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사탕보다 달콤한 파이데이를 아시나요?

3월 14일, 사탕보다 달콤한 파이데이를 아시나요?

주제 수학(통계)
칼럼 분류 만화기사
칼럼 작성일 201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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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사탕보다 달콤한 파이데이를 아시나요? 본문 이미지 1

3월 14일.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일이라는 화이트데이가 됐건만 태연의 마음은 바람 빠진 하트풍선처럼 쭈글쭈글하다. 남친 원표로부터 알사탕 쪼가리 하나도 받지 못한 채 빈 손으로 하교를 해야 했던 것. 아침까지 온통 분홍빛이던 세상이 이젠 거무튀튀한 흙빛일 뿐이다.

“태연아, 그렇게 우중충하게 앉아있지 말고 이리 와서 파이 좀 먹어 보렴. 아빠가 너 주려고 만든 달콤한 초콜릿파이야.”

“어쩜 파이도 제 마음과 똑같은 우중충한 색깔로 골라서 만드셨어요. 아빤 정말 제 마음을 읽는 천재인가 봐요. 음···, 생긴 것도 울퉁불퉁 못생겼고, 맛도 없어요. 사탕도 못 받는 딸이라고 지금 놀리시는 건가요? 흑~.”

“아냐, 오늘이 ‘파이데이’라서 너한테 파이가 뭔지 설명해 주려고 만든 거라고. 화이트데이는 사탕 팔아먹으려는 상술로 생긴 거고, 파이데이는 수학적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서 생긴 거니까 차원이 다른 거지.”

“흑···, 절 놀리시는 게 맞아요. 도대체 어떤 파이가 수학이라는 건가요. 호두파이? 사과파이? 초코파이가 수학인가요? 아, 아빠의 농담은 정말 파이에요!”

“아이고, 먹는 파이가 아니라 원주율 π 말이야. 너도 학교에서 배워서 알겠지만 원주율은 원 둘레의 길이를 지름으로 나눈 값을 말하지. 3월 14일 오늘은 이 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파이데이’란다. 미국의 한 유명한 수학 동아리에서 π의 값인 3.14159···를 기억하기 위해서 3월 14일 오후 1시 59분에 행사를 가졌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서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파이데이를 기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단다.”

“그럼 왜 파이를 구우신 건데요! π랑 파이도 구분 못한다고 저를 놀리시려는 게 맞잖아요!”

“아니야. 동그란 파이를 가지고 π를 설명해 주려고 한 거란다. 자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둥근 파이를 잘 보렴. 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도형이야. 그리스 최고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원과 구를 가장 신성한 형태라고까지 말했지. 그래서 원 둘레 길이나 구의 넓이를 측정하는 것에 사람들은 매우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것은 수학의 가장 오래된 명제이기도 해.”

“저의 가장 오래된 명제는 ‘왜 남자애들은 저를 좋아하지 않을까’예요.”

“기원전 2000년 무렵에 발견된 ‘테머 폐허의 린드 파피루스’에 원주율이 3.16으로 계산돼 있는 것을 보면 π는 정말 오래된 명제라고 할 수 있지. 기원전 225년 아르키메데스는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과 외접하는 정다각형을 이용해서 원주율을 계산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π값을 구하기도 한단다. 컴퓨터 덕에 2002년 12월에는 소수점 이하 1조 2,400억 자리까지 π값을 구하기도 했어요.”

“아니, π가 밥을 줘요, 떡을 줘요? 정확한 π값을 구한다고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원과 구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확률과 물리학, 해석학 등의 분야에서도 π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란다. 심지어는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개발했을 때 그 컴퓨터의 성능을 평가하는 척도로도 사용되고 있어. π가 없었다면 인류가 지금의 문명을 누리고 있을지 의문이라는 학자까지 있단다. 그래서 이토록 위대한 π를 기념하는 파이데이에는 원주율 외우기 행사를 가장 많이 하는데, 현재 기네스 기록은 2005년에 중국의 차오루라는 대학생이 24시간 동안 6만 7,890자리까지 외운 것이라고 하는구나. 우리나라에서도 포스텍(postech)의 한 학생이 2007년에 3,500자리까지 외운 기록이 있지.”

“헉, 대박···! 분명 그 학생들은 남친 혹은 여친이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시간이 남아돌아서 파이를 외운 거죠.”

“태연아, 너무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굴 거 없어. 남자친구에게 사탕을 받지 못했어도 넌 정말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아이야. 그건 수학적으로 확실해.”

“네?!! 정말요? 제가 그렇게 예뻐요? 그렇다면 제가 바로 그 컴퓨터 미인?”

“바로 그거야! 네 얼굴을 거울로 잘 들여다보렴. 코끝에 컴퍼스를 대고 원을 그린 것처럼 완전한 원형을 하고 있잖니. 마치 이 둥근 파이처럼 말이야. 아까 말했듯이 원은 가장 신성하고 완벽한 형태의 도형이야. 근데 네 얼굴이 바로 그 원형이란 말이지!”

“아빠!!! 지금 그걸 위로하고 하시는 거예요? 아빠의 그 완벽한 DNA 덕분에 얼굴이 호빵처럼 동그랗게 생겼기 땜에 사탕도 못 받은 거란 말이에요! 아빠 정말 미워, 미워!!”

  • 김희정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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