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지신총

천왕지신총

[ 順川 天王地神塚 ]

지역 순천
天王地神塚

天王地神塚

평남 순천시 북창리(舊地名 : 순천군 북창면 송계동, 은산군 북산리)에 위치한 고구려 벽화고분으로, 북창리 서쪽 평야지대에 고립하여 위치한다. 1916년과 1917년에 조사되었는데, 본래 송계동 고분, 북창리 제1호분, 팔각천장총 등으로 불리다가 뒷방(後室) 천장의 ‘천왕(天王)’과 ‘지신(地神)’이라는 명문 때문에 천왕지신총으로 불리게 되었다.

봉분 외형은 방대형(方臺形)이고, 돌방(石室)은 반지하에 크고 작은 편석과 à é판돌을 이용하여 축조하였다. 돌방은 남향으로 널길(羨道), 앞방(前室), 통로, 뒷방(後室)의 구조를 갖춘 두방무덤(雙室墳)이다. 두방무덤이지만 앞방의 폭이 뒷방보다 넓고 앞방의 천장이 분할되어 있어 대안리 1호분과 흡사하다.

앞방은 길이 1.6m, 너비 6.4m로서 좌우로 긴 장방형(長方形)이다. 앞방은 평면이 한 방이지만 천장은 6구로 분할되었다. 중앙의 활모양(穹窿式)으로 내곡된 천장은 벽 윗부분에 3개의 들보를 올리고, 그 위에 실제 조각된 인(人)자형 대공(臺工)을 설치하여 네 칸으로 분할하고, 동서에 따로 천장을 구분하였다. 동쪽 끝은 2층의 삼각고임식으로, 서쪽 끝은 3층의 평행고임식으로 축조하고, 경계 부분에 두공을 돌출시켜 들보를 받치게 하였다. 이러한 천장의 정밀한 축조술은 당시 건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뒷방은 길이 3.14m, 너비 2.83m로서 남북으로 약간 긴 장방형이다. 천장은 2층으로 구분되어 아래는 팔각형활천장이고 그 위는 삼각고임식이다. 천장 아랫부분의 각 벽 구석에는 석재를 조각하여 목조건물 양식으로 입체화하였다. 주벽과 천장 연결부분에는 창방을, 그 위로 8면 활천장부에 8개의 인(人)자 소슬을 그려 넣었으며, 그 소슬머리에 실감나게 두공이 조각되어 내곡된 천장을 중간에서 받치고 있으며, 그 위에는 들보를 그려 넣었다. 이러한 팔각형 천장은 윗부분에서 다시 평면이 사각형을 이룬다. 그 위의 상부 천장은 2단의 삼각고임식으로 마무리지었고, 이 부분에도 실제 조각된 대공을 인(人)자로 교차시켜 끝머리를 받치게 하였다.

벽화는 회벽 위에 그렸는데, 널길과 앞방 그리고 통로의 벽화는 박락(剝落)으로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 뒷방은 네 모서리에 기둥을 그리고 천장고임에는 도리와 들보, 활개를 그려 넣었는데, 벽면 상단 및 천장의 각종 구조물과 어울려 널방 전체를 목조가옥처럼 보이게 한다. 북벽에 주인 부부상과 가내생활도가 일부 잔존하고 전체 벽면에는 귀갑무늬(龜甲文)와 연꽃무늬(蓮花文)가 연속무늬로 채워져 있다. 뒷방 천장에는 괴수(怪獸)와 신선, 해와 달, 별자리, 구름무늬 등의 장식무늬가 배치되었다. 천장 벽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하층의 인(人)자형 소슬과 두공이 돌출된 부분에 그려진 천왕과 지신, 천추상, 신선, 괴수 등과 그 상층부의 해와 달, 별자리 그림으로 구분된다. 하부는 신상으로 무덤주인의 영생이나 널방 수호를 상징하는 내용이고, 상부는 천상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특히 천신과 지신뿐 아니라 몸이 하나 머리가 2개인 천추상 옆에도 ‘천추(千秋)’라는 묵서가 있다.

이렇게 주인공 그림 외에 대부분이 장식무늬로 채워지는 양상은 5세기 초 동명왕릉의 전통을 잇는 사례로서, 산연화총, 귀갑총, 환문총 등과 통한다. 이들 무덤은 5~6세기의 인물풍속도나 사신도가 표현된 무덤과는 다른 고구려 벽화고분의 한 유형을 이룬다. 따라서 이 무덤은 인물풍속도가 점차 사라져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6세기 후반 후기 사신도 무덤이 유행하기 직전에 등장한 무덤의 한 형식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벽화는 세련된 묘사력이나 활달한 표현력은 지니고 있지 않으나 정교한 천장의 짜임새에 어울리게 매우 장식적인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 무덤은 5~6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문헌

  • 高句麗古墳壁畵(이태호·유홍준, 도서출판 풀빛, 1995년)
  • 平壤附近に於ける高句麗時代の墳墓及繪畵(關野貞, 朝鮮の建築と藝術, 岩波書店, 194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