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

탄저

[ anthrax ]

여기에서의 탄저병은 진균에 의해 식물에서 발생하는 탄저병(anthracnose)이 아닌 세균인 탄저균(Bacillus anthracis)에 의해 인간과 초식동물 및 기타 동물에서 일어나는 탄저병(anthrax)를 가리킨다. 탄저균이 사람 몸의 피부, 폐, 위장 등 침투하는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고 결국 전신에 퍼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2만~10만 건의 발병이 보고되고 있다.

피부 탄저에 감염된 소년 (출처: )

목차

탄저병의 역사

탄저병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약 BC 5천년 정도부터 말, 소, 양, 낙타 등의 감염이 기록되었으며, BC 700년 정도에 쓰여진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어드(Iliad)에도 탄저병이 묘사되었고 고대 로마제국에서도 탄저병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1752년에 Maret 그리고 1769년에 Fournier에 의한 피부 탄저병에 대한 최초의 임상 기록이 전해진다. 1800년대에는 탄저병이 가축과 관련된 것을 의사들이 알아내었으며, 1800년대 중반에는 감염된 동물의 혈액에 존재하는 작은 막대 모양의 물체가 병과 관련된다고 추정하였다. 그 후 1876년에 Robert Koch가 원인체인 탄저균을 밝혀내어 Bacillus anthracis로 명명하고 이에 의해 탄저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로부터 그는 감염성 질병이 미생물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히고 전염병에 대한 원리인 코흐의 원칙(Koch’s Postulates)를 발표하였다.

탄저병의 종류

피부 탄저병(cutaneous anthrax)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저병의 95% 이상을 차지하는데 탄저균의 내생포자(endospore)가 주로 팔, 얼굴과 목의 상처 부위로 들어와 발병한다. 감염 후 약 1 내지 7일 정도에 통증이 없는 가려움증의 구진(papule)인 원발소[또는 원발진, primary lesion)]가 나타나며, 1~2일 후 구진 주변에 작은 물집이 생기고 이것이 커지면서 작은 물집들이 생긴다. 이 후 물집이 터지고 조직이 괴사하면서 특징적인 검은 딱지가 생긴다. 주변의 림프절에 감염되면 통증이 나타나며 균혈증(bacteremia)은 드물다. 탄저병 종류 중 가장 덜 위험하며 치사율은 항생제 치료 시 낮으며 치료를 안 할 경우 약 20%이다1).

호흡기 탄저병(inhalational anthrax)

탄저포자에 오염된 공기를 코로 흡입함으로써 폐에서 감염을 일으킨다. 1~6일의 잠복기 후 미열, 근육통, 기침, 흉통 등 감기와 유사한 초기 증상이 나타나며 이 후 2~3일 내에 고열, 호흡 곤란, 발한, 청색증(빈혈) 등의 후기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호흡이 어려워지며 수막염도 발생하며 저체온증으로 인한 쇼크가 발생하고 24~36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치사율은 약 85% 정도이지만 전체 탄저병 중 약 5% 정도만을 차지한다1).

위장관 탄저병(gastrointestinal anthrax)

조리되지 않은 감염된 동물의 고기를 먹은 후 2~5일 후 구토, 발열과 복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심각한 증상이 빨리 나타나 피 섞인 설사, 급성 복통증이 나타난다. 위궤양과 출혈성 장간막 림프절염증도 나타난다. 치사율은 치료와 상관없이 25~50% 정도이다2).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탄저병의 가장 흔한 형태이다.

탄저수막염(anthrax meningitis)

호흡기 탄저병 후 균혈증의 결과로 나타나며 다른 종류의 탄저병 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뇌척수액의 출혈이 일어나며 다형핵성 다구증(polymorphonuclear pleocytosis)이 발생한다. 치사율은 100%에 가까우며 가끔 항생제 치료 환자가 생존한다1)2).

주사 탄저병(injection anthrax)

최근 북유럽에서 마약-주사 사용자에서 나타난 종류로 증상은 피부 탄저병과 유사하지만 마약이 주입된 피부 깊은 곳이나 근육에서 감염이 일어나 전신에 빠르게 전파되고 인식과 치료가 더 어렵다3).

피부 탄저병 시 발생한 병변 (출처: ALMY_KW114Y)

탄저균

탄저병의 원인체인 탄저균 Bacillus anthracis는 표현형이 Bacillus cereus와 유사한데, 그람 양성 세균으로 내생포자를 형성하며 비 용혈성과 비 운동성을 나타내고, 페니실린과 감마 파지에 감수성이 있다. 캡슐과 독소를 생성하는 균주들이 병독성을 가지며 독소 유전자는 pX01, 캡슐 유전자는 pX02 플라스미드에 존재한다. 탄저균의 특정 마커는 Ba813이라는 277 bp의 DNA 서열이며, lefcap 유전자의 염기서열 분석과 더불어 병독성 균주의 동정에 이용된다. 탄저균은 절대 병원체로 간주되는데 환경에서는 매우 드물게 증식한다. 이들의 내생포자는 토양에서 매우 오랫동안 잔류할 수 있으며 동물 보유숙주에 의존하지 않는다4).

탄저병의 원인균인 Bacillus anthracis (출처: )

생물전 및 생물테러와 탄저균

탄저균은 살상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탄저균이 휴지기 상태의 내생포자(endospore)를 만들어 각종 환경조건에 내성이 강하기 때문에 생물전 무기(biological weapon)로서의 가능성이 일찍부터 알려져 1900년대에 최초로 침략행위에 이용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가축을 탄저균으로 감염시켜 중립국을 통해 연합군측으로 보내 일부 가축들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은 만주에서 탄저균을 생물전 무기로 연구한 후 비행기로 탄저균 및 다른 생물제를 중국 도시에 직접 살포하였으며 그 후 미국과 영국도 탄저균을 생물전 무기로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생화학 무기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가 커짐에 따라 1972년에 ‘생화학 무기의 개발, 생산과 저장 금지 및 그것의 파괴에 대한 협약’이 체결되어 100개국 이상이 가입하였으나, 일부 국가들이 현재 탄저균을 포함한 생물전 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2000년대 들어 탄저균이 생물테러(bioterrorism)에도 이용되기 시작하였는데 중동의 알 카에다 조직이 탄저균 분말이 든 우편물을 미국 곳곳에 보내 일부 사람들이 탄저병 양성 반응을 나타내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분말이 들어있는 소포들이 발견되었다3).

Bacillus anthracis 내생포자의 주사 전자 현미경 사진 (출처: ALMY_B0D6RX)

미국 상원의원 Thomas Daschle에게 배달된 탄저균 봉투 (출처: gettyimage 1993218)

탄저병의 예방과 치료

탄저병은 감염된 동물을 다루는 과정에서 감염되며 병에 걸린 사람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물, 특히 감염이 의심되는 동물이나 동물 유래 물품을 취급할 때 조심해야 한다. 탄저균을 다루거나 노출 가능성이 큰 사람들은 백신을 투여하거나 예방 목적으로 항생제를 투여받아야 한다. 일반인의 경우에는 탄저병에 걸린 동물을 먹지 말아야 한다.

탄저병 예방을 위한 백신은 1881년에 Pasteur가 가축에 효과가 있는 약독화 백신을 개발하였다. 1930년대에는 Max Sterne이 가축용 생 포자 백신을 개발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로 인해 인간에서 탄저병 발생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아직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인간용 탄저병 백신은 195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1970년에 새로운 인간용 백신이 나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탄저병 치료에는 혈청 요법과 화학요법 등이 사용되었는데 항생제 페니실린(penicillin)이 1944년에 탄저병 치료에 처음 사용되어 다른 치료방법을 대체하게 되었으며, 그 외에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에리스로마이신(erythromycin),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등의 항생제가 이용된다3).

관련용어

식물탄저병, 탄저균, 미생물, 코흐의 가설, 내생포자, 항생제, 그람양성균, 용혈, 균주, 병독성, 독소, 유전자, 플라스미드, 병원체, 백신, 포자, 페니실린, 테트라사이클린, 증상, 세균혈증, 호흡, 독시사이클린

집필

송홍규/강원대학교

감수

이하나/고려대학교

참고문헌

1. Swartz, M. 2001. Recognition and management of anthrax. N. Eng. J. Med. 345, 1621–1626.
2. Farrar, W. and Reboli, A. 1992. The Genus Bacillus-Medical. In Balows, A., Truper, H., Dworkin, M., Harder, W., and Schleifer, K. (eds.) The Prokaryotes. 2nd ed. pp. 1746-1751. Springer-Verlag.
3.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19. Anthrax. .
4. De Vos, P., et al. 2009. Bergey’s Manual of Systematic Bacteriology. 2nd ed. Vol. 3 The Firmicutes. pp. 92-93. Spr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