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도 감전사시키는 전기물고기, 정작 자신은 살아남는 비밀!

악어도 감전사시키는 전기물고기, 정작 자신은 살아남는 비밀!

주제 전기/전자, 생명과학
칼럼 분류 만화기사
칼럼 작성일 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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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즐겁다. 특히 낮에는 차가운 계곡물에서 놀아도 춥지 않을 만큼 기온이 올라가고, 밤에는 선선한 바람까지 부는 초여름의 글램핑(glamping, 고가의 장비나 고급 음식 등 다양한 호화 품목이 포함된 일종의 캠핑)은 더욱 즐겁다. 바비큐그릴에서는 두툼한 돼지목살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풍경에 딱 하나 난제가 있었으니, 바로 휴대전화 충전기를 집에 놓고 왔다는 것이다! 벌써 한 시간 전부터 태연의 스마트폰은 제가 곧 숨이 넘어갈 예정이란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어떡해, 어떡해~~ 롤 챔피언십 봐야 하는데 배터리가 간당간당한단 말이에요.”

“딱 잘됐구만 뭘. 여행 와서까지 꼭 게임동영상을 봐야겠냐? 그리고 아빠가 롤은 나쁜 게임이라고 했지? 리그오브레전드나 리오레라면 모를까.”

“아빠, 그게 다 같은 게임을 다른 말로 부르는 거거든요?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그나저나 제 몸이 충전기라도 됐음 좋겠어요. 제 콧구멍을 콘센트 삼아 전기코드를 딱 꼽아서 충전할 수 있다면 이 한 몸 불사를 수 있을 텐데요.”

“너의 코가 형태상 콘센트와 상당한 유사성을 갖는 건 사실이지만, 인체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아주 적은 양이란다. 충전은 말도 안 되는 얘기지.”

“예에?? 어쨌거나 저쨌거나 몸에 전기가 있다고요?”

“그래. 모든 살아있는 동식물은 전기를 생산한단다. 수십 밀리볼트의 극소량이지만 말이야. 생물 세포의 안쪽은 음전하의 농도가 높고 바깥쪽은 양전하가 농도가 높은데, 이렇게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전위차가 나타나는 것을 막전위(membrane potential)라고 한단다. 그리고 이 전위차에 의해 전기가 발생하게 되지. 보통은 안정적인 막전위를 나타내지만 흥분성 세포, 즉 신경세포나 근육세포가 흥분을 하면 빠르게 일시적으로 막전위가 확 바뀐단다. 이때 생긴 전기신호로 생물체는 자신이 경험한 자극을 전달하게 된단다. 이렇게 모든 생물은 전기를 생산해서 일종의 전기신호체제를 확보하고 있지.”

“와, 대단해요! 기차나 자동차에만 전기신호체제가 있는지 알았는데 제 몸에도 그런게 있단 말이잖아요. 이왕이면 좀 더 쎈 전기를 생산해서 휴대폰 충전까지 할 수 있음 좋겠지만요, 쩝.”

“충전을 하고도 남을 만큼, 아니 충전하다 감전돼 죽을 만큼 강한 전기를 만들어내는 동물도 있어. 발전어(發電魚) 혹은 전기물고기라고 불리는 것들인데 전기뱀장어, 전기메기, 전기가오리 등이 대표적인 발전어란다.”

“대체 얼마나 강한데요?”

“전기뱀장어는 600~800V(볼트), 전기메기는 400~500V, 전기가오리는 8~400V 정도 되지. 물론 전압이 높다고 다 충격이 큰 건 아냐. 정전기는 전압이 2만 볼트가 넘는데도 따끔할 뿐이잖아. 하지만 발전어들은 높은 전압에 전류량도 상당하단다. 때문에 전기뱀장어 같은 경우엔 말처럼 큰 동물도 기절시키거나 죽일 수 있지. 발전어들은 이렇게 센 전기를 이용해 먹이를 기절시켜 잡기도 하고,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단다.”

“멋진데요? 천하무적이잖아요!! 저한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악당들을 물리치고 세계 평화를 지키는 새로운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을 텐데, 아~ 아쉬워라. 그런데 발전어들은 도대체 어떻게 전기를 만드는 거예요?”

“전기를 만드는 특정 기관이 따로 있단다. 전기뱀장어를 예로 들어 설명해볼게. 큰 경우 2m까지 자라는 이 녀석들은 몸 전체의 90% 그러니까 180cm가 꼬리야. 그 엄청난 길이의 꼬리에 전기판이라고 하는 발전기관을 5,000개도 넘게 직렬구조로 연결해 놨단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전기를 방출할 수 있지. 전기판 한 개의 전압이 0.15V라고 가정하면 5,000×0.15V = 750V의 전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야. 너도 병렬과 직렬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배웠지? 건전지를 직렬로 연결하면 연결한 개수만큼 전압이 높아지고, 병렬로 연결하면 전압은 건전지 하나일 때와 똑같지만 대신 오래 쓸 수 있다는 것 말야.”

“어쩌면 배웠을지도 모른다는 기억의 흔적 같은 것들이 살짝 뇌를 흔들며 지나가긴 하네요···. 그런데 그 정도로 센 전류를 흘려보내면 전기뱀장어 스스로도 감전되지 않을까요?”

“아니, 저 자신은 아주 말짱하단다. 전기뱀장어의 몸속에는 5,000개 넘는 직렬구조의 전기판이 무려 140개나 있지만, 이 전기판들이 병렬로 나란히 연결돼 꼬리근육을 이루고 있거든. 때문에 밖에서 들어오는 전기 충격을 1/140 수준 정도로만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전기뱀장어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저 살 궁리도 안하고 그렇게 센 전기를 방출하겠냐?”

“아, 그렇구나. 그런데 아빠, 지금 이 시점에서 문득 하나의 창의적 사고가 튀어나왔어요. 그릴 위에서 맛나게 익어가는 저 돼지목살 옆에 발전어들을 올려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요. 살아있는 발전기인 그 녀석들은 대체 어떤 맛일까요?”

“그 어떤 것이든 먹을거리로 끝매듭을 짓는 너의 창의적 태도는 언제나 놀랍고도 신비하구나···. 전기뱀장어와 전기메기는 주로 남아메리카 나일강 근처나 적도 근처 아프리카의 강에서 많이 사는데, 맛이 상당히 좋고 잡는 방법도 간단하단다. 전기어들이 위협을 느껴 전기를 마구 방출하도록 물 위를 막대기로 막 친 다음, 방전된 전기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건져 올린다는 거야. 참 쉽죠잉~~.”

“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요. 저 탐스러운 목살 옆에 2m짜리 전기뱀장어가 나란히 누워있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일까요? 아아아, 먹고 싶다 전기뱀장어~ 전기메기~! 왜 한국에는 없는 거니, 왜왜~~. 나쁜 뱀장어, 나쁜 메기!!”

  • 김희정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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