두 4번의 빙하기와 그 사이에 3번에 간빙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지막 빙하기인 뷔름 빙하기 때에는 육지의 약 1/3이 빙하로 덮여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기가 절정을 이룬 약 2만 년 전을 고비로 지구의 기온이 조금씩 상승했다. 그런데 약 1만 3천 년 전 지구의 온도가 다시 급격히 떨어지면서 약 1,200년 간 소빙하기를 겪었고, 이를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라고 한다. 지구상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약 1만 년 전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홀로세라고 부른다. 즉,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기는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잠깐 따뜻한 기간인 간빙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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