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배양

순수배양

[  pure culture ]

순수배양이란 실험자가 원하는 한 가지 생물만을 배양하여 많은 수의 동일 종을 확보하는 기술을 말한다. 고등 동∙식물은 크기가 크고 구별이 쉬워서 어느 한 종을 별도로 배양하는 것(키우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미생물은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모양도 매우 비슷하므로 어느 한 종을 선택적으로 배양하는 기술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순수배양 기술이 확립된 후에 미생물학의 발달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순수배양의 필요성에 대하여 우리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특정 미생물을 한 가지 분리하는 경우를 설명하겠다. 한강 물에는 매우 다양한 미생물 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존재한다. 이렇게 혼합된 미생물 시료로부터 원하는 것을 분리할 때 이 시료를 액체배지(liquid medium)에 접종하면 또 다시 혼합된 미생물들이 자란다. 따라서 미생물을 순수하게 분리하기 위하여서는 액체배지를 사용할 수 없고 고체배지(solid medium)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미생물을 순수하게 분리하여 배양하기 위한 고체배지의 개발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목차

고체배지의 필요성

프랑스 사람 Louis Pasteur(1822~1895)와 독일 사람 Robert Koch(1843~1910)는 미생물학, 특히 병원미생물학 분야에서 매우 큰 업적을 세운 사람들이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여러 가지 질병과 관련된 미생물에 대한 실험을 수행하면서 당연히 질병의 원인이 되는 특정 미생물을 순수하게 분리하고 대량 배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고체배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많은 과학자들이 인정한 초기의 고체배지는 감자절편을 고온처리하고 그 표면에 미생물을 넓게 펴거나(spreading), 선으로 그어서(streaking) 미생물이 집락(colony)을 생성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감자에는 녹말은 풍부하지만 다른 영양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의 종류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녹말분해효소(Amylase)를 분비하면 그 집락 주변이 액체로 변하기 때문에 이 효소를 분비하는 미생물이 감자절편의 표면에서 자라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Koch 집단은 단백질인 gelatin을 액체배지에 더하고 멸균 처리하여 사용하였다. Gelatin 고체배지는 일반 미생물을 배양하는 용도로는 문제가 없으나 가축과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배양해야 하는 37℃에서 gelatin 고체배지가 액체로 변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인 gelatin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에 의하여 고체상태를 유지하지 못하였다. Koch의 실험실에 1881년부터 박사후과정으로 공동연구를 시작했던 Walther Hesse가 그의 부인의 도움을 받아 한천(agar)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여 매우 안전한 고체배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한천을 액체배지에 1.6% 되도록 더하고 멸균하면 모두 녹는데, 이 배지가 점차 식어서 45℃ 전후가 되면 고체로 되기 전이며, 이때 이를 담을 그릇에 부으면 곧바로 굳어서 평평한 고체배지를 얻을 수 있다. Koch의 연구집단에 참여한 Julius Petri는 한천 사용을 추천한 Hesse와 더불어 고체배지를 담고 사용하기 편리한(유리로 만들어진) Petri dish (그림 1)를 고안하여 미생물의 순수분리 실험을 더욱 용이하도록 하였다.

그림 1. Petri dish와 한천배지, 그리고 배지 위에 여러 가지 미생물이 다양한 색깔의 집락을 보이면서 생장한 모습 (출처: 윤창규, 서울대학교)

배지의 종류

순수하게 분리된 특정 미생물을 대량 배양하려면 다양한 배지가 필요하다. 고체배지는 미생물을 분리하는 목적으로는 요긴하게 사용되지만 원하는 미생물을 대량 배양하는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액체배지를 사용한다. 액체배지와 고체배지의 차이는 한천을 더했는가의 차이이므로 이제부터 설명하는 배지의 종류는 고체와 액체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소개하겠다. 첫째, 배지의 영양분의 구성에 따른 분류인데, 1) 완전배지와 2) 최소배지가 있다. 완전배지는 complete medium이라고 하며 효모추출즙(yeast extract), 소고기 추출즙(beef extract)등을 사용하므로 배지의 성분이 복잡하여 complex medium이라고도 부른다. 최소배지는 어느 생물체가 생존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의 영양분을 공급한 배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대장균을 앞의 완전배지에서 배양하면 당연히 잘 자란다. 그런데 포도당과 기타 무기염류(황산암모늄, 제1인산칼리, 염화칼슘 등)를 혼합한 배지에서도 완전배지에서의 생장속도보다 느리지만 생장한다. 그러면 최소배지의 장점은 실험자가 배지의 구성성분을 정확하게 (예: 탄소, 질소 수소 등 각 원소 별 농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특정 미생물을 분리하는 목적으로 선택배지(selectice medium)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분리할 때 배지에 포도당과 같은 탄소 유기물을 더하지 않고 기타 무기염류와 적절한 빛을 주고 배양하면 오직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미생물만 생존할 것이다. 셋째, 강화배지(enriched medium)는 특정 미생물이 요구하는 영양분을 더한 배지를 말하는 것으로 병원성 미생물 중에서 적혈구를 공격하는 미생물의 배지에 적혈구를 더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러한 모든 배양방법은 원하는 미생물을 특정한 조건에서 대량 확보하는 기술이며 배양할 때 각 미생물이 가장 잘 생장하는 조건 (예: 온도, 산도, 공기의 유무 등)에서 배양하여 그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집필

최형태/강원대학교

감수

이정신/강원대학교 

동의어

순수배양, pure culture, Pure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