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auty , ]

요약 감각, 특히 시청(視聽)을 매개로 얻어지는 기쁨 ·쾌락의 근원적 체험을 주는 아름다움.

지금까지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는 원리는 조화나 균형에 있다고 여겨왔다. 플라톤에 의하면 모든 미적 대상은 ‘미’의 이데아를 분유(分有)함으로써 비로소 아름답다고 하였다. 미는 개체의 감각적 성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미적 대상에 불변부동(不變不動)의 ‘형태’로 나타나는 초감각적 존재이며 균형 ·절도 ·조화 등이 미의 원리라고 하였다. 중세의 T.아퀴나스는 미를 완전성 ·조화 ·빛남 속에서 구하였다. 즉 그는 “미는 완전성과 조화를 갖춘 사물이 거기에 간직된 형상의 빛남을 통해서 인식될 때 비로소 기쁨을 자아낸다. 미는 신의 빛이고 그 빛을 받아서 완전한 형태로서 빛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고전적인 이념과는 달리 근대에 와서는 때때로 동적이고 발전적 생명감의 발로로서 혼돈된 전체 속에 미가 추구된다. 예를 들면 19세기의 낭만파 사람들은 고대인들이 추구한 조화의 이상을 버리고, 내면적 부조화 속에서 감정의 충일과 자아의 열광에 의해서 새로운 예술미가 창조된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미는 변하지 않는 형상(形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현상(現象)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숙명적으로 덧없는(Hinfälligkeit)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도 설명하였다. 또한 19세기 말의 예술가들에게는 미라는 것이 이미 일정한 규범에 입각한 영원부동의 원리가 아니라 그것은 오히려 관능의 도취를 가져오는 생명의 연소(燃燒)이며 찰나적인 감각의 충족감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면 ‘미는 난조(亂調) 속에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덧없는’ 미도 일정한 질서감각이 무너지는 순간에만 나타날 것이므로 그 자체가 고전적인 미의 이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원’이란 관념을 가지지 않는 사람의 눈에는 ‘멸망하고 있는 것의 아름다움’도 비치지 않을 것이다. 덧없는 아름다움이 우리들 앞에 나타나는 현상의 배후에는 고전적 질서를 지향하는 아름다움의 좌절을 통해서 혼돈에의 불가피한 충동이 눈을 뜨게 된다는 생명의 역학(力學)이 숨어 있다. 미는 원래 ‘진 ·선 ·미’로 병칭되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다. 미는 특히 선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플라톤은 미(칼로스:kalos)와 선(아가톤:agathon)이 하나가 된 상태로서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아름답고 선한 것)라는 이상을 내세우고 있다. 인생에 유용한 것, 목적에 합치된 것이 선인 동시에 미라고 여겼다. 이에 반해서 근대 미학에서 미는 오로지 우리들의 감성에 조응(照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미를 선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경향을 나타냈다.

E.칸트에 의하면 미는 단순히 감성적 인식으로서 주어지는 것이므로, 아름다움의 쾌감은 존재에 대한 무관심성에서 성립된다. 그것은 일반적인 쾌락과 같은 경향성에 의한 속박도 없고 존경에 의한 명령도 없으며, 사람의 마음 속에 형성되는 만족감으로서 자유스러운 놀이의 상태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선이나 유용성이 요구하는 합목적성으로부터 해방되어 있다. 미는 도덕법과 같이 보편적 승인을 요구하지 않으나, 승인을 기대한다. 쾌락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주관적인 것이지만 미적 판단은 보편성 ·객관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 보편성은 진(眞)이나 선(善)의 판단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개념의 보편성은 아니다. 따라서 미는 ‘개념 없이 보편적으로 만족을 주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와 같이 칸트의 이론에서 미는 독자적인 감성적 인식의 영역에서 그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미를 진이나 선에서 분리시키고 감성에 대응하는 면에서만 추구해갈 때에 미는 악과 결부되는 경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실제로 19세기 말의 데카당스나 위기시대의 C.P.보들레르나 O.와일드, J.P.사르트르나 J.주네에 의해서 미와 악 또는 배덕(背德)과의 결부가 추구되었던 것이다. 미가 진이나 선과 단절되면, 반대로 부조리나 악과 결합된다. 그만큼 미의 자율성을 확립하기란 곤란한 일이다.

참조항목

미학, 진선미

역참조항목

감성론, 기교, 에로스,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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