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

디도

여왕

[ Dido ]

요약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카르타고의 여왕이다. 페니키아 티로스의 왕 무토의 딸로 자신을 해치려는 오라비 피그말리온의 손길을 피해 아프리카로 도망가서 카르타고를 건설하고 여왕이 되었다. 트로이 유민을 이끌고 아프리카에 표착한 아이네이아스와 사랑에 빠졌으나 그가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다시 카르타고를 떠나자 실의에 빠져 불길 속에 몸을 던졌다.
하인리히 프리드리히 퓌거, 디도의 죽음, 1792년

하인리히 프리드리히 퓌거, 디도의 죽음, 1792년

구분 여왕
상징 버림받은 사랑
어원 방랑자
별칭 엘리사
관련 사건, 인물 아이네이아스
관련 지명 카르타고

디도 인물관계도

※ 관계도 내 인명 클릭시 해당 표제어로 연결됩니다.

디도 인물관계도
피그말리온

디도는 페니키아 티로스의 왕 무토의 딸로 피그말리온과 남매지간이다 (베르길리우스에 따르면 디도의 아버지 이름은 무토가 아니라 벨로스다). 디도는 아버지의 동생인 숙부 시카르바스와 결혼하였고, 남편이 죽은 뒤 아이네이아스의 연인이 되었다.

신화 이야기

카르타고의 건국

페니키아 지방 티로스의 왕 무토는 슬하에 아들 피그말리온과 딸 엘리사(디도의 다른 이름. 디도는 로마 신화에서 사용된 이름으로 ‘방랑자’라는 뜻이다)가 있었다. 무토는 임종할 때가 되자 피그말리온과 디도 남매에게 공평하게 왕권을 나누어가지라고 유언하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은 뒤 피그말리온은 왕권을 독차지하고 디도의 남편 시카르바스마저 죽였다. 시카르바스는 무토의 동생이자 헤라클레스 신전의 사제로 티로스에서 왕 다음가는 권력자였다.

디도는 피그말리온을 따르지 않는 티로스의 귀족을 거느리고 티로스에서 도망쳐 아프리카의 튀니지 해안으로 갔다. 디도와 동행자들은 그곳에 정착하기로 결정하고 원주민의 왕 이아르바스에게 땅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아르바스는 ‘소 한 마리의 가죽으로 둘러쌀 수 있는 만큼의 땅’을 주겠다고 했다. 디도는 소가죽을 가는 실처럼 잘게 잘라서 만든 끈으로 상당히 넓은 땅을 둥그렇게 감쌌고, 이아르바스는 약속을 지켜 그 땅을 디도 일행에게 주었다. 이렇게 확보한 땅에 디도는 성채를 짓고 도시를 건설하였다. 디도가 건설한 도시에는 ‘새 도시’라는 뜻의 카르타고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성채는 비르사라고 불렸다. 비르사는 ‘가죽’이라는 뜻이다.

카르타고가 인근에서 새로운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며 활기찬 도시로 성장하자 이아르바스 왕은 카르타고 원로들의 지지를 얻어낸 뒤 디도에게 자신과의 결혼을 강요했다. 하지만 첫 남편 시카르바스가 죽은 뒤 절대로 재혼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디도는 이아르바스의 결혼 요구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이아르바스는 디도가 계속해서 청혼을 거절할 경우 카르타고와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디도는 결국 이아르바스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불 속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한다.

땅을 확보하는 디도

땅을 확보하는 디도 마티아스 메리안의 『역사 연대기』에 실린 삽화, 1630년

디도와 아이네이아스

베르길리우스는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 디도의 이야기를 아이네이아스의 신화에 접목시켰다. 그에 따르면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가 이아르바스 왕의 결혼 요구에 시달리고 있을 때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 유민들을 이끌고 카르타고 해안에 표착한다. 아이네이아스 일행은 트로이에 적대적이었던 헤라 여신이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에게 명하여 일으킨 풍랑으로 바다에서 모진 고초를 겪다가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디도 여왕과 카르타고의 주민들은 아이네이아스 일행을 환대하고 그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하며 손상된 배를 수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아이네이아스는 디도가 베풀어준 연회에서 그녀에게 트로이의 패망과 그간의 모험담을 들려주었고 디도는 아이네이아스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두 사람은 사냥 대회 때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동굴에서 사랑을 나누고 연인이 되었다. 디도는 헤라와 아프로디테의 부추김을 받아 아이네이아스를 더욱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고, 아이네이아스도 차츰 그녀의 남편이 되어 카르타고에 정착할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네이아스가 장차 로마를 건설할 운명임을 알고 있었던 제우스헤르메스를 보내 아이네이아스에게 디도와의 인연을 끊고 이탈리아로 떠날 것을 명했다. 결국 아이네이아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디도에게 알렸다. 디도는 자신을 떠나겠다는 아이네이아스를 크게 나무라며 만류하였지만 아이네이아스는 이미 마음을 굳힌 뒤였다. 아이네이아스는 결사적으로 만류하는 디도에게 작별의 인사도 없이 배를 출발시켰고,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걸 안 디도는 장작을 쌓아 아이네이아스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불길 속에 던진 뒤 자신도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디도의 죽음

디도의 죽음 구에르치노, 1631년, 스파다 미술관, 로마

디도의 상처받은 마음은 죽은 뒤에도 풀리지 않았다. 아이네이아스가 쿠마이의 무녀 시빌레와 함께 아버지 안키세스의 망령을 만나기 위해 저승에 내려갔을 때 디도의 망령과도 마주쳤는데, 디도의 망령은 그가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외면했다(→‘아이네이아스’ 참조).

디도에게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네이아스

디도에게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네이아스 피에르 나르시스 게랭, 1815년, 루브르 박물관

참고자료

  • 티마이오스, 『역사』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 오비디우스, 『달력』
  • 실리우스 이탈리쿠스, 『포에니 전쟁』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