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들려주는 치자꽃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는 치자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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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들려주는 치자꽃 이야기

# 1

동수 : 아,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할머니 : 우리 손자, 이제 일어났나? 잠이 덜 깼구먼. 눈은 아직 감겨 있는거 같어.
동수 : 할머니. 요새는 자도자도 자꾸 졸려요. 더 잤으면 좋겠어요.
할머니 : 그럴 게야, 나도 니만했을 땐 그랬거든.
동수 : 정말로요? 그럼 더 자까요?
할머니 : 그래가지고 선생님께서 전화하시게.
동수 : 아, 아니예요 아니예요.(사이) 그런데 이게 뭐예요?
할머니 : 오, 오늘 니 누나 선보러 가는 날인 줄 알지.
동수 : 심심하면 보는 거. 전 관심없어요.
할머니 : 그래도 우리 가정에 중요한 일인데 잘 되길 바래야지.
동수 : 벌써 몇 번째예요. 한 열 번 되나.
할머니 : 아니, 그보다 많지. 그렇지만 장래에 함께 살 사람을 고르는 데에는 신경을 써야 할 거거든. 내년이면 중학교에 가는 너도 가정이 중요한 건 알만하잖니?
동수 : 그건 그래요. 그런데 제가 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지요?
할머니 : 이런 때에 너는 그냥 누나의 일이 잘 되기를 빌면 돼.
동수 : 그럼 할머니는요?
할머니 : 나? 으응. 그래서 이렇게 준비해 놓고 있잖니.
동수 : (약간 놀랜 듯이) 아, 이게 뭐예요?
할머니 : 그래 이제 눈이 뜨였니?
동수 : 무슨 옷이 이렇게 구식이예요? (사이) 그런데 옷 새깔이 노란색인데. 색깔이 디게 고 와요.
할머니 : 그래? 니가 보기에도 곱게 보이니?
동수 : 그럼요. 요새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옷 색깔하고는 달라요.
할머니 : 어떻게?

동수 : 뭐랄까. 은은하다고 할까요,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색깔이예요. (사이) 그런데 할머 니 누나 선보러 가는 것하고 이 노랑 저고리하고는 무슨 관계가 있어요?
할머니 :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그래, 아주 중요한 관계가 있지. 이 옷을 누나에게 입혀서 선보러 가게 할거야. 그러면 이 옷의 색깔이 주는 그 은은한 맛이 상대방 총각의 넋 을 빼놓고 말걸.
동수 : 최신식을 자랑하는 누나가 그걸 입어요?
할머니 : 그럼. 니 누이가 이걸 보고 색깔이 곱다고 좋아했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일찍부터 손질을 하고 있는 것야.
동수 : 여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모두 할머니와 같은 생각을 하는가 보죠?
할머니 : 그렇게 생각이 드니? 그래, 그게 삶이란 거다. 그게 우리 선조들이 얻어온 지혜라 는 거야.
동수 : 근데, 할머니 이 옷을 어떻게 만들어요?
할머니 : 응, 우선 옷감은 모시에다가 치자꽃물을 들이는 게야?
동수 : 모시에다가 치자꽃물이요?
할머니 : 왜 그것도 궁금해? 나중에 얘기해 주마. 너 학교에 가야지?
동수 : 아녜요, 할머니. 궁금한 건 그때그때 풀어야 해요. 지금 말씀해 주세요. 학교 가려면 한 30분 남았거든요.
할머니 : 그렇게 궁금해.
동수 : 예. 이렇게 멋진 누이의 저고리를 보니까 그 궁금증이 더해요.
할머니 : 그럼 이 할미가 간단하게 얘기해 줄게, 들어 보렴

# 2
모시삼기, 모시짜기
치자꽃물들이기
기타 등등

# 3
누이 : 할머니, 저 쑥스러워서 혼났어요.
할머니 : 아니, 그럼 선보러 간 처녀가 쑥스럽지, 친구하고 다방에서 얘기하는 거같을까?
누이 : 그게 아니라요, 선보러 온 남자가 말은 별로 하지도 않고 저를 자꾸 쳐다보는 거예 요? 제몸을 여기저기 살피는 것같이요.
할머니 : 아니 장래에 색시될 사람을 요리조리 살피는 게 뭐 잘못 된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