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잉크의 비밀!

사라지는 잉크의 비밀!

주제 화학
칼럼 분류 실험기사
칼럼 작성일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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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와 재질이 같은 종이 조각 두 장이 있다. 하나는 빨간색, 다른 하나는 파란색이다. 두 종이 위에 비눗물을 떨어뜨리자, 빨간색 종이가 파랗게 변했다. 하지만 파란색 종이는 색 변화가 없었다.

이번에는 두 종이 위에 오렌지주스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자 파란색 종이가 빨갛게 변했다. 하지만 빨간색 종이는 색 변화가 없었다. 이 종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산 · 염기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지시약, 리트머스 종이다. 지시약이란 화학 반응이 일어날 때 특정한 상태를 판별하는데 사용하는 시약을 말한다. 물질의 산성도를 알려 주는 산염기지시약부터 물질의 산화형과 환원형의 색깔이 다른 점을 이용하는 산화환원지시약, 침전에 흡착될 때 색깔이 변하는 흡착지시약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지시약의 특정 성질을 이용하면 신기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를 테면 잉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술 같은 상황도 만들 수 있다.

[교과과정]
초등 3-1 우리 생활과 물질
초등 5-2 용해와 용액
초등 6-1 산과 염기

[학습주제]
산과 염기의 성질 알아보기
용액의 성질 이해하기
중화반응의 예 찾아보기

<실험 방법 및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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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 참고사항 :
• 수산화나트륨은 과학사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에탄올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 실험 주의사항
※ 수산화나트륨 용액은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으니 피부에 묻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에탄올을 사용할 때는 화기에 주의하세요.
※ 혼합용액을 뿌릴 때는 최대한 팔을 멀리 떨어뜨리고, 절대 사람을 향해 뿌리지 마세요.
※ 실험이 끝난 뒤 용액은 반드시 폐수 용기에 담아 처리해 주세요.

에탄올 + 티몰프탈레인 + 수산화나트륨 혼합 용액을 흰 천에 분사하자 잉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분명 분무기 통 안에는 푸른색 액체가 가득한데, 분사하기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마술 같은 상황은 과학의 원리를 십분 활용한 결과다.

이 실험에는 티몰프탈레인(C28H30O4)이라는 지시약이 사용됐다. 티몰프탈레인은 산성도(pH) 9.3에서 무색이지만 pH 10.5가 되면 파란색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어 염기성 물질을 검출하는데 자주 이용된다. 티몰프탈레인 용액을 수산화나트륨 용액과 섞으면 순식간에 푸른색으로 변하는데, 수산화나트륨(NaOH)이 대표적인 강염기 물질이기 때문이다.

염기성인 수산화나트륨 용액이 산성을 띠는 이산화탄소를 만나면 중화반응이 일어나며 물과 탄산나트륨(Na2CO3)이 만들어진다. 탄산나트륨은 수산화나트륨보다 염기성이 약해 pH가 9.3 이하로 떨어지고, 티몰프탈레인 용액은 무색으로 변하게 된다. 즉,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면서 용액의 푸른색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2NaOH + CO2Na2CO3 + H2O

산 · 염기를 구분하는 지시약이 다양함에도 이 실험에서 티몰프탈레인을 택한 이유는 pH의 범위 때문이다. 티몰프탈레인 용액은 pH가 10.5에서 9.3으로 떨어지면 바로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렇듯 pH의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에 단시간에 드라마틱한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pH 9.3~10.5의 범위는 실험의 반응물과 생성물 사이에 있다.)

분무기 대신 스포이트를 이용하면 화학 반응의 차이를 더욱 잘 관찰할 수 있다. 흰 천에 스포이트로 용액을 직접 떨어뜨리면 색은 사라지지 않고 흰 천을 파랗게 물들인다. 물론 이 얼룩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라지지만 분무기를 사용했을 때처럼 빠른 반응을 관찰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접촉면의 크기와 관련돼 있다. 용액의 접촉면이 클수록 이산화탄소와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용액의 색깔이 더 빨리 사라지는 것이다. 잉크를 뿌린 곳을 입으로 불어도 이산화탄소와의 접촉이 많아져 반응이 더 빨리 일어난다.

산과 염기가 만났을 때 산성과 염기성 정도가 줄어들면서 물과 염을 만드는 반응을 중화반응이라고 한다. 중화반응은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일례로 생선을 요리할 때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흔히 레몬즙을 사용하는데, 이 역시 산성(레몬즙)과 염기성(비린내)이 만나 중화되면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이다.

  • 유기현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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