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펜싱

[ fencing ]

요약 검을 들고 상대를 찌르거나 베서 점수를 내는 스포츠 종목으로, 첫 근대 올림픽에서부터 채택된 올림픽 공식 종목 중 하나이며, 사용하는 검과 득점 방식에 따라 플뢰레, 에페, 사브르의 3개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펜싱

펜싱

구분 격투경기
기원국 프랑스
한국도입시기 1935년

역사

펜싱은 '검술'이란 뜻을 지니고 있으며, 고대부터 시작된 검술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기원전 1190년에 지어진 이집트 메디나트 하부(Médinet About) 신전 내 벽화에는 레저를 위하여 마스크를 쓰고 끝부분을 감싼 검을 휘두르는, 현재의 펜싱과 유사한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군사 훈련이자 레저의 일환으로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다. 아테네에서는 정신과 육체를 균형 있게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펜싱의 인기가 높아 펜싱을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수요가 높았고, 로마에서 숙련된 검사(劍士)인 라니스테(Raniste)는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 14세기 들어 화약이 발명되었고, 이는 검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화약 발명으로 총알을 막지 못하는 갑옷은 보호 장구로서의 쓸모를 잃게 되었고, 더 이상 무거운 갑옷을 장착하지 않게 되면서 갑옷을 뚫을 필요가 없어진 검의 무게는 가벼워졌다. 가볍고 긴 검이 출현하였고, 반대 손에 보조 무기로 단검을 들고 싸우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무기의 변화는 힘보다는 민첩성을 강조하고, 칼끝 공격을 권장하는 등 결투의 성격을 바꿨고,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다양한 검법이 발전하게 되었다.

15세기부터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이론을 정립하고, 펜싱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서를 작성하였으며, 펜싱 학교가 설립되었다. 1478년 독일에서 최초로 검술 길드인 '성 마르코 형제단(Marxbrüder)'를 조성하여 길드 내에서 검술을 가르치기 시작하였고, 스페인의 디에고 데 발레라(Diego de valera, 1412~1488)는 펜싱 설명서를 최초로 작성하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처음으로 펜싱 이론을 정립하였으며, 이탈리아의 이론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의 앙리 드 생 디디에르(Henry de Saint-Didier, 1484~1553)는 현재 펜싱의 근간이 되는, 단검 없이 한 손에만 장검을 들고 싸우는 프랑스 검법을 발전시켰다. 18세기 이후 프랑스 왕인 루이 14세(Louis XIV, 1638.9.5~1715.9.1)에 의해 대중화된 의복은 커다란 검을 착용할 만한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은 더욱 가볍고 짧은 형태로 진화하였다. 펜싱은 그 시대 프랑스 귀족들이 배워야 할 필수 교양 중 하나로 여겨졌으며, 귀족들에게 이를 가르치는 프랑스의 펜싱 학교를 중심으로 펜싱이 체계화되었고, 현대 스포츠로 발전하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펜싱 대회들이 꾸려졌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협회가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1896년에는 아테네에서 개최된 제1회 올림픽경기대회가 열렸고, 펜싱은 첫 공식 종목 중 하나로 도입되었다. 첫 근대 올림픽부터 현재까지 살아남은 5개의 종목 중 하나이며, 남자 플뢰레(개인, 마스터)와 사브르(개인)의 3개 세부 종목이 맨 처음 합류하였다. 1900년 제2회 올림픽경기대회에서는 남자 에페 종목, 1924년 제8회 올림픽경기대회에서 여자 플뢰레 종목, 1996년 제26회 올림픽경기대회에서는 여자 에페 종목, 2004년 제28회 올림픽경기대회에서는 사브르 종목이 차례로 합류하여, 2020년 제32회 올림픽경기대회에서는 플뢰레, 사브레, 에페 종목에서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을 모두 합쳐 펜싱에서 12개의 세부 종목이 채택되었다. 한편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펜싱이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2023년 제19회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플뢰레·사브르·에페 각각 남녀부 개인·단체의 12개 세부 종목으로 경기를 치렀다.

경기 방법 및 규칙

두 명의 선수가 상대 선수의 정해진 부위를 찌르거나 베서 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개인전은 3회를 각 3분 동안 실시하며, 총 15점을 먼저 획득하거나 3회 종료 후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하며, 단체전은 3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각 3회를 3분 동안 실시하여, 총 45점을 먼저 획득하거나 9회 종료 후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한 팀이 승리한다. 피스트(piste)라고 불리는 경기 지면 위에서 경기하며, 전기 심판기를 사용하여 판정에 도움을 받는다. 유니폼과 칼에 전선을 연결하여 상대 선수의 유효면을 찌르거나 베면 유효한 공격을 한 측 판정기에 불이 들어온다. 정해진 부위를 찌르거나 베면 1점을 획득하고, 후퇴하면서 두 발이 모두 피스트의 후방 경계선을 넘는다면 상대편에 1점을 내어 주게 된다. 칼을 든 반대 손을 사용하거나, 상대 선수에게 등을 보이는 행위 등은 파울이며, 심판은 경고∙패점(敗點)∙퇴장의 의미로 노란색 카드∙빨간색 카드∙검은색 카드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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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경기에는 플뢰레(Fleuret), 에페(Épée), 사브르(Sabre)의 세 개의 세부 종목이 있다. 세부 종목은 펜싱의 기본적인 경기 방법을 따르지만 각각 다른 검을 사용하고, 공격할 수 있는 유효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각자의 독특한 규칙이 있다.


◎ 플뢰레(Fleuret):
머리와 팔을 제외한 상체를 검 끝으로 찔러서 점수를 낸다. 경기 시작 후 공격 자세를 먼저 취한 선수에게 공격권이 먼저 주어지며, 동시타는 인정되지 않는다. 피하거나 방어에 성공하면 공격권은 상대 선수에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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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페(Épée):
전신을 검 끝으로 찔러서 점수를 낸다. 플뢰레처럼 공격 우선권이 주어지지 않고, 찌르는 시간에 따라 승점과 패점이 판가름 나므로, 동시타가 인정된다. 동시타는 두 선수가 동시에, 또는 0.04초 이내에 유효한 공격을 가한 경우 양측 모두 득점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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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브르(sabre):
기마병 간의 싸움에서 유래한 종목으로, 과거 기마병 싸움에서는 사람에게는 위해를 가해도 말은 살려 두었는데, 이를 계승하여 허리 윗부분만을 공격한다. 정확하게는 머리와 팔을 포함한 상체를 검 끝으로 찌르거나, 검 날로 베어서 점수를 낸다. 경기 시작 후 공격 자세를 먼저 취한 선수에게 공격 우선권이 주어지며, 동시타는 인정되지 않는다. 방어에 성공하거나 또는 공격이 지연되었을 때 공격권은 상대 선수에게 넘어간다. 앞으로 이동할 때 양다리가 교차할 경우 파울이 되며, 이는 사브르에만 적용되는 파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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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및 경기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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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레, 에페, 사브르 종목 모두 피스트(piste)라고 부르는 직사각형 모양의 금속성 마루를 경기장으로 사용하며, 길이 14m, 너비 1.5~2m, 높이 50cm의 크기를 지닌다. 피스트에는 경기 진행을 위해 중앙선, 앙 가르드(En garde)선, 2m선, 후방 한계선을 표시해 놓는다. 앙 가르드선은 준비 자세를 취하는 곳이며, 후방 한계선은 이 선을 넘어서까지 밀리면 상대에 한 점을 내주게 되는 위치를 표시한 것이고, 2m 선은 후방 한계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의 선이다. 안전을 위하여 피스트의 양 끝단에 1.5~2m 길이의 추가적인 여유 공간을 두는데, 이는 선수들이 최종 경계선까지 밀렸을 때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물러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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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장비에는 유니폼, 마스크, 칼 등이 있다. 유니폼에는 전기 재킷(lamé), 재킷, 보호대(플래스트론, plastron), 바지, 스타킹, 장갑이 포함되며, 주로 흰색 유니폼을 착용한다. 이는 과거에 전기 심판기를 사용하기 전, 검이 유니폼에 남긴 잉크 자국으로 판독하곤 하였는데, 이를 명확하게 식별하기 위해 흰색 유니폼을 착용하던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유니폼은 우선 보호 장구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펜싱연맹은 연맹 공인 경기에서 800N의 힘을 견딜 수 있는 전기 재킷, 재킷, 보호대, 바지를 착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상체는 전기 재킷(800N)과 안쪽에 입는 재킷(800N)이 합쳐져 총 1,600N의 압력을 견딜 수 있다. 여자 선수의 경우에는 재킷 아래에 가슴 보호대도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유니폼은 또한 칼이 닿았을 때 전기 신호를 발생시켜 전기 심판기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득점 부위에 금속선이 고르게 분포된 유니폼에 칼이 닿으면 압력이 변화하는데, 이 같은 변화가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내어 득점 표시등에 불이 켜지도록 한다. 압력 센서는 득점 부위에 분포하며, 세 종목 모두 전기 재킷은 기본적으로 착용하고, 에페와 사브르는 더 넓어진 득점 부위에 맞게 해당 종목의 유니폼은 더 넓은 부위에 금속선이 분포되어 있다.

펜싱 칼은 세부 종목에 따라 형태와 성격이 상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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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뢰레: 전체 길이 110cm, 칼날의 길이는 90cm이며, 무게는 500g 이하의 가장 탄성이 좋은 칼을 사용한다. 칼의 단면은 직사각형 모양이고, 모서리는 어떤 것도 베지 못할 정도로 뭉툭해야 한다고 국제펜싱연맹에서 규정하고 있다. 칼끝에는 찌르기를 감지하기 위한 버튼이 달려 있으며, 500g 이상의 힘으로 찌를 경우 전기 심판기가 작동한다.

◎ 에페: 전체 길이 110cm, 칼날의 길이 90cm이며, 무게 770g 이하의 가장 무겁고 단단한 칼을 사용한다. 단면은 삼각형에 가까운 모양을 지니며, 손을 포함한 전신이 모두 공격 유효 부위이기 때문에 손 보호를 위해 가장 큰 가드를 보유하고 있다. 칼끝에는 찌르기를 감지하기 위한 버튼이 달려 있으며, 750g 이상의 힘으로 찌를 경우 전기 심판기가 작동한다.

◎ 사브르: 주로 베기를 하고, 찌르기를 병용한다. 전체 길이 105cm, 칼날의 길이 88cm이며, 무게 500g 이하이다. 단면은 직사각형 모양에 가깝고, 날은 칼날 쪽으로 4cm 이상 굽어서는 안 된다. 사브르의 칼끝은 플뢰레와 에페의 버튼 대신 칼끝의 3mm 정도가 칼날 쪽으로 휘어져 들어와서 직사각형 혹은 사각형의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으며, 칼끝이 이루는 사각형의 크기는 4~6mm 정도이다.

경기기술과 용어

종목별로 사용하는 검과 적용 규칙이 조금씩 다르므로 경기방식과 기술도 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자세, 검을 잡는 법, 공격과 수비 등의 기본기는 공통된다. 프랑스에서 체계화된 경기인 만큼 경기와 관련된 용어는 모두 프랑스어로 이루어져 있다.

- 가르드(garde): 펜싱의 기본자세이자, 경기 시작 전 준비 자세이다. 오른손잡이일 경우, 칼을 든 오른손과 오른발을 앞에 두고 반대 발은 뒤로 빼서 살짝 무릎을 구부린 자세이다. 경기에서 주심이 선수에게 준비 자세를 명하는 구령을 '앙 가르드(en garde)'라고 하며, 주심이 이 구령을 하면 선수는 피스트에 그어진 앙 가르드 선에서 자세를 취하고 경기를 준비한다.
- 쁘레(Prêt): ‘준비’라는 뜻으로, 경기에서 심판이 선수가 준비되었는지를 확인할 때 쁘레를 외친다.
- 알레(allez): ‘가다’라는 뜻으로, 심판이 알레를 외치면 경기가 시작된다.
- 아따끄(attaque): 상대방의 유효면에 공격이 성공적으로 들어간 상태를 의미한다. 우선 공격권을 인정하는 플뢰레와 사브르는 공격권이 있거나 또는 상대의 공격권을 무효화한 후 공격을 성공시켜야 심판이 아따끄를 인정한다. 아따끄는 역공격인 콩뜨르 아따끄(contre-attaque), 단순 공격인 아타크 생쁠(attaque simple), 복합공격인 아타크 콩뽀제(attaque composee) 등으로 구분된다.
- 쿠 두블(coup double): 두 선수가 동시에 공격을 성공시켰을 경우를 말한다. 전기 심판기에서는 양측 모두에서 불이 들어오지만, 플뢰레와 사브르에서는 심판이 우선 공격권을 고려하여 공격권이 있는 선수의 득점만 인정하고, 에페에서는 두 선수 모두 득점한다.
- 롱쁘르(rompre): 수비의 기본자세로, 뒤로 후퇴할 때 뒷발이 후퇴한 후 뒤이어 앞발이 후퇴하는 움직임이다. 움직일 때 양다리가 교차하지 않는다.
- 빠라드(parade): 수비 동작 중 하나로, 상대 선수의 칼을 자신의 칼로 막아서 공격이 빗나가게 하는 것이다. 말 빠라드(mal Paré)는 정확하게 구사되지 않은 빠라드로, 상대의 공격이 성공하였음을 의미한다.
- 마르쉬(marche): 공격의 기본자세로, 앞으로 전진할 때 앞발이 전진한 후 뒤이어 뒷발이 나아가는 움직임이다. 움직일 때 양다리가 교차하지 않는다.
- 팡트(fente): 공격의 기본자세로, 앞으로 나아가는 런지 자세이다. 뒷발을 빠르게 차면서 앞발을 쭉 내디딘다.
- 리포스뜨(riposte): 상대의 칼을 막은(빠라드) 후에 하는 공격 동작이다.
- 투셰(touche): 검날이나 검 끝으로 상대를 찌르는 것이다. 유효면을 찔렀을 경우는 투셰 발라블(touche valable), 무효면의 경우는 뚜슈 농 발라블(touche non valable) 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