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의 제1차 침입

거란의 제1차 침입

거란은 과의 전쟁에 대비하여 배후를 안정시키고자 하였다. 먼저 985~986년에 송과 연계하던 여진과 정안국(定安國)을 공격하여 멸망시켰다. 986년 송이 군사를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거란은 일시적으로 고려에 화친을 제의하기도 하였지만, 이를 막아내자 992년 12월 거란은 동경유수(東京留守) 소항덕(蕭恒德) 등에게 고려 공격을 명하였다. 소항덕의 자(字)는 손녕(遜寧)이었으니 그가 바로 소손녕(蕭遜寧)이었다. 거란의 제1차 침략이 시작된 것이다.

거란이 고려를 공격하기로 결정하자 여진이 993년 5월과 8월에 거란의 군사 행동을 알렸다. 고려는 이를 거짓 정보라 여기고 거란의 공격에 대한 방비를 갖추지 않았다가 뒤늦게 전쟁 준비를 시작하였다. 먼저 각 도(道)에 병마제정사(兵馬齊正使)를 파견하여 군사를 징집하였다. 10월에는 박양유(朴良柔)를 상군사(上軍使), 서희(徐熙)를 중군사(中軍使), 최량(崔亮)을 하군사(下軍使)로 임명하여 군대를 거느리고 거란에 대비하게 하였다. 성종(成宗)은 직접 거란을 막고자 안북부(安北府, 평안남도 안주시)까지 나아갔으나, 거란이 봉산군(蓬山郡, 평안북도 구성시)을 공격하여 함락시키자 물러났다.

이에 고려는 이몽전(李蒙戩)을 거란의 군영에 보냈으나 소손녕은 항복할 것을 요구하였다. 고려에서는 왕은 개경으로 환궁하고 중신이 군사를 이끌고 항복하자는 의견, 서경 이북의 땅을 떼어주고 항복하자는 할지론(割地論) 등이 제기되었다. 성종은 할지론을 따르려 하였는데, 서희, 이지백(李知白) 등이 항전을 주장하였으므로 이에 따르게 되었다.

서희의 담판

그 사이 소손녕은 안융진(安戎鎭, 평안남도 문덕군)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안융진을 지키던 중랑장(中郞將) 대도수(大道秀), 낭장(郞將) 유방(庾方)에게 패배하였다. 소손녕은 다시 군사를 움직이지 못하고 항복을 재촉하게 되었다. 고려는 장영(張瑩)을 파견하였으나, 소손녕이 대신(大臣)과 이야기하겠다며 돌려보냈다. 이때 서희가 홀로 자신이 소손녕을 만나 담판하겠다고 자원하였다. 소손녕은 서희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큰 나라 귀인(貴人)이니 서희가 뜰에서 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희는 두 나라의 대신이 만나는 자리이므로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소손녕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자 서희는 노하여 관사로 돌아가 일어나지 않았다. 소손녕은 서희를 기이하게 여기고는 동등한 예를 행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소손녕은 고려는 신라 땅에서 일어났는데도 고구려 땅을 소유한 자신들의 영토를 침식하고 있으며 이웃인 거란을 버리고 송과 교류하였기에 공격하였다고 말하였다. 아울러 땅을 떼어 바치고 조빙(朝聘)에 힘쓴다면 무사할 것이라 하였다. 이에 대해 서희는 고려는 고구려의 옛 땅이기에 국호를 고려로 하고 평양에 도읍하였으니 마땅히 거란의 동경(東京)도 고려의 땅이므로 침식이라 할 수 없으며, 압록강 유역도 고려 땅인데 고려가 거란과 교류하고자 해도 여진이 있어 불가능하므로 이 지역을 회복하여 성을 쌓고 도로를 확보하면 교류할 수 있다고 대응하였다. 소손녕은 거란의 황제 성종(聖宗) 야율융서(耶律隆緖)에게 서희의 제안을 알렸고, 이에 만족한 성종은 군사 행동의 중지를 명하였다. 서희가 담판에 성공하자 고려는 거란과 화친하였다.

이후 거란은 고려의 압록강 동쪽 지배를 인정하였으며, 고려는 송의 연호 대신 거란의 연호를 사용하고 송과의 관계를 단절하였다. 서희는 994년 군사를 이끌고 여진을 축출하여 장흥진(長興鎭, 평안북도 태천군), 귀화진(歸化鎭), 곽주(郭州, 평안북도 곽산군), 귀주(龜州, 평안북도 구성시)에, 995년 안의진(安義鎭, 평안북도 천마군), 흥화진(興化鎭, 평안북도 피현군)에, 996년 선주(宣州, 평안북도 선천군), 맹주(孟州, 평안북도 맹산군)에 성을 쌓았다. 그리고 흥화진, 통주(通州, 평안북도 선천군), 용주(龍州, 평안북도 용천군), 철주(鐵州, 평안북도 철산군), 곽주, 귀주에 행정구역을 설치하였는데, 이를 강동6주(江東六州)라고 한다.

거란의 제1차 침입 본문 이미지 1
고려정안국강동6주

참조항목

성종, 여진족

역참조항목

소손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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