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극

아동극

[ juvenile drama , 兒童劇 ]

요약 아동을 중심으로 하고, 또 주대상으로 하는 극.

아동연극·동극·어린이극이라고도 한다. 아동극은 ① 어린이를 관객으로 하여 어린이 스스로가 연기하는 극, ② 어린이를 관객으로 하여 어른이 연기하는 극, ③ 어린이나 어른을 가리지 않고 다만 어린이를 희곡의 주인공 또는 주제로 하는 극 등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동극에는 대체로 예술적인 성과도 물론 중요하나, 연극을 통한 인간형성의 교육적인 목적을 지니는 것이 많아 학교극과 공통점을 가진다. 근대적인 아동극운동은 19세기부터 유럽에서 시작되어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매우 활발해졌다. 즉, 1903년 미국에서 시작된 A.하츠 여사의 아동교육극장과 뒤이어 계속된 교육적인 아동극단의 전국에 걸친 활동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전문적인 아동 극단이 잇달아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와 같은 운동이 더욱 고조되면서 1964년에는 처음으로 제1회 국제아동연극회의가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었으며, 상설 국제기구로서 국제청소년연극협회(ASSITEJ)가 런던에 설치되었다.

한국의 아동극은 19세기 말 개화의 물결이 밀려오기까지는 아동문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어린이를 어른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접하려는 기운이 차차 움트기 시작하면서, 1908년에는 청소년의 계몽·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잡지 《소년(少年)》이 최남선(崔南善)에 의해 창간되었고, 1918년에는 부계 중심의 봉건적인 관습을 타파하고 어린이가 내일의 희망임을 계몽한 이광수(李光洙)의 《자녀중심론(子女中心論)》이 발표되었다. 이윽고 3·1운동이 일어난 뒤 방정환(方定煥)이 중심이 되어 색동회가 조직되고 그의 주재로 아동잡지 《어린이》가 창간되자 동요·동화·동극 등이 그 지면을 통해 발표되었다. 이때 처음 나타난 아동극이 방정환의 《노래 주머니》(혹부리영감 이야기:1막 3장), 마해송(馬海松)의 《장님과 코끼리》 등이다.

1923년 《어린이》 창간을 기념하는 '어린이 가극대회'가 열렸고 동요·동화·동극대회도 잇달아 개최되었다. 또 아동극이 무대에서 실제로 상연된 것은 1925년으로 윤석중(尹石重)의 《올빼미 눈》이 그 레퍼토리였다. 그해에는 윤극영(尹克榮) 등이 중심이 된 아동극단 '다리아회'가 창립되어 동요극 《여름파랑새를 찾아서》를 상연하였다. 이후 창작극과 외국작품의 번안극 및 방송동극이 정인섭(鄭寅燮)·연성흠(延星欽)·김송(金松)·김진수(金鎭壽)·모기윤(毛麒允) 등에 의해 발표되었으나 방송극을 제외한 창작극의 경우, 실제로 무대에 올려지는 수는 미미한 채 작품(희곡) 발표 단계에 머물기가 일쑤였다.

그리고 1930년대 말기부터는 일제의 한국 어문(語文) 말살정책으로 이와 같은 활동마저 휴면상태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1945년 8·15광복과 더불어 아동극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일시에 회생할 수 있었다. 아동극단 '호동(好童)'이 연성흠·최병화(崔秉和)·김영일(金英一) 등에 의해 창립되고, 1946년에는 방송극 《똘똘이의 모험》이 큰 인기를 모았는데 그 극본은 김내성(金來成)·김영수(金永壽)·유호(兪湖) 등이 번갈아가며 집필하였다. 1949년에는 한국 최초의 아동극집인 《손목 잡고》(方基煥)가 발간되었고, 1951년에는 아동극이 처음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채택되어 최태호(崔台鎬)·강소천(姜小泉)·방기환 등의 작품이 수록되었으며 금수현·주평(朱萍) 등의 아동극도 실렸다.

1950년대 후반 이후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새벗》 《학원》 등의 여러 잡지와 방송을 통해 많은 작품이 발표되면서 아동극집의 출판도 활발하였으나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은 여전히 드물었다. 그것은 언제나 아동극 공연이 가능한 상설 아동극장 시설이 없다는 점과 아동극에 대한 일반의 몰이해 및 관객 동원의 어려움 따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탓이었다. 이와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1962년에 발족한 아동극단 '새들'(대표 주평)을 비롯, 1963년에는 '동연(童演)' '신동(神童)' '때때' 등이 창설되고, 각 지방의 아동극단 발족도 잦은 듯하였지만, 실질적인 공연 활동은 한두 단체를 빼놓고 별로 볼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기성극단의 아동극 공연이 성황을 이루면서, 아동극이나 인형극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계몽문화센터·샘터파랑새극장 등 아동극 전문 공연장도 세워지는 등 활동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