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레

시빌레

신화 속 여인

[ Sibylle ]

요약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무녀이다. 나중에는 무녀를 총칭하는 일반 개념이 되었다. 아폴론으로부터 예언력을 받았고, 황홀경의 상태에서 수수께끼 형태로 신탁을 고했다.
시빌레

시빌레

외국어 표기 σίβυλλα(그리스어)
구분 신화 속 여인
상징 예지력, 예언, 장수
로마신화 시빌라(Sibylla)

시빌레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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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레 인물관계도
스카만드로스이다이아테우크로스다르다노스에리크토니오스트로스일로스
시빌레 인물관계도2
포세이돈제우스라미아
시빌레 인물관계도3
님페

시빌레는 여러 지역에서 무녀들이 그녀의 이름으로 활동하였던 만큼 출생에 대한 설도 다양하다.

1. 테우크로스의 딸 네소와 다르다노스 사이에서 난 딸로 최초의 시빌레
2. 제우스포세이돈의 딸 라미아의 딸로 리비아의 시빌레
3. 테오도로스와 님페 사이에서 난 딸로 에리트라이의 시빌레. 로마 시대 쿠마이의 시빌레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신화 이야기

각지의 시빌레

전승에 따르면 최초의 시빌레는 테우크로스의 딸 네소와 다르다노스 사이에서 난 딸로 예지력을 지니고 태어나 예언자로서 크게 명성을 떨쳤다. 이때부터 시빌레는 여성 예언자를 총칭하는 이름이 되었다.

또 다른 시빌레로는 트로아스의 마르페소스 출신으로 인간 남자와 님페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원래 이름은 헤로필레이며, 트로이가 장차 스파르타 여자로 인해 멸망하게 되리라고 예언하여 유명해졌다. 그녀는 아폴론으로부터 예언 능력을 받았으며, 델로스에는 파우사니아스의 시대까지도 그녀가 예언할 때 올라서던 돌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시빌레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리디아에 살았던 에리트라이의 시빌레다. 그녀는 테오도로스와 님페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세상에 나오자마자 빠르게 성장하더니 운문으로 예언을 시작했다고 한다. 부모에 의해 강제로 아폴론 신전에 맡겨졌는데 나중에 자신이 아폴론의 화살에 맞아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녀는 인간의 삶을 110년씩 아홉 번이나 살았다고 한다.

로마 신화에는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쿠마이의 시빌레(시빌라) 데이포베가 유명하다. 쿠마이의 시빌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리트라이의 시빌레와 동일 인물로 간주되기도 한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역사가 마르쿠스 바로는 시빌레를 출신지 별로 10명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바로가 분류한 시빌레는 페르시아의 시빌레, 리비아의 시빌레, 델포이의 시빌레, 키메르의 시빌레, 에리트라이의 시빌레, 쿠마이의 시빌레, 사모스의 시빌레, 헬레스폰트의 시빌레, 프리기아의 시빌레, 티부르의 시빌레 등이다.

티부르티나(티부르의 시빌레)의 환영

티부르티나(티부르의 시빌레)의 환영 하르트만 셰델, 1493년

쿠마이의 시빌레

쿠마이의 시빌레 미켈란젤로, 시스틴성당 벽화

아폴론과 시빌레

아폴론은 시빌레를 몹시 사랑하여 그녀에게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이에 시빌레는 손에 모래를 한 움큼 쥐면서 모래알의 수만큼 장수하게 해 달라고 말했고, 아폴론은 그 소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빌레는 아폴론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화가 난 아폴론은 그녀가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동안 계속 늙어 가게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쭈그러들었고, 결국 매미와 비슷해진 모습으로 쿠마이의 아폴론 신전에 매달린 새장 안에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가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죽고 싶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네이아스와 시빌레

시빌레는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이탈리아로 가던 아이네이아스가 저승을 여행할 때 하데스의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을 일러 주었다. 이때 그녀는 이미 700살이 넘은 나이였다. 저승에서 다시 돌아온 아이네이아스는 그녀에게 신전을 지어 주고 제물도 바치겠다고 말했지만, 시빌레는 자신이 인간에 불과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녀는 자신이 손에 쥐었던 모래알의 수가 1,000개였으므로 앞으로 300년을 더 살고 나면 마침내 죽을 것이라고 했다.

시빌레의 예언서

시빌레

시빌레 프란체스코 바치아카, 1523년, 빈 미술사박물관

시빌레는 왕정시대 로마의 마지막 왕인 타르퀴니우스 수페르부스(재위 BC. 534~BC. 510)에게 9권의 예언서를 가지고 와서 팔겠다고 했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거절하자 그녀는 그중 3권을 불에 태운 다음 다시 같은 값으로 나머지를 팔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왕이 거절했더니 그녀는 다시 3권을 더 태우고 역시 같은 값으로 남은 3권을 사라고 말했다.

이상하게 여긴 왕이 신관들을 불러 물어보았더니, 신관들은 개탄하면서 나머지 책을 사라고 왕에게 권했다.

왕은 결국 남은 3권을 사서 카피톨리움의 유피테르(제우스) 신전에 보관하였다. 이 예언서들은 아우구스투스 황제 치세 때까지도 로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나라에 중대사가 발생하거나 초자연적인 일들이 일어나면 로마 인들은 시빌레의 예언서를 해석하여 신의 뜻을 물었다. 이 예언서는 기원전 83년에 신전에 발생한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러자 로마 인들은 각지에서 비슷한 종류의 예언서들을 구해서 새로운 책으로 편집한 다음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인 서기 12년에 팔라티누스 언덕의 아폴로 신전에 보관하였다.

이후 시빌레의 예언서를 흉내한 위서들이 『시빌라의 탁선』이란 제목으로 만들어져 이집트의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초기 기독교도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주로 종말론과 유일 신앙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이 책들은 비밀스런 예언서의 형태로 중세시대에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신화 해설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시빌레의 기원은 소아시아 지역으로 추정된다. 그녀에 대한 숭배 문화의 뿌리는 소아시아 지역에서 행해지던 대모지신(大母地神)에 대한 비교 의식, 예를 들면 키벨레 여신 숭배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황홀경 속에서 예언을 쏟아내는 고대 오리엔트의 무녀 형식을 취하면서 남성 예언자에 대비되는 카산드라와 같은 여성 예언자의 형태로 그리스 신화에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호메로스의 예언자들 중에는 아직 시빌레라는 이름이 눈에 띄지 않는다. 기원전 5세기 이전까지는 그리스의 문헌에서 시빌레를 찾아볼 수 없으며,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단편에서이다. 그 후 플라톤, 아리스토파네스, 에우리피데스 등의 작품에서 시빌레가 등장하는데, 이때는 이미 그 이름이 독자들에게 익숙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 헤라클레이토스, 『단편』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토마스 불핀치, 『그리스 로마 신화』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카를 케레니, 『』, 궁리출판사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