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타령
[ 壅固執打令 ]
정의 및 이칭
〈옹고집타령(壅固執打令)〉은 도승이 볏짚으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 인색하고 심술궂은 진짜 옹고집을 개과천선시킨다는 내용의 실전판소리 작품이다. 〈옹고집전〉, 〈옹생원전〉이라고도 한다.
유래 및 역사
〈옹고집타령〉의 근원설화로는 장자못설화 유형에 속하는 〈학승설화(虐僧說話)〉, 쥐둔갑형 또는 초인형(草人型)으로 나타나는 〈진가쟁주설화(眞假爭主說話)〉, 인도설화인 〈구두쇠 일리샤 이야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불전설화인 『본생경』의 〈일리샤장로(長老)본생담(本生譚)〉, 문헌설화인 『실사총담(實事叢譚)』 소재의 〈김경쟁주설화(金慶爭主說話)〉, 『파수록(罷睡錄)』 소재의 〈진허가허사(眞許假許事)〉 등이 거론된 바 있다. 〈학승설화〉는 인색한 인물이 승려를 학대한 응보로 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진가쟁주설화〉는 쥐 또는 사람이 둘이 등장해 서로 주인이라고 다투다가, 결국 도사나 승려, 석가여래와 같은 존재에 의해 진가(眞假)가 판명된다는 이야기이다.
우선 〈일리샤장로본생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리샤 장자는 지나치게 인색해 보시를 하지 않았다. 이에 제석천왕(帝釋天王)이 된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인색한 성격을 고쳐주고자, 아들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그는 왕을 찾아가 보시하겠다는 허락을 받은 후, 집으로 가서 창고를 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물을 나누어줬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일리샤는 자신의 모습을 한 가짜 일리샤를 막으려 했지만, 가족들이 오히려 그를 때리며 막았다. 일리샤는 왕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왕은 너의 요청이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일리샤가 이를 부정하자, 왕이 그의 아내와 이발사 등을 불러 두 일리샤 가운데 진짜 일리샤를 구별하게 했다. 그러나 아무도 둘을 구별하지 못했고, 그제야 제석천왕이 왕과 아들에게 자신의 실체를 밝혔다. 제석천왕은 아들에게 만일 뉘우쳐 보시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재산을 빼앗고 죽이겠다고 선언하고, 일리샤는 이후 보시와 자선을 베풀다 천상으로 갔다.
〈김경쟁주설화〉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고려시대에 경씨라는 한 부자가 보시를 청하는 걸승에게 똥을 가득 퍼주었다. 걸승은 경씨의 이웃인 김대운(金大運)을 찾아가 구걸했고, 그는 밥을 새로 짓고 반찬을 장만해 걸승을 극진히 대접했다. 걸승은 밥을 먹은 후 김대운에게 볏짚을 조금 달라한 뒤, 날이 저물자 떠났다. 김대운이 걸승이 머물던 방으로 들어가자 한 노인이 백은(白銀) 백정(百錠)을 주었고, 김대운은 그것으로 큰 부자가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경씨는 걸승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걸승을 만난 경씨는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말했고, 걸승은 볏짚을 달라고 했다. 경씨가 방에 들어가자 어떤 사람이 나와 자신이 진짜 경씨라고 우겼다. 가짜 경씨는 진짜 경씨를 내쫓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재물을 모두 나누어주었다. 진짜 경씨가 관가에 고발해 송사를 벌였지만, 오히려 가짜 경씨가 이기고 진짜 경씨는 쫓겨나게 되었다. 이때 걸승이 다시 나타나 석장(錫杖)으로 가짜 경씨를 툭 치자 볏짚 묶음이 땅에 쓰러졌고 걸승은 그 길로 홀연히 떠났다.
〈옹고집타령〉은 위와 같은 설화를 근간으로 성립되어 판소리로 불리다가, 이후에는 소설화되어 독서물로 읽혔다. 소설 〈옹고집전〉의 변모 양상을 고찰한 연구에 따르면, 초기 〈옹고집전〉의 내용은 걸승에 대한 학대와 그것에 대한 징치 위주였으나, 여기에 노부모에 대한 불효 삽화가 덧붙고, 이후 장모에 대한 구박 삽화, 조강지처의 축출 삽화가 첨가되는 방향으로 변모했다. 배경은 불특정한 장소라 할 수 있는 영남의 이상동 맹랑촌에서 비교적 특정한 장소인 안동으로, 옹고집의 신분은 생원 또는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양반에서 문벌이 혁혁한 사대부 양반인 안동좌수로 바뀌었다. 해학적인 흥미도 후기 이본으로 갈수록 더욱 고조되었다. 판소리 〈옹고집타령〉에 가까운 소설 〈옹고집전〉 초기 이본의 특징적 면모는 송만재(宋晩載, 1788-1851)의 관극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송만재는 1843년에 〈관우희(觀優戱)〉에 "옹생원이 짚으로 만든 가짜 옹생원과 싸웠다는(雍生員鬪一芻偶) 맹랑한 이야기가 맹랑촌에 퍼졌네(孟浪談傳孟浪村). 부처님 영험 실린 부적 아니었다면(丹籙若非金佛力) 진짜 가짜를 그 누가 알아냈으리(疑眞疑假竟誰分)"라는 관극시를 남겼고, 이를 통해 19세기 중엽에 연행되었던 〈옹고집타령〉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짐작해볼 수 있다. 옹고집의 신분이 생원으로 명명되고 있었으며, 진가(眞假) 논쟁이 매우 격렬한 싸움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또 이야기의 배경이 맹랑촌이며, 부처의 영험이 담긴 부적에 의해 진가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박순호 소장 20장본〉은 〈관우희〉에 나오는 배경으로서의 맹랑촌이 동일하게 등장하는 초기 이본으로, 판소리식의 문체가 특히 두드러진다. 〈박순호 소장 20장본〉의 '옹고집 심술타령'은 〈흥보가〉의 '놀부 심술타령'과, '산천경개 사설'은 〈수궁가〉의 그것과 유사하다. 또 다른 초기 이본인 〈김종철 18장본〉에는 집 치레사설, 부벽도사설, 세간 치레사설 등이 추가로 나타나는데, 반복법과 나열법으로 일관된 서술에서 판소리적인 특성을 감지할 수 있다.
이후 판소리 〈옹고집타령〉은 창을 잃고 실전되었으나, 창극의 형태로 공연되었다. 1938년에 조선성악연구회에서는 김용승이 소설 〈옹고집전〉을 각색한 대본을 바탕으로, 동양극장에서 창극 〈옹고집〉을 공연했다. 1977년에는 실전판소리의 복원에 관심이 많았던 박동진(朴東鎭, 1916-2003)이 〈옹고집타령〉을 작창해 부른 바 있다. 1980년대 초반에는 한농선(韓弄仙, 1934-2002)이 도창을 맡고, 조상현(趙相賢, 1939- )이 옹고집, 은희진(殷熙珍, 1947-2000)이 학대사 역할을 맡아 〈창극 옹고집전〉을 녹음하기도 했다.
판소리 〈옹고집타령〉 역시 다른 실전 일곱 바탕과 유사하게 골계미로 치우친 편향성, 전승 창자의 부족 등에서 전승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판소리의 본질적인 미학은 '울리고 웃기기'에 있는 것이나, 〈옹고집타령〉을 비롯한 실전 일곱 바탕의 작품들은 대개 '웃기기'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골계와 풍자,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형상이 두드러지게 강조되었다. 또 〈옹고집타령〉이 장기였던 창자, 〈옹고집타령〉의 소리대목을 더늠으로 보유한 창자로 기록·구전되는 이가 없다는 사실도 판소리사에서 〈옹고집타령〉의 전승력이 매우 미미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옹고집타령〉이 새로운 인간형 또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데서도 실전의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옹고집이라는 부정적인 인물에 대한 풍자 이상의 진전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내용 및 특성
판소리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초기 이본이라 할 수 있는 〈박순호 소장 20장본〉을 바탕으로 〈옹고집타령〉의 줄거리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경상도 맹랑촌 똥골의 옹생원은 온갖 나쁜 일을 일삼는데, 중이 동냥을 오면 매를 때려 쫓아내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하루는 극락암의 도승이 이 말을 듣고 옹생원의 집을 찾아가 염불하면서 시주를 청했다. 이에 옹생원은 도승을 욕하고는 자신의 상(相)을 봐 달라고 요구했다. 도승이 옹생원에게 그의 상이 나쁘다고 답하자, 그는 도승과 불교를 비방하면서 도승을 때려서 내쫓았다. 도승은 극락암으로 돌아와 옹생원을 징치할 방법을 논의한 끝에, 볏짚으로 가짜 옹생원을 만들어 보내기로 했다. 가짜 옹생원은 옹생원의 집에 들어가 진짜 옹생원 행세를 했고, 두 옹생원이 싸우니 어느 누구도 구별하지 못했다. 이에 관가에 송사를 제기하자, 원님은 이들에게 가구, 곡식, 가족 사항 등에 대해 물었다. 가짜 옹생원이 대답을 잘하자, 원님은 가짜 옹생원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쫓겨난 진짜 옹생원은 자살을 결심하는데, 갑자기 공중에서 월출암 도승을 찾아가서 빌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진짜 옹생원이 그곳으로 찾아가자, 도승이 볼기 삼천 장을 치고 부적 한 장을 써준다. 도승은 옹생원에게 이것을 방안에 붙이고 왼발을 구르며 진언(眞言)을 외우라고 시킨다. 진짜 옹생원이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하니, 가짜 옹생원은 짚 묶음으로 변했고, 이 광경을 지켜본 가족들은 깜짝 놀랐다.
〈옹고집타령〉의 주제는 작품의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 작품의 생산자와 소비자, 작품 향유의 시기와 장소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악인형 인물인 옹고집에 대한 풍자가 작품의 중심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작품의 일차적인 목적과 주제는 옹고집에 대한 풍자에 있으며, 그의 개과천선은 풍자의 이차적인 결과에 해당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배금주의자이자 패륜아인 옹고집에게 징치를 가함으로써 공동체의 연대를 회복하고자 하는 민중의 염원이 〈옹고집타령〉에 담겨 있다고 보기도 한다. 또 애초에 작품의 기원이 되는 불교설화의 배경을 중시해, 〈옹고집타령〉과 관련해 자신의 고집을 버리는 불교적인 진아(眞我)의 발견에 의미를 두는 견해도 있다.
〈옹고집타령〉의 주요 등장인물은 옹고집과 도승이라 할 수 있다. 옹고집은 양반지주로 형상화되나, 실제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신분 상승을 이룩한 부민(富民)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옹고집의 인물상은 〈옹고집타령〉의 변모에 따라 함께 변화되었다. 신분은 상민에서 양반층으로 상승되었으며, 부(富)의 정도도 더욱 확대되고, 성정도 더욱 악인에 가깝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승려를 학대하고 불교를 배척하는 정도의 인물이었으나, 후대로 갈수록 불교와 관련된 면이 거의 희석되고 불효자의 면모, 악인적인 면모가 덧붙었다.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일삼는 인물이자, 경제력으로 신분 상승을 이룬 인물이라는 점에서 〈흥보가〉의 놀보와도 닮아 있다. 옹고집은 이본에 따라 향락을 즐기는 자로 나오기도 한다.
도승은 이본별로 이름이나 행위가 다소 다르게 나타나지만, 볏짚으로 가짜 옹고집을 만드는 도술로 옹고집을 징치해 그를 개과천선시킨다는 역할은 동일하다. 〈옹고집타령〉으로부터 유교적 인물인 옹고집과 불교적 인물인 도승 사이의 대립 구도를 찾는 견해도 있다. 영웅소설의 원조자로 등장하는 도사(道士)와 유사한 면이 있고, 〈조웅전〉이나 〈소대성전〉에 등장하는 도사와의 관련성도 엿보이지만, 불교와의 관련성 측면을 고려할 때 이들을 동일한 인물형으로 볼 수는 없다.
연희본
〈옹고집타령〉은 창을 잃고 실전된 판소리 작품으로, 그 사설 역시 소설화된 형태로 전한다. 〈옹고집타령〉의 사설은 독서물 형태로 소설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옹고집타령〉의 연희본으로는 김삼불이 〈배비장전〉과 함께 교주해 1950년에 발간한 『배비장전 옹고집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외에 강전섭, 김동욱, 김일근, 김종철, 박순호, 사재동, 최래옥 등의 개인 소장본, 단국대와 연세대의 도서관 소장본 등 한글 필사본이 다수 남아 있다. 한편 실전판소리의 복원에 관심이 많았던 박동진이 김삼불의 교주본을 바탕으로 재구한 〈옹고집타령〉도 전한다.
역대 명 연희자
김삼불이 〈옹고집전〉을 교주하면서, 서문에 권삼득(權三得, 1771-1841)이 〈옹고집타령〉을 불렀다고 언급했으며, 박동진이 1977년에 〈옹고집타령〉을 복원해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의의
〈옹고집타령〉은 비록 창이 실전되면서 판소리로는 널리 불리지 못했지만, 필사본 형태의 소설이 큰 인기를 얻었던 관계로 여타의 실전판소리 일곱마당 작품 가운데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옹고집타령〉은 불교를 중요한 사상적 배경으로 삼은 점, 주인공이 제3자적 위치에 있는 인물에 의해 질적 변화를 겪는다는 점, 시대적 동향에 적절히 대응되는 인물형을 창조한 점, 판소리나 독서물로 존재하며 다양한 향수자를 확보한 점에서 그 위상이 뚜렷한 작품이다. 한편 다른 판소리 작품과 교유한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옹고집타령〉을 주목할 수 있다. 옹고집의 집 치레사설, 부벽도사설, 세간 치레사설은 〈춘향가〉의 해당 부분과 유사하며, 도승과 상좌들이 옹고집에 대한 징치를 논의하는 장면은 〈변강쇠타령〉에서 장승들이 모여 변강쇠의 치죄를 이야기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도승이 옹고집의 관상을 보면서 옹고집이 장승죽음을 하게 되리라고 예언하는 부분은 〈변강쇠타령〉의 변강쇠가 장승죽음을 한 사실을 연상케 한다. 또 놀보라는 인물과 옹고집이라는 인물 간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흥보가〉와의 연관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참고문헌
- 김기형 역주, 『적벽가·강릉매화타령·배비장전·무숙이타령·옹고집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5.
- 김종철, 「옹고집전 연구-조선 후기 요호부민의 동향과 관련하여」, 『한국학보』 75, 일지사, 1994.
- 서유석, 「옹고집전에 나타난 眞假爭主의 숨은 문제 : 正體性과 失傳 문제를 중심으로」, 『어문연구』 38, 한국어문교육연구회, 2010.
- 인권환, 「失傳 판소리 사설 연구 : 강릉매화타령, 무숙이타령, 옹고집타령을 중심으로」, 『동양학』 26,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1996.
- 장석규, 「옹고집전의 구조적 통일성과 서술원리」, 『국어교육연구』 22, 경북대 국어교육연구회, 1990.
- 정충권, 「옹고집전 이본의 변이양상과 그 의미」, 『판소리연구』 4, 판소리학회, 1993.
참조어
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