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살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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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살균법 용어에 붙은 Pasteur라는 단어는 프랑스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의 이름에서 딴 것으로, 그는 거위목 플라스크 실험으로 자연발생설(自然發生說, spontaneous generation)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한 사람이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프랑스 나폴레옹 1세가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패배하고 유럽의 주요 역사현장에서 사라진 후 유럽의 주요 4개국가가 유럽의 판도를 조절하던 때였다. 즉 프랑스는 전쟁 패전국으로 상대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고, 당시 프랑스의 산업구조도 농업과 목축업, 그리고 이들의 가공산업 (즉 간단한 발효산업)이 주된 수입원이었다. 목축업이 도시 또는 가까운 곳에 있었던 시대에서 인구 이동이 일어나 도시가 커지게 됨에 따라 농업과 목축업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리잡았다. 따라서 이들의 운반 및 유통에 시간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우유와 포도주가 상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였다. 이미 나폴레옹 시대에 전장에 식료품을 보급하고자 병조림과 통조림 방법 (역시 프랑스 사람 Nicolas Appert가 개발하여 이를 appertisation이라고 함)이 개발되었는데 이는 식품을 고온으로 가열하고 밀폐된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유와 포도주를 고온으로 가열하면 우유는 엉키게 되고 포도주는 알코올이 모두 제거되어 각각 제품의 질이 크게 손상되기 때문에 appertisation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파스퇴르는 낮은 온도에서 가열하면 우유와 포도주가 상당한 기간동안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이 방법이 왕성하게 생장 중인 미생물 (세균)을 죽인다는 것을 확인하고 1864년에 저온살균법을 확립하게 되었다. 즉 저온살균법은 대상물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아니고 미생물의 수를 대폭 감소시켜서 보관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주로 세균, 원생동물, 곰팡이 등의 병원균과 비내열성 부패균과 변패균들을 부분적으로 살균하는 방법에 해당한다. 당시의 방법은 우유, 포도주 등에 따라 60℃에서 30분 가열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했고 65℃에서 20분 등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긴 시간 (low temperature long time: LTLT 법이라고 함)이 원칙이고 기준이었다. 이 살균법은 주류의 산화를 막는 방법으로도 활용되었다.

그림 1. 파스퇴르의 자연발생설 타파 실험 ()

이러한 저온살균법은 그 후에 저온살균법 사용후에도 생존하는 병원성 세균이 보고되었고, 특히 결핵균이 우유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이 보고된 후에 처리방법을 63℃에서 30분으로 늘리는 등 대상물체에 따라 다양한 온도 기준이 마련되었다. 또 더 높은 온도를 사용하면서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이 개발되었고, 72℃에서 15초 (역시 온도는 대상물체에 따라 74℃까지 사용)의 기준이 인정되어 이를 고온/짧은 시간이라는 의미로 high temperature short time (HTST 또는 HST) 방법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15초 동안 대상물체를 가열하는 것이 아니고 열교환기 (예를 들어 72℃로 유지되는 작은 방에 관을 설치하고 이 관 내부를 대상액체가 15초만에 통과하고 그 다음에 즉시 냉각시키는 방법, 그림 2)를 사용한다. 열교환기 기술이 좋아짐에 따라 20세기 후반부터는 초고온 방법을 사용하는데 135℃에서 1~2초 순간 가열하는 것이다. 이를 초고온을 강조하여 ultrahigh temperature (UHT)라고 부르며 현재에는 많은 우유가공 회사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LTLT부터 UHT에 이르기 까지 우유에 열을 가하면 우유의 영양소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능하다. 우유의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물론 단백질이고, 칼슘과 무기질 그리고 비타민이다. 그런데 우유의 비타민 B12와 비타민 E는 감소되지만 오히려 비타민 A는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요즈음 우리의 식사에서 비타민 B 계열은 이미 충분히 섭취하기 때문에 특별히 우유의 영양분 파괴에 대하여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그림 2. Pasterurization의 개념도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최형태/강원대학교

정우현/덕성여자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