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에도 과학이 숨어있다고?!

내복에도 과학이 숨어있다고?!

주제 화학공정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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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내복을 입고 입 벌리며 잠든 예쁜 아이 / 낡은 양말 깁고 계신 엄마 창밖은 아직도 새하얀 겨울밤 / 한손엔 누런 월급봉투 한손엔 따뜻한 풀빵 가득 오~예 / 한잔 술로 행복해 흥얼거리며 오시는 아버지 / 그리워요 눈물이나요 가볼 수도 없는 곳 / 보고파요 내 뛰놀던 그 동네 날 데려가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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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의 노래 ‘빨간 내복’의 일부다. 1990년대 평범한 가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추억의 장면에는 빨간색 내복이라는 아이콘이 있다. 팔꿈치와 무릎에 구멍이 나고 고무줄이 헐렁해진 빨간 내복이라도 한 벌만 걸치고 있으면 추운 겨울을 거뜬하게 날 수 있었다.

부모님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과거 선물용으로도 인기였던 빨간 내복은 과학기술이 낳은 발명품이었다. 빨간 내복의 소재는 일본에서 만든 ‘엑슬란’이라는 상표가 붙은 두꺼운 천이었는데, 이는 193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던 석유화학 기술로 만든 섬유의 발전과 함께 개발됐다.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든 빨간 내복은 겨울철에도 빨기 쉽고 잘 말랐으며, 여름 한철 보관해도 벌레가 먹지 않았다. 덕분에 면내의 ‘메리야스’를 누르고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땀 흡수가 잘 안 돼 피부병이 생기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1980년대가 되자 나일론 내복은 ‘보온메리’, ‘에어메리’로 불리던 두꺼운 삼중직 내복에 밀리기 시작했다. 순면으로 된 원단을 사용해 피부에 덜 자극적이고 원단 사이에 솜을 넣어 보온 효과를 한층 높였기 때문이다.

● 내복의 보온 효과, 공기층서 나와··· 3℃ 정도 보온
사실 내복의 보온효과는 과학 원리에서 나온다. 옷감 부피의 60~90%는 공기가 차지하는데, 옷과 옷 사이의 공기까지 생각하면 이 비율은 더 늘어난다. ‘정기공기층’이라 불리는 이런 공기가 많을수록 보온효과가 높아진다. 원단에 솜을 넣은 보온메리 등의 내복도 정기공기층을 늘여 보온효과를 높였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도 내복을 입은 경우 섭씨 약 3도 정도 보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복을 입고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했을 때 표면온도가 18.6도로 내복을 안 입었을 때인 21.8도보다 낮았다. 체온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내복이 막아 준 것이다.

최근에는 발열 섬유로 만든 내복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발열 섬유에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땀을 흡수해 열로 바꾸거나, 섬유가 몸과 마찰되면서 일으키는 열을 그대로 간직하거나, 옷을 만드는 원단 위에 고분자 물질을 고루 펴서 뿌리고 전지를 연결해 열을 내는 방식 등이 있다.

● 내복은 ‘첨단과학’··· 땀 흡수 · 증발 빨라 선수 기량 높여
내복은 스포츠 선수의 기량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골프선수들은 한여름에도 반팔 티셔츠 안에 몸에 달라붙는 긴팔 티셔츠를 껴입는다. 프로배구와 축구, 농구, 사격, 역도 선수 등도 겉옷 안에 달라붙는 ‘내복’(기능성 이너웨어)을 겹쳐 입는다.

더운 여름에도 운동선수들이 내복을 챙겨 입는 이유는 경기 내내 쾌적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량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는 옷은 땀을 빨아들이는 능력과 빨리 마르는 능력이 뛰어나다. 덕분에 운동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도 끈적한 느낌 없이 기분 좋은 상태로 있을 수 있다.

피부에 딱 붙는 내복이 땀을 빨아들이는 원리는 ‘모세관 효과’다. 모세관 효과는 가는 관을 따라 액체가 흡수되는 현상인데, 종이나 스펀지에 물이 흡수되거나 식물이 물관으로 물을 빨아들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운동선수들이 입는 내복은 대부분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다. 이 섬유는 물이 잘 묻지 않고 오히려 물을 밀어내는 성질이 있다. 때문에 이 섬유를 가늘게 뽑아서 천을 만들면 실과 실 사이가 더욱 촘촘해져 모세관 현상이 생기게 된다. 모세관 현상이란 구멍이 아주 작은 관 사이로 액체가 빨려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때문에 운동선수들이 흘린 땀을 밖으로 빨리 배출시켜준다. 땀이 마르면서 피부 온도가 내려가고, 쾌적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의 경기 능력도 좋아진다. 또 땀을 빨리 증발시켜 세균이 생기는 것도 막아준다.

그뿐 아니다. 운동선수들이 입는 내복은 실제로 운동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몸에 착 달라붙어 근육을 ‘압박’해주기 때문이다. 내복이 온몸의 근육을 적절히 압박하면 빨리 달리거나 공을 찰 때 근육이 덜 흔들리게 된다. 이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여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는다. 덕분에 운동능력도 좋게 만드는 것이다.

● 내복, 면역력 강화 및 피부 트러블 예방도
겨울철 보온을 위해, 또 운동선수의 기량을 위해 필요한 내복은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면역력 강화와 피부건조증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추운 겨울철에는 실내외 온도차가 커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 등에 걸리기 쉽고 다른 질병에도 취약해진다.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추면 실내외 온도차를 줄일 수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겨울에 입는 옷은 스웨터류 옷이 많다. 이런 까슬까슬한 옷감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발진이나 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피부건조증이나 아토피피부염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내복을 입어 피부와 스웨터류의 접촉을 줄임으로써 피부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다.

  • 박태진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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