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흐의 가설

코흐의 가설

[ Koch’s postulate ]

코흐는 독일사람 Heinrich H. Robert Koch(1843~1910)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Robert Koch로 불린다. 그는 동시대의 프랑스 사람 Louis Pasteur(1822~1895)와 경쟁을 하듯이 미생물학, 특히 병원 미생물학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살아있는 미생물이 Antony van Leeuwenhoek(1632~1723)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1767년에 처음으로 보고된 이래 미생물학의 발전은 거의 없었다. 단지 자연발생설과 생물속생설이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의 살균에 대한 실험이 수행되었다. 그러나 일찍이 Girolamo Fracastoro(1478~1553)가 1546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 가능한 작은 물질"이 전염병의 원인이라고 보고한 것처럼 질병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즉 미생물)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 현미경의 사용이 활발해지고, 또 당시 유럽에 전쟁이 빈번했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 및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미생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실험은 Pasteur가 포도주가 시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저온살균법"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887년에 Koch가 가축에게 치명적인 탄저병의 원인균(Bacillus anthracis)을 보고하였고, 이어서 1881년에 Pasteur가 탄저병 백신을 개발하였다. 이어서 1884년 Koch는 Friedrich G. Jacob Henle(1809~1885: 콩팥에서 사구체와 연결된 헨르고리를 발견한 과학자)가 제안했던 질병과 미생물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1884년에 "코흐의 가설(Koch’s postulate)"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를 정리하여 1990년에 책자로 발표하였으며, 콜레라와 결핵의 질병과 원인 세균의 관계를 검증하였다. 이 가설은 네 가지 실험 및 확인 단계를 거쳐 특정 미생물이 특정 질병의 원인임을 확정하는 내용이다. 탄저병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증상을 보이는 동물로부터 증상부위를 채취하여(탄저병은 내출혈에 의하여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하며 조직이 죽음: 이 경우 혈액을 채취) 정상 동물에는 없으나 질병 동물에서만 관찰되는 미생물을 확인한다.

2) 그 미생물을 분리하고 순수배양함과 동시에 질환부위에 존재했던 미생물과의 동일 여부를 확인한다.

3) 배양된 미생물을 동일한 건강한 동물(또는 실험동물: 가장 흔하게 생쥐가 사용됨)에게 투여한다.

4) 투여된 미생물에 의하여 실험동물이 처음과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질환부위에서 처음과 동일한 미생물을 확인함.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검증이 완료되면 특정 미생물은 그 동물의 해당 질병의 원인 미생물임을 확정한다는 것이다(그림 1).

코흐의 가설에 대한 단계별 실험에 대한 설명 (출처: 강원대 최형태 교수님 제공)

목차

코흐의 가설 - 여전히 중요한 질병원인 규명방법

미생물과 질병에 대한 이러한 확정실험 방법은 가설보다는 공준(공공의 인정을 받는 기준)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이 방법은 현재에도 활용되는데, 예를 들어 어느 마을에 식중독이 발생하면 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식중독 환자와 건강한 사람들 모두 섭취한 음식, 증상의 종류와 유무, 그리고 환자와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시료(혈액과 분비물 등)를 비교 분석하고 위의 절차에 따라 식중독의 원인을 확정한다.

코흐의 가설 허점

그러나 코흐의 가설로 확정이 불가능한 질병이 많이 나타났다. 당시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프리온(prion) 질병에 대하여 전혀 몰랐으며, 또 배양이 매우 어려운 미생물(또는 당시와 현재의 기술로는 배양이 불가능한, 그래서 non-culturable, 또는 unculturable microbes라고 부르는 미생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었기에 수정할 부분이 있다.

첫째, 바이러스는 코흐의 가설에서 제안한 방법으로는 배양이 되지 않는다. 반드시 살아있는 숙주가 필요하므로 위 그림에서 배양에 대하여 약간 보완하면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프리온 질병은 전혀 다른 검증방법이 필요하다.

둘째, 프리온에 의한 질병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염(전파)된다. 프리온은 정상적인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기능성 단백질인데 유전적인 요인이나 질병을 유발하는 변형된 프리온 단백질을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가지고 있던 정상 프리온이 질병을 유발하는 변형 프리온으로 전환하게 된다. 즉 프리온 질병은 어떤 원인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코흐의 가설에 따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프리온 질병도 증상을 보이는 부위(뇌)를 채취하고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어떤 미생물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 이를 실험동물에 주사하여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바이러스와 미생물이 없음을 확인하고, 2차로 다시 증상을 보이는 실험동물의 질환부위를 또 다시 실험동물에 주사하였을 때 역시 동일한 증상을 보이면 프리온 질병으로 확정할 수 있다. 즉 배양가능 여부(바이러스)와 미생물의 존재여부(프리온)와 상관없이 전체적인 개념은 유효하며 세부 항목에 대하여 수정한다면 현대에도 가장 정확한 "질병과 전파 가능한 원인물질"의 관계를 확정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집필

최형태/강원대학교

감수

정우현/덕성여자대학교 

동의어

코흐의 가설, Koch’s postul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