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형태형성

광형태형성

[ photomorphogenesis ]

태양으로부터의 빛은 식물의 생장과 발달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환경요인이다. 빛은 식물에게 화학에너지를 공급하는 광합성에 필요할 뿐 아니라 종자발아, 유식물의 탈황백화(de-etiolation) 및 굴광성 등 식물의 생리적 활동에 환경 신호로 작용한다. 빛에 대한 식물의 반응은 대부분 특별한 유전자들의 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며 이에 따라 식물은 특별한 구조와 형태를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특정한 파장의 빛에 의하여 식물의 구조 및 형태의 발달이 조절되는 현상을 광형태형성(photomorphogenesis)이라 한다. 즉, 빛의 양, 질, 방향 및 광주기 등의 정보에 대한 식물 개체의 반응이 생장과 발달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1)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광형태형성의 사례로는 빛이 있는 조건에서 생육한 유식물과 빛이 없는 조건에서 생육한 유식물이 다른 형태로 발달하게 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식물의 광형태형성은 크게 적색광 반응과 청색광 반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외선, 특히 UV-B 영역의 빛도 식물의 다양한 형태형성을 유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목차

적색광과 피토크롬이 매개하는 광형태형성 

피토크롬의 개념과 특성

피토크롬(phytochrome)은 약 125 킬로달톤(kD)의 분자량을 가진 색소단백질로서 모든 육상식물에서 발견되며, 620~700 nm 파장대의 적색광과 710~850 nm 파장대의 원적색광을 흡수하고 유전자 발현의 조절을 통하여 식물의 형태형성을 조절한다. 피토크롬은 적색광을 흡수하는 Pr형과 원적색광을 흡수하는 Pfr형의 구조적으로 다른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피토크롬의 흡수 스펙트럼

Pr형은 약 666 nm 파장의 빛에서 최대의 흡수를 나타내며, Pfr형은 약 730 nm 파장의 빛을 최대로 흡수한다. 그러나 두 형태의 피토크롬은 공히 청색광 영역의 빛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

피토크롬의 광전환성

Flint와 McAllister는 시금치 종자발아 실험과정에서 적색광이 종자발아를 촉진하는 반면에 원적색광은 발아를 저해한다는 점을 발견했다.2) Borthwick와 Hendrick 등은 더 나아가 적색광과 원적색광을 짧은 시간 번갈아 처리할 경우, 마지막에 조사한 빛이 적색광인지 또는 원적색광인지에 따라 종자가 발아하거나 전혀 발아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으며, 피토크롬이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하면서 조사된 빛의 파장대에 따라 구조적 전환, 즉 광전환이 일어나는 것으로 예측했다.3) 이후 순수 정제한 피토크롬 단백질을 이용한 실험에서 적색광 조사시 대부분의 피토크롬이 Pr형에서 Pfr형으로 전환되어 존재하지만, 원적색광 조사시에는 다시 Pr형 피토크롬으로 전환되는 광전환 현상이 확인되었으며, Pfr형이 생리적인 활성형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빛의 조도와 광량에 따른 식물의 광형태형성 초저플루언스 반응

광량이 0.1 ~ 1 nmol/m2 정도로 매우 낮은 경우 비광전환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으로, 십자화과 식물 씨앗의 발아 및 귀리 유식물에서 자엽초의 길이 생장 등의 반응을 유도한다.

저플루언스 반응

1 ~ 1,000 μmol/m2 정도의 광량으로 식물을 비출 때 일어나는 반응으로 시금치 종자의 발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광가역 또는 광전환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의 적색광/원적색광 반응이 이 반응의 범주에 포함된다.

고광도 반응

식물이 10 mmol/m2 이상의 광량의 빛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보이는 반응으로, 광전환이 불가능한 비광가역적 반응이다. 안토시아닌(anthocyanin) 합성으로 인하여 열매나 어린 식물이 자주색으로 변색되는 현상, 십자화과 식물의 발아 직후 하배축의 신장이 억제되는 현상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청색광과 청색광 수용체가 매개하는 광형태형성

적색광과 피토크롬에 의하여 조절되는 적색광 광형태형성 외에도 320 ~ 500 nm의 파장대의 UV-A영역을 포함한 청색광에 의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광형태형성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 파장대의 빛에 의한 식물의 광형태형성 반응을 청색광 반응이라고 한다. 청색광 반응은 고등식물에서 뿐만 아니라 조류, 균류 및 양치식물, 심지어 원핵생물에서도 여러 가지 사례가 알려져 있다. 잘 알려진 반응으로는 굴광성, 단세포 식물의 주광성, 기공의 운동, 종자발아 시 유식물 하배축 신장의 급속한 저해 및 광도에 따른 세포 내 엽록체의 이동 등이 있다. 청색광 반응을 매개하는 광수용체로 크립토크롬(cryptochrome), 포토트로핀(phototropin) 및 제아크산틴(zeaxanthin)의 단백질 또는 색소가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광형태형성 반응을 조절한다.

굴광성

청색광 조사 시 유식물이 빛의 방향으로 굽어 자라는 현상인 굴광성은 청색광 조사에 따른 포토트로핀의 작용으로 식물 호르몬인 옥신이 유식물의 하배축을 따라 불균등하게 분포하게 됨에 따라 발생한다. 청색광을 받으면 포토트로핀이 활성화되어 복잡한 신호 전달을 거쳐 옥신이 빛이 비추는 반대쪽의 하배축으로 이동하도록 한다. 그 결과, 옥신의 작용으로 빛에 가까운 쪽의 하배축보다는 반대쪽의 하배축 세포가 옥신에 의한 신장생장을 하므로 하배축이 빛이 오는 방향으로 굽는 방향으로 생장하는 현상, 즉 굴광 운동이 일어난다.

기공의 열림

기공의 열림을 조절하는 청색광 수용체로는 포토트로핀, 크립토크롬 및 카로티노이드 색소인 제아크산틴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포토트로핀의 역할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토트로핀이 청색광을 감지하면 공변세포의 막에 있는 양성자 펌프가 활성화되어 세포 안팎의 전기 분포에 불균형을 유도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칼륨 채널이 작동하여 세포 내로 칼륨이 다량 유입되고, 세포질 내에 칼륨이 축적됨에 다라 발생한 삼투압에 의하여 물이 공변세포 내로 이동한다. 그 결과 공변세포의 팽압이 증가하고 공변세포의 부피가 증가함에 따라 기공이 열리게 된다.4)

유식물 하배축의 신장생장 저해

줄기 신장의 억제 현상은 피토크롬에 의한 반응에서도 관찰할 수 있지만, 피토크롬에 의한 반응이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8~90분 정도 걸리는데 비하여 청색광에 의한 반응은 매우 신속하여 15~30초 정도면 확인할 수 있어 서로 별개의 반응인 것이 확인되었다. 돌연변이 식물체를 이용한 연구결과, 하배축 신장 저해를 조절하는 청색광 수용체는 크립토크롬인 것으로 확인되었다.5)

세포 내에서 엽록체 재배열

식물 세포 내의 엽록체들은 빛의 질과 양에 따라 다양하게 분포한다. 빛이 약한 경우에는 엽록체들이 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빛에 노출되는 방향으로 분포하지만, 빛이 지나치게 강한 경우에는 빛에 의한 광억제를 피할 수 있도록 광합성 세포의 측면으로 이동한다. 이와 같은 엽록체의 이동에는 포토트로핀이 청색광을 감지하여 세포 내 액틴 단백질의 조립을 조절함으로써 엽록체의 이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빛이 없는 환경(왼쪽)과 빛이 있는 환경(오른쪽)에서 자란 벼 유식물과 팥 유식물 - 빛의 유무에 따라 유식물의 형태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한국식물학회)

참고문헌

1. 김우택 등 (2016) 식물분자생물학. 월드사이언스, 251
2. Flint LH, McAllister ED (1935). Wavelengths of radiation in the visible spectrum promoting the germination of light-sensitive lettuce seed. Smithsonian Miscellaneous Collections. 94: 1-11
3. Borthwick HA, Hendricks SB, Parker MW 등 (1952) A Reversible Photoreaction Controlling Seed Germination. Proc Natl Acad Sci U S A. 38: 662–666
4. Taiz L, Zeiger E, Mőller IM 등 (2015) Plant Physiology and Development. 6th ed. Sinauer Associates, Inc. Sunderland, USA, pp 447-476
5. 이진범 등 (2016) 식물생리학 2판. 라이프사이언스, 273-282

동의어

광형태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