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항암제

[ carcinostatis substance , 抗癌劑 ]

요약 악성종양의 치료를 위하여 사용되는 화학요법제의 총칭이다. 대부분의 항암제는 암세포의 각종 대사경로(代謝經路)에 개입하여 주로 핵산의 합성을 억제하거나 항암활성(抗癌活性)을 나타내는 약제이다.

이들 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 특히 세포분열이 활발한 조직세포에도 손상을 입히기 때문에 골수기능저하, 위장장애, 탈모증 등의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현재 암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는 생화학적인 작용 기전에 따라 6개의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⑴ 알킬화제(alkylating agents): 어떤 화합물에 알킬기 R-CH2를 도입할 능력을 갖춘, 반응성이 대단히 높은 물질로 세포에 작용시키면 대부분은 DNA의 구아닌의 N7과 반응하여 DNA구조를 변형시키고, 사슬절단[鎖切斷]을 일으켜 항암효과 및 세포독효과를 나타낸다. 여기에 속하는 약물로는, ① 나이트로젠머스터드계(系): 나이트로젠 머스타드·클로람부실·멜팔란·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등 ② 에틸렌이민계: 싸이오테파 ③ 알킬설포네이트계: 부설판 ④ 트라이아진계·하이드라진계: DTIC(다카바진)·프로카바진 ⑤ 나이트로소요소계: BCNU, CCNU, 메틸-CCNU 등이 있다.

⑵ 대사길항제(代謝拮抗劑: antimetabolites): 이 군(群)에 속하는 약물은 암세포의 증식에 필요한 대사과정을 저해하는 작용을 가진 것으로 ① 엽산유도체: 메소트렉세이트(MTX) ② 퓨린 유도체: 6-메르캅토퓨린(6-MP), 6-싸이오구아닌 ③ 피리미딘 유도체: 5-플루오로우라실, 시타라빈 등이 있다.

⑶ 항생물질(抗生物質: antibiotics): 세균에서 생산되는 항생물질 가운데 항암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는 아드리아마이신, 다우노루비신, 블레오마이신, 미토마이신-C, 악티노마이신-D 등이 있다.

유사분열억제제(有絲分裂抑制劑: vinca alkaloid): 이들 약물은 분열시기 특이성 약물로서 유사분열 시기 중 중기(metaphase)에서 세포분열을 중지시킨다. 빈크리스틴, 빈블라스틴, VP-16-213 및 VM-26이 있다.

⑸ 호르몬제: 어떤 종류의 암은 호르몬을 투여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데, 남성호르몬을 사용하는 경우는 유방암, 여성호르몬은 전립선암,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내막암에 효과가 있으며, 부신피질호르몬은 급성림프성 백혈병이나 림프종(腫)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고, 유방암에 대해서는 항여성 호르몬제인 타목시펜이 쓰이고 있다.

⑹ 기타: 시스플라틴, L-아스파라지네이스, o,p-DDD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이 현재 암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는 40여 종으로서 각각의 약제마다 그 항암범위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항암제는 정상세포와 암세포 간의 약에 대한 감수성의 차를 이용하여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은 비교적 적고, 암세포에 대해서는 보다 선택적으로 작용하지만, 정상세포도 어느 정도의 손상을 받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항암제는 분열이 빠른 세포에는 어디라도 작용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빨리 분열하는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인 골수(骨髓)·위장관(胃腸管)·모근세포(毛根細胞)도 역시 분열이 빠르므로 항암제의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런 약의 공통된 부작용으로 일시적인 혈구감소·구역질·구토·설사·식욕감퇴·탈모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이 거의 모든 항암제가 여러 형태의 독성과 부작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사용할 때는 환자의 전신상태·연령, 각종 장기의 기능상태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사용하여야 한다. 항암제의 효과는 투여방법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소량을 매일 장기간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방법보다는 다량을 간헐적으로 단기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투여하는 대량 간헐요법이 항암효과가 더 높을 뿐 아니라 치료 후 휴식기간을 두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독성으로부터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이점이 있다. 또한 단 한 종류의 항암제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암은 매우 적기 때문에 두 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같이 사용하는 복합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며, 실제로 항암효과가 증가될 뿐 아니라 암세포의 약제내성(藥劑耐性)의 출현을 방지할 수 있다.

종래에는 악성종양에 대하여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고, 재발하거나 전이(轉移)가 생기면 항암제를 사용하였으나, 이런 방법으로는 암의 치유율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한계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최근에는 근치적인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 재발의 방지 또는 완전치유를 위하여 미리 예방적 화학요법을 실시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암을 약물로 치료하려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으나, 최초의 성공을 거둔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독가스로 사용하였던 머스터드라는 화학무기에서 비롯되었다. 이 독가스의 유도체가 무한정 증식하는 백혈병 세포를 저지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의 경험을 토대로 지난 30여 년 동안 수많은 항암제들이 개발되었고, 그 중 40여 종만이 효능이 인정되어 암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95년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에서 주목(朱木)으로부터 항암물질인 ‘택솔’을 개발하여 3년간의 임상실험을 거쳐 상품화할 예정으로 발표된 바 있다. 암은 전이를 일으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술이나 방사선을 가지고 암이 발생한 국소를 아무리 완전히 치료하여도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되어 숨어 있던 암세포가 다시 발육하여 재발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따라서 암을 치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전이하여 전신에 퍼져 있는 미소한 병소(病巢)까지도 박멸할 수 있는 전신요법인 약물요법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현재 새로운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고 효과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이미 전신에 퍼진 암일지라도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진단 후 3개월 이내에 거의 모두가 사망하였던 소아백혈병은 지금은 반수의 환자가 완치되고 있으며, 융모상피암·림프종·고환암 등 10여 종의 암은 근치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고, 다른 종류의 암에 대해서도 종양의 축소, 증세의 개선, 생명연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항암제에 의한 화학요법은 앞으로도 계속 암치료의 핵심적 구실을 담당하게 될 것이나, 다만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 없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골라서 파괴할 수 있는 이상적인 특효치료제의 개발이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